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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listening

High Fidelity

by edino 2010. 4. 5.
오디오샵에 가기 전에 우선 준비한 것은 어떤 음악들을 청음해 볼 것인지를 고려하여 대표곡들로 CD를 한장 굽는 것.
왠만하면 CD로 있는 음원 위주로, CD는 없지만 들어보고 싶은 곡들은 최소 192kbps 이상의 mp3를 가지고 CD를 구웠다.

일단 우리집의 오디오라면 Pat Metheny의 Secret Story 앨범은 멋지게 소화해줘야 하고, Sigur Ros의 Svefn-G-Englar도 머리끝이 쭈삣하도록 깊은 소릴 내주면 좋겠다. 일전에 어디선가 듣고 스피커의 성능과 Sting의 목소리에 감동했던 Panis Angelicus도 넣었고, 어렸을 적 불끄고 볼륨 높여 듣는 것이 너무 좋았던 Wham의 A Different Corner 같은 곡도 넣었다. Rock도 기본은 해야 하니 빠질 수 없는 Radiohead, 최근에 공연 갔던 Greenday, 육중함으로 이정도면 더 할 필요는 없다 싶은 Rammstein도 넣었다. 그렇다고 나른한 포크같은 가벼운 사운드도 너무 심심하면 안되니 Belle & Sebastian도 넣었다. 내가 구입한 최초의 CD인 Twin Peaks OST에 나오는 Julee Cruise 목소리도 적당히 음산하면서 환상적이면 좋겠고, Sinead O'Connor나 타루의 목소리도 공기중으로 스며들듯 퍼졌으면 좋겠다. 여름밤을 즐겁게 해주려면 Charlie Haden의 Nocturne도 필수고, Oscar Peterson 아저씨의 피아노 소리도 경쾌했으면 좋겠고, 옛날 녹음 현악기 소리는 어떨지 궁금하여 Heifetz의 연주도 넣었고, 등등.

이렇게 CD를 꽉 채워 15곡으로 한 장 만들어갔다. 후딱 고른 곡들이 이정도다.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음악들에 정답을 내줄 수 있는 솔루션은 없다지만, 100점 만점을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니까.

회사에서 일찍 끝난 평일 오후 늦게 달려가니 청음 매장은 한산한 모습.
두개의 청취룸이 하나는 톨보이 스피커 위주로, 다른 하나는 북쉘프 스피커 위주로 꾸며져 있다.

일단 내가 들어보고 싶은 브랜드들이 이 매장에서 주로 미는 브랜드들인지라, 여러 종류를 들어보진 못했어도 궁금했던 소리들은 대충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 Monitor Audio에서 염두에 두었던 GS-10은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일단 급 차이는 내가 느낄만하고 투자할 만한지, 같은 Monitor Audio의 BR2와 RX2를 비교해 보았다. 청음실이니 볼륨을 쭉 올렸더니 가격이 절반도 안되는 BR2도 제법 훌륭하다. Advance Acoustic 인티앰프에 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거실용이라면 이보다 작은 북쉘프는 조금 허전할 거라고, 다음으로 Monitor Audio RX2와 Paradigm Studio 20 v5를 들어보았다.

호오, 귀에 확 끌리는 것은 Paradigm이었다. (Paradigm은 Canada 브랜드)
워낙에 해상도 높은 걸 좋아하는지라, Monitor Audio도 나쁜 해상도는 아님에도 Paradigm이 훨씬 귀를 유혹했다.


가격차 만큼 품질 차이가 월등하다거나 차이가 지극히 뚜렷한줄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RX2까지는 전에 쓰던 JVC랑 성향도 비슷해서 큰 업그레이드 느낌이 안날 것도 같다. 볼륨을 낮췄을 때 성향 차이도 더 드러나 보였다. 일단 스피커에서 바로 예산 초과였으나 뭐 그래도 맘에 드는 거 사야지. Paradigm의 Studio 20 v5로 낙점.


다음은 앰프인데, 마침 다른 고객이 한두달 사용하고 내놓은 중고라는 Cambridge Audio의 Azur 650a를 중고장터가에 준다고 한다. 사실은 기능 많은 데논이나 마란츠 등 일제 브랜드의 AV 리시버를 생각하였는데, 요 금속제 외관의 단순하고 클래시컬한 자태에 홀랑 넘어갔다. 앰프로 인한 소리 차이는 별로 크게 느끼지 못할듯 하여, 다음날 다시 가서 Paradigm Studio 20 v5와 한번 물려서 한번 들어보고는 그냥 결정했다. 나온지 오래지 않은 모델이라 급에 비해 가격에 거품이 좀 있다고 여겨졌으나, 아주 깨끗한 중고로 살 수 있으니 부담은 덜하다.


집에 와서 설치한 모습.
새 스피커라 aging이 안되었다거나, 청음실과의 환경 차이로 인해 전혀 실망스런 소리를 들려주면 어쩌나 걱정하였지만, 2만원짜리 TEAC mp3 플레이어를 앰프에 붙여도 멋진 소릴 들려주어서 안심. ㅎㅎ


휴대용 저가 mp3 플레이어도 소리가 좋게 느껴졌으니, 소스기기는 굳이 전용 CDP 아니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소스기기는 기능 위주로 결국 LG의 블루레이 플레이어 BD390.
근데 나름 히트상품인 듯 한데 우리나라 대기업 제품이 이렇게 없어보이다니. 기능은 다양한데 재료에 원가절감 너무 해서 상당히 싸구려같이 보인다. 특히 리모콘은 완전 저렴해 보인다. -_-;;
멋진 앰프 위에 올라갈 생각 말고 그냥 옆에 좀 떨어져 있으라 했다.

아무튼 꽤 후다닥 결정하긴 하였지만 더이상 골치아프기도 싫고, 맘에 드는 녀석 샀으니 음악이나 많이 듣는 게 남는게지.
결혼하고 나서는 음악을 거의 노트북에 달린 스피커로만 들어왔는데, 지금의 시스템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충분히 배가시켜준다. 아기에게도 이 멋진 소리 경험을 시켜주고 말이다.

이로써 살짝 발담궈본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당분간 발을 뺄 참이다.
Paradigm의 소리가 궁금하거나, Hi-Fi를 사볼까 생각중이라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볼 제대로 된 시스템이 아직 집에 없다거나, 암튼 궁금하면 방문해서 한번 들어보시기 바란다. 너무 큰 기대는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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