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가 조금 넘어 도쿄역에 도착하였다.
가루이자와 시골에 있다 바글바글 붐비는 주말의 도쿄역에 오니 확실히 대도시 느낌.
그리고 냉방 안된 실내 공간은 훅 덥다.
배가 고프니 호텔로 가기 전에 역 근처에서 일단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가루이자와에서는 거의 보기도 힘들었던 초밥집을 갈까 했는데, 전에 출장때 혼자 사먹은 적 있는 초밥집을 찾아보기엔 도쿄역은 너무 넓다. 2시가 넘었는데도 대기줄 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여기도 약간 줄이 있었지만 금방 자리가 나서 앉았다.
회전초밥집인데 예전처럼 접시가 돌아가는 건 동작하지 않고, 자리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면 어떤 것은 바로 위에 보이는 신칸센(?)이 배달해주고, 어떤 것은 사람이 직접 가져다 준다.
별로 고급 느낌이 들지는 않는 회전초밥집인데, 생각보다 가격이 좀 비쌌다. 맛이 괜찮긴 하지만 제대로 먹은 걸로 하기는 좀 아쉬운 퀄리티인데, 마음껏 먹었다가는 제대로 먹는 가격이 나올 것 같은... 그래서 안비싼 것 위주로 대충 먹었다.
도쿄역에서 도쿄 서브웨이 티켓 3일권을 개시하였다. 이런저런 제약사항들이 신경쓰여 도쿄에서 정기권은 잘 사지 않는데, 3일권은 1일권 가격의 2배에 못미치는 가격이고, 날씨가 더우니 왠만하면 한 정거장도 타고 다니면 본전은 되겠지 싶어 샀다. 서브웨이 티켓으로 우리의 도쿄 호텔이 있는 오나리몬역으로 갔다.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인데 그 사이에도 도쿄의 덥고 습한 날씨는 위협적이었다.
약간 외진 곳에 있고, 큰길이 아닌 이면도로에 정문이 나 있다.
프론트에서 시원한 차를 마실수 있게 해주어 좋고, 1층에서 보이는 이 인테리어가 이 호텔의 상징과도 같다.
책을 컨셉으로 층마다 주제별로 책을 모아둔 작은 공간이 있다. 대신 다른 편의시설 거의 없다.
일본 호텔 작은 거야 잘 알지만, 주로 출장때 혼자 묵는 것과 셋이서 그것도 다 큰 장정이 하나 추가되어 묵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명색이 트리플 룸이라지만 이층침대에 싱글룸 2배 면적도 안될테니 갑갑함이 엄습한다. 가루이자와의 넓고 트인 뷰의 호텔방에 있다 오니 역체감은 더욱 심각. 이 창살 무늬가 더 감옥스런 느낌을... -_-;;
엔저라 해도 일본 호텔값 만큼은 비싸서, 특히 코로나 규제 다 풀리기 전의 호텔값을 알면 참 아깝다.
여기도 결코 싸지 않았는데, 셋이서는 좀 갑갑했다.
그러니 가급적 밖에서 돌아다니는 걸로 방향을 잡았으나... 여름 도쿄는 역시 너무 덥다.
게다가 이렇게 더운데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왜이리 많은지.
뭐 우리가 사람 많은데 골라다닌 것도 있지만, 실내 위주로 다니려면 별로 선택지도 없다.
어쨌든 도쿄 첫 행선지는 시부야.
시부야스카이 입구에 와서 입장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Kiwi도 흥미가 별로 없고, 날씨도 그냥 그렇고, 더군다나 밖에서 보는 건 날씨 때문에 전혀 기대되지 않아서 말았다.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가 함께 있는 공간인데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다.
안쪽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오히려 자리가 있어 보였는데 가보려고 하니 역시나 유료좌석인 Share Lounge다.
낮에 이미 아울렛을 다녀와서 쇼핑에 큰 관심은 생기지 않는데, 나이키만 전광판에 블루 스크린을 띄우고 일찌감치 닫았다. 낮에 아울렛에 갔을 때 유독 나이키 매장에서만 입구에서부터 직원들이 cash 결제만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는데, 이걸 보니 뉴스에서 얼핏 본 Microsoft 오류로 인한 파장에 나이키가 직격당한 것으로 보인다. 혼자 너무 글로벌해서인지, 혼자 말썽.
내려와서, 이번엔 미야시타 파크로 가보았다.
몇달 전에 도쿄의 건축에 대한 책을 보았는데, 보면서도 좀 호들갑스럽게 칭찬한다고는 느꼈지만, 거기서도 다룬 건물이고, 최근에 공중파 다큐에서도 얼핏 본 것 같은데, 들은 것에 비해서 좀 실망스러웠다. 사실 이곳의 before를 알아야 확 와닿을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맨 위까지 올라가 보았는데, 공중 정원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우리가 올라간 곳은 트여 있지도 않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까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 우리가 제대로 본 건 아닌 걸로.
이 안에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급하게 주변 검색.
다니면서 Kiwi는 쇼핑에 대한 의견차(?!)로 컨디션 다운. 있어보이는 브랜드는 입고 싶고, 자기 돈은 쓰기 싫고... -_-;;
두군데 try해본 곳은 대기거나 별로거나 하다가, 근처에 평점 나쁘지 않은 '모던 이자카야'가 있어서 들어갔다. (여행때는 정말 구글의 노예다) 엘베에서 내리면 바로 저런 책장 뿐이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이런 데 몇번 당해본(?) 적이 있어, 곧 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정말 모던하다. ㅎㅎ
저 자동차도 좌석인데, 우리가 들어갈 땐 언니들이 앉아서 한잔 하고 있었다.
사람이 적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안내받은 좌석은 정면 오른쪽 제일 안쪽에 반층 위 같은 좌식 좌석.
가족과 함께의 분위기는 전혀 아니지만 꿋꿋하게.
메뉴는 비교적 평범하여 몇가지 시켜 하이볼과 함께 먹었다.
다시 전철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9시쯤 호텔에 왔다가, 계속 방에만 있기는 너무 답답했다.
도쿄타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한번도 가까이서 본 적은 없는 도쿄 타워에 다녀오기로.
Kiwi는 방에서 혼자 WiFi 충전 시키고, yeon과 둘이 다녀왔다.
이날밤 도쿄타워로 향해 걷던 길은 올 여름 가장 덥고 습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밖에 나온 게 아니라 어딘가 들어간 듯한 느낌.
짝퉁이라 무시해왔지만, 밤에 조명 들어온 걸 가까이서 보니 그래도 볼만하다.
물론 에펠탑 주변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더위와 습기를 뚫고 주변에 관광객들도 좀 있다.
밤에 12시 넘은 시간에 무슨 차가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경고방송 같은 걸 해서 좀 놀랐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특별히 위급한 재해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고, 밤 사이 폭염이나 비에 대비하라는 방송 같은데, 좀 늦은 시간이라 뭐였나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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