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해는 버겁겠지만 무슨 얘길 하는지 들어나보자고 집어든 책.
막판에 반납 일정에 쫓겨 더 날림으로 읽었지만, 더 자세히 읽었다고 이해가 많이 깊어졌을 것 같진 않다. -_-;
이론물리학자로 여성 이름을 별로 들어보진 못했는데, 그보다 더 특이한 건 알바니아 출신이다.
(알바니아 출신 유명인 찾아보니 마더 테레사 정도가 나온다.)
아무리 특이한(?) 출생 이력이라도 책 소개에서부터 출신이 나오길래 특이하다 싶었는데, 책 본문에도 알바니아 얘기가 시작부터 아주 많은 비중으로 나온다. 그녀가 대학생 시절, 알바니아의 대학생 등 많은 이들이 다른 유럽국가 대사관 등을 통해 난민처럼 많이 본국을 떠났나보다. 그녀는 그들을 말리며 남은 소수였지만, 불과 몇년 뒤 그녀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나 아예 정착했다.
우선 이론물리학이 우리우주의 탄생에 대해 추측해온 경과들, 그나마 익숙한 인플레이션 우주론까지 나온 경과를 우선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때문에 펜로즈의 계산대로라면 우리우주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거의 0)는 한계를 얘기해준다. 현재 관측 결과를 만족시키는 우리우주가 탄생하려면 초기 우주의 엔트로피가 꽤 높은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발전시킨 이론으로 계산을 해보니, 초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우주의 발생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우주의 발생 가능성도 0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이론을 수정해보니 이제 우리우주의 발생 확률은 높아졌다. 2005년 정도에 그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우주에 대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조를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관측 기술이 빨리 발전하여 계산으로 예측한 곳에 예측한 크기의 ' 거대 거시공동'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의 이론이 현재 우주론의 가장 유력한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기존 물리학계가 대부분 여전히 '인간 중심 원리'(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다에도 나온 얘기다)의 입장에서 다중 우주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다중우주론을 처음 현대적으로 제시한 휴 에버렛 3세의 다중우주론 또한 그 시대에는 발견되지 않은 다른 이론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한계를 지적한다. 휴 에버렛 3세의 다중우주는 모든 양자적 사건이 동일한 확률로 다중우주를 발생시키지만, 저자의 이론에 의하면 각각의 우주는 발생할 확률이 달라 특정한 우주만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친구가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다중우주론대로라면 러시안 룰렛이 아니라 모두 장전된 총으로 자신을 쏴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대부분의 다중우주에서 죽겠지만, 아주 낮은 확률의 다중우주에서 살면 그 다중우주의 자신만이 의식이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거다. 저자의 이론대로라면 그건 틀린 듯. 다중우주가 발생할 확률이 다른 것도 있지만, 거시세계와 양자세계는 '결 어긋남'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 듯. 이 '결 어긋남'에 대한 해석은 역시 심오한 논쟁거리.)
저자의 이론 타이틀은 '양자 경관 다중우주론'이다. 이는 카를로 로벨리의 반대편인 끈이론에 기댄 이론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끈이론 지지자들이 예상한 입자가 발견되지 않는 등 관측 결과가 끈이론 지지자들의 예상과 달랐다는데, 로라 머시니-호턴의 이론은 별 상관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찌 보면 저자가 주장하고 검증한 이론도 또 다른 형태의 '인간 중심 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발생 초기나 심지어 그 이전 같은 극한의 상태에서, 우리가 관측하여 사실로 인정한 열역학 제2법칙이나, 양자역학 따위가 계속 유지된다는 것도 '인간 중심 원리' 아닌가 싶은 것이다.
저자의 글을 보니 자의식이 엄청나게 강하고 야심만만하다. 하긴 우주의 비밀을 풀겠다고 덤비려면 그래야 할 것인데, 어쨌든 본인이 진실이라고 믿는 새로운 이론까지 만들고 본인의 예측에 들어맞는 관측까지 이뤄졌다면, 그러한 태도를 유지할만 하겠다.
어떤 형태로든 선입견이 생길까봐 얼굴 모르는 저자의 사진은 책을 다 본 이후에나 찾아보는데, 역시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생겼다. (생각했던 것처럼 생긴다는 건 뭘까 싶긴 한데, 옛날에 PC통신 채팅 등을 통해 얘기하다 직접 만나도 항상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생겼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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