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단연 이사가 가장 큰 일이었다.
시작은 Kiwi가 배정받게 될 중학교가 좀 마음에 안든다는 데서 시작됐다. 그럼 어느 학교를 보내기 위해 어느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 것인가? 작년부터 간간이 몇가지 시나리오를 고민하였다.
가고자 희망하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지금 사는 곳에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데 배정을 못받는 것이 문제라, 1) 집을 매매하여 이사, 2) 전세주고 전세로 이사, 3) 집 그대로 두고 최대한 짧게 오피스텔 등 싼 전월세를 구해 잠깐 살다 배정 받고 돌아 오기, 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2)안으로 실행하였다.
나는 같은 구 내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도 괜찮았으나, Kiwi와 yeon은 그래도 친구들, 아는 친구 엄마들이 있는 가까운데로 이동하기를 원했다. 정확히 어느 곳에 살면 어느 중학교에 가는지, 주소 이전 기한은 언제인지 등의 정보는 매우 불분명하다.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느라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올해 이 동네 중학교 배정을 위한 주소 이전은 10월 말까지라고 하였는데, 그것도 학교를 통해 한참 늦게서야 확정해서 알려준다. 요즘같은 시대에 교육 행정은 왜이리 불투명한지,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튼 알음알음으로 그 중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이사갈 곳을 봤는데, 생각보다 그 주변에 우리가 갈만한 아파트가 많지 않았다. 비슷한 평수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가 너무 적었다. 주말마다 시간나면 yeon과 그 주변으로 산책을 다니면서 괜찮은 집들을 물색하여 겨우 마음속 1순위 아파트를 골랐다. 그리고 봄부터 부동산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처음 전세집 찾으러 부동산에 연락처 주고 온지 거의 석달 동안 연락이 없었다. 때마침 같은 구의 대규모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 동네까지 전세 수요가 폭증하였다. 전세값이 폭등했으나, 사실 우리가 줄 전세집도 따라서 올라서 그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부동산 비용은 올라가겠지만) 문제는 매물이 부족한 것이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한가하게 기다릴 때가 아닌 것 같아, 매주 여기저기 부동산 투어를 다녔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다보니 매물이 나오긴 하는데 우리가 1순위로 점찍은 곳은 두 동 짜리라 매물이 없다시피 하고, 결국 평수도 좀더 큰 데도 보고, 빌라도 보고, 대여섯 군데 직접 집도 들어가서 봤는데, 마땅한 전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극적으로 우리가 점찍어둔 곳보다 약간 더 멀고 좀더 큰 아파트가 전세 매물로 나왔다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주말마다 가다시피 하니 부동산에서 나왔다고 제일 먼저 연락이 왔다. 다행히 집 크기는 1.5배가 넘는데, 교통이 좀 불편하다 보니 전세값은 우리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워낙 다급했던지라, 집 상태도 대충만 보고 바로 계약하자 하였다. 우리집은 아직 전세를 내놓지도 않았으니 계약금도 당장 마련하기 어려워 계약금의 일부만 걸고 나머지 계약금과 잔금 일자는 조금 넉넉히 잡고 계약서를 며칠 뒤에 바로 썼다. 계약금 일부를 마련할 때도 현금이 너무 없어 Kiwi 세뱃돈 계좌에서까지 빌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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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전세집 구하기의 험난한 여정이었다. 이제 우리는 천천히 이사갈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전세는 매물이 귀한 시장이니 우리집도 내놓으면 며칠 안걸려 나갈 것이었다. 심지어 한두달 전에는 새로 연 집앞 부동산에서 전세 임대인에게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으니 자기들에게 집을 내놓아달라고 전단지까지 보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우리의 험난한 여정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이 쉽게 나갈 것이라 생각한 전세 구해준 부동산에서는 자신들이 추가 중개수수료 없이 전세 임대까지 중개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왠걸, 주변 부동산에까지 얘기해두었다는데도 일주일이 넘도록 문의가 없다. 잔여 계약금을 낼 시점이 다가오니 우리집에 전단지 보낸 집앞 부동산도 찾아가서 부탁해두었다. 다행히 우리집을 보러 몇팀이 방문하였다. 내가 재택을 많이 하고 있어서 집을 보여주기는 수월하였다. 그런데 보고 간 팀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전세대란을 일으킨 같은 구의 재건축 대단지의 전세 이주 수요는 이제 끝물이었다. 게다가 또다른 재건축 대단지는 전세대란으로 인해 이주 기간을 내년까지로 아주 길게 연장하였다. 우리집의 수요자가 될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집 주변에 재건축 마친 신축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도 무더기로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분양이 많지 않고 전세 매물도 이미 다 나와 소화된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실제로 우리집을 보러온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그집도 같이 보았다고 했다. 부동산에서야 우리집이 10년 좀 넘긴 했어도 구조나 위치가 훨씬 좋다고 얘기하지만, 우리집을 보러왔던 신혼부부 한두쌍은 그 신축 아파트로 계약한 것 같았다. 집앞 부동산도 의아해할 정도로 수요는 꺾였고, 쌓여가는 매물은 여전히 많았다.
결국 임대계약은 못한 채로 우리가 잔여 임차 계약금을 내야 할 시간은 다가왔고, 여기저기 유동성을 확보하여 간신히 계약금은 일단 낼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경쟁(?) 아파트 단지도 염탐하러 다녔다. ㅋㅋ
우선 문제의 그 신축 단지. 위치도 언덕위로 꽤 올라가야 하고, 용적률도 우리보다 높아 다닥다닥 지어서 답답한 느낌도 들고, 우리집이 경쟁력이 있어보였다. 신축이라 전세값은 우리보다 약간 비싼 정도인데, 현명한(?) 임차인이라면 우리집을 선택할 거야.
그러다 단지 내부 시설 중 입주 초기라 오픈되어 있는 주민 전용 까페에 가보았다.
헐... 졌다. -_-;;
어느 신혼부부가 이런 뷰의 까페를 가진 신축단지를 두고 우리집에 올까 싶어, 신혼부부는 아예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집은 초등학교도 큰길 안건너도 되고 가까우니, 이제 우리집의 타겟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가족이다.
전세값도 조금 내렸다. 세입자가 원하면 일부 월세도 좋다고 하였다. 처음엔 집도 대충 보여줬는데, 이제 한두개씩 나가 있는 형광등 안정기도 바꾸거나 LED로 교체해서 집도 환하게 하고, 이것저것 미리 물건들도 정리해서 아주 깔끔하게 해놓고 보여줬다.
임대를 위해 여러 부동산에 내놓았다 보니 열 팀 가까이 우리집을 보러 왔는데, 그중에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은 어째 한 집 밖에 없었다. 그집은 마음에 들어한 것 같은데 어째 소식이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친구가 가르쳐준 '가위 걸어두기'도 시전하였다. ㅋㅋ
그런데 '가위 걸어두기'의 효과 여부는 알 수 없다. 그 이후로 간간히 일주일에 한두팀씩 찾아오던 방문객마저 싹 끊겼다. 마침내 장마까지 찾아왔다. -_-;; 보러 오겠다고 날잡은 팀 중 두팀이나 코로나 밀접접촉자가 되어 2주간 방문을 미루겠다고 했다.
부동산에서는 우리의 임차계약도 파기하는 걸 고려해야 하지 않냐고까지 했다. 어차피 계약이 아니어도 중학교 배정을 위해서는 이사가야할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남은 날짜는 한달도 안남았다. 보통 이렇게 급한 날짜로 계약을 하는 전세 세입자가 흔할리는 없다.
이제 우리집 전세가 안나가도 이사갈 집 전세값을 마련하기 위한 영끌을 시도해야했다. 대출 상담을 받는데 하필 그 시점에 정부에서는 대출을 더욱 조이겠다고 했고, 금리는 오르기 시작했다. -_-;; 팔아야 할 주식들도 가격이 시원찮아 팔기 아까운 것 투성이지만 방법이 없어 서서히 팔기 시작했다. 가족 등 사적으로 돈을 잠시 빌릴만한 구석도 알아보고.
그러던 차에, 한참 전에 우리집을 보러 왔던 아이 있는 집에서 부동산을 통해 우리집을 다시 봐도 되겠냐는 연락이 왔다. 얼마나 많이 보러 다니고 고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보러 온다는 건 마음에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집 보여주는 입장에서도 받은 질문이나 분위기로 봐서 우리집을 계약할 가능성이 높은 세입자 후보이기도 했다. (전에 우리집 보러 온 한 신혼부부는 문제의 그 신축을 먼저 보고 우리집에 왔는데, 안방의 붙박이장을 보고 '어머 붙박이장 너무 깨끗하고 커서 좋겠네요'라고 했다. '좋네요'가 아니라 '좋겠네요'라니, 이미 신축으로 마음 기운 분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가족이 우리집으로 계약을 한 시점은 우리 이사갈 날짜 2주 전이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그 집도 재건축 이주라 날짜 구애 없이 금방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잔금 날짜를 맞출 수 있게 된 것. 전세값은 조금 더 깎았지만, 영끌하지 않아도 되는 걸 생각하면 천만 다행 극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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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이사 안하고 한 군데서 살다 보니, 이번에 전세지만 부동산 거래를 해보면서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매도가 진짜 매우 중요하다. 시장가보다 조금만 낮춰도 바로 거래되는 주식과는 전혀 다르다. 매도우위, 매수우위 분위기가 바뀌는건 순식간이다. 아무리 집을 가지고 있어도 돈을 빌리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대출 금액도 매우 적다.
그리고 부동산비, 이사비, 입주청소비 등 말고도 비용은 많이 든다. 이사가기 전에 버리고 이사 가서 새로 사는 것들도 상당하다. 전세라도 집에 오가는 금액이 하도 크다 보니 그 밖에 비용들이 하찮게 느껴진다. 씀씀이가 커진다. -_-;;
신경쓸 것도 많다. 우리가 살 집이라면 그냥 살던 잔고장 같은 것도 전세주려니 미리 고쳐줘야 했고, 전세 들어가서도 교체나 수리가 필요한 것은 주인집과 잘 얘기해야 하고.
집이 커지니 수납이 넉넉한 건 무척 좋다. 처음엔 너무 커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었는데, 순식간에 적응된다. -_-; 다음에 집을 매매한다면 지금 전세집 크기만큼은 아니더라도, 40평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0평대는 청소 등 유지보수도 힘들고, 냉난방비도 쫌 두렵다.
어렵게 구한 전세라 별로 따질 수 없었지만, 지금 전세집은 거실이 안쪽에 위치해 어두워서 구조가 참 별로다. 거실에서 채광은 참 중요한 요소란 걸 다시 한번 실감. 집 주변 편의시설이나 식당 등도 여긴 좀 많이 불편하다. 그래도 다행히 재택할 때 종종 갈만한 매일 메뉴 바뀌는 백반집을 발견하여 애용하고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다. 익숙해지면 자기 동네, 자기 집이 제일인듯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는 것이 결국 부동산 가격에 반영된다. 그래서 누구나 다 좋다고 여기는 곳은 너무 비싸고, 적당한 가격에 좋은 곳 찾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미친 부동산 가격이 좀 떨어져야 세금이든 부동산비든 감당하겠는데, 다음은 전세일지, 매매일지, 어디로 갈지 등 또 천천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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