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본격 여행 블로그인 여기도 뜸...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확 늘기 시작하던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겪는 세계적인 pandemic 상황, 그리고 한달 넘게 재택근무라는 경험을 남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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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러스 이야기가 장식하는 세상이라니.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게 지나갔던 사스나 메르스 사촌이라길래, 그렇게 지나가려니 했다. 치사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나온 걸 보고는, 뭔지도 모르고 쉬쉬하다 터진 열악한 중국에서나 난리이고 다른 데서는 금방 진정되겠거니 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것들이 뭔지도 모르는 채로 반짝 유행하고 넘어갔을 거라고, 과학과 의학과 미디어가 발달해서 오히려 이렇게 소란스러운 거라고도 생각했다. 인류는 바이러스를 정복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온 녀석이라고 인류 역사상 손꼽을 만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비전문가인 내가 몰랐던 게 많은 건 당연하지만, 인류가 아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페스트 이후 최악이었다는 스페인 독감도 100년전이니 그렇게 파괴적이었지, 지금 21세기에 유행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때도 사람 많이 모이면 안좋다는 거 다 알고, 마스크가 품귀가 되었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전문가마다, 나라마다 마스크에 대한 얘기와 방침은 제각각이었다. 새로운 바이러스 앞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다지 전문가가 아니었다. 예전에 바이러스 방역에 참여했었다는 의사조차 틀린(것으로 얼마 후에 밝혀진) 말 하는 걸 봤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몇년간 연구했다는 어떤 사람은 오히려 자신은 이 바이러스에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자칭 '전문가'들은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의 방안은 물론, 의학적인 정답마저도 한 목소리로 내지 못하였다. 정치적으로 발언하는 '전문가'들이 참 많았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최선보다는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들은 하물며,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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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국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면서, 국민들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최대한 개방적으로 가면서도 대응한 것이 그나마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런 평가가 많다면, 우리는 어느 정권이던 간에 다음 위기도 이러한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작게 지나갈 위기에는 불필요한 cost가 들기도 하겠으나, 지금과 같은 큰 위기에는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마 숨기는 것을 지지하는 국민이 많은 일본의 경우에는 앞으로도 우리와 같은 방식을 따르진 않을테고, 이는 일본에 결국에는 좋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이번 정권에 적대적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글 한두개로 사람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대해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 하는 일이라 무조건 불평만 해도 되는 입장은 편하기는 하겠지만, 무책임한 말들이 많았다고 느낀다. 마음에 안드는 중국 막아라, 마스크 재사용 안된다, 왜 마스크 구하기 힘드냐, 개학 안하면 어쩌란 말이냐 등등. 초딩보다 더 단순한 주장들 뒤에는 대게 정부에 대한 적대감이 커보였다. 다른 나라들, 그것도 우리가 선진국이라 칭하던 나라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그 정부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고서야 무차별 까대기는 좀 줄어든 것 같다. 그러고 나니 이제 공은 의료진이 다 한 거고, 전 정권에서 메르스때 잘 만들어놔서고, 박정희 때 의료보험 잘 만든 덕이고... 심지어 질병관리본부는 잘했지만 정부는 한거 없다고도. -_-; 그럴거면 첨부터 아무 역할 없는 정부는 까질 말던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일 가능성도 많아 보이지만, 다시 되돌아봐도 각 시점에서 내가 정책 결정자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면, 지금까지는 최선에 가까웠다고 본다. 정책 결정자들이 덮고도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꼼수에 유혹을 느끼지 않아 다행이다. 지금에야 명확해 보이지만, 일본이 우리와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 나도 저게 맞는 거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최일선의 의료진들과, 방역당국 공무원들 등이 영웅적인 고생을 해준 덕이고. 그들의 피로누적과, 어려운 경제상황,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한 국민들까지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모드는 언젠가 완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였을 때 어떻게 폭증을 막을 것인지, 여전히 새로운 상황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방역 현장에 있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코로나19 안걸리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 밖에 없다. 마스크는 최대한 아껴써서 조금의 여유는 있으니, 공적마스크도 아이 것 한번 구입 빼고는 거의 안해왔다. 최근 한달 동안, 개인적인 친구 모임은 야외에서 산책 모임 한번, 외식은 점심 혼자 한번(열 테이블 정도 있는 식당에 멀리 한 테이블만 차 있었다), 까페도 경기도에 아주 한적한 곳에 가족끼리 한 번 간 게 전부다. 사실 초반엔 걸리는 것보다 그로 인한 파장(걸리면 아마 회사에서 유명인사가 되지 않을까)이 더 두렵다 했었는데, 몇몇 투병기를 보고 나니 이젠 걸리는 것도 매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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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회사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최근 몇 년간 도입되었는데, 어디서든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일하는 것이 가능하여, 이전에도 주말에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으면 굳이 회사에 안나가고 집에서 접속하여 처리하곤 했으니, 재택근무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예 full time을 재택근무로 하는 것은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눈뜨고 5분만에 하는 출근. 어떤 사람들은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고 한 다음에 컴퓨터에 접속해 '출근'을 하겠지만, 나는 눈뜨면 바로 PC를 켜는 것으로 '출근'한다. 아니, '출근'할 때까지 잠을 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인데, 같은 시간을 자고 일어나더라도 잠깨는 과정이 훨씬 덜 괴롭다. 일어나자마자 시간에 쫓겨 씻고 챙기고 해야 하는 부담속에 잠을 깨는 것보다, 컴퓨터를 켜고 이미 출근했다는 안도감(?) 속에 잠을 깨는 것은 훨씬 편안한 느낌이다. 출근 후 메일을 보면서 아침으로 빵류를 커피와 함께 먹는 건 사무실 출근이나 재택이나 비슷. 잠이 좀 깨면 출근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면도 시작한 이래 3주 동안 면도 안해본 건 처음. 수염이 엄청 길지는 않지만, 먹거나 마실 때 묻기도 하고, 입 주변에 뭐가 닿거나 바람에도 간질간질한 느낌이 신경쓰여서, 면도 안하기 실험은 3주만에 그만두었다.
그 다음은 근무 환경. 거실에 있는 책상에 앉아 널찍한 공간에서 자연광과 함께 일하는 근무 환경은 책상 한칸 주어진 사무실보다 훨씬 낫다. 집안일 및 낮시간 동안 아이를 봐주시는 분이 오후에 출근하시면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지만, 채광은 덜 좋아도 요즘은 창밖으로 만개한 벚꽃이 보인다. Kiwi가 가끔씩 interrupt를 하기는 하지만, 상황을 잘 이해하고 무리하게 놀아달라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아침에 눈뜨면 숙제부터 하고, 낮엔 옆에서 딍굴딍굴 책을 볼 때도 있고, 가끔 게임도 하고. 집에 머무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그다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화상이나 콜로 하는 팀 회의는 출근 때보다 더 자주한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 연락도 크게 불편한 건 없다. 타 부서 여럿이 모일 일이 있을 때도 있었으나 그룹 콜로 그럭저럭. 다만 임원보고는 잘 안된다.
회사에서 일정 비율 이하로는 필요할 때 출근하는 모드로 바뀌어서 두어번 잠깐씩 보고차 회사에 차를 가지고 다녀오긴 했는데, 역시 이동시간이 아깝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이라던지, 어디 만지면 손씻거나 소독해야 하는 것들이 꽤나 신경 거슬린다. 나 같은 경우 집중도 면에서도 집이 나았다. 초반에 잠시 Kiwi가 사촌형제들과 외가댁에 가 있었는데, 그때는 하루종일 혼자라 업무 집중도는 꽤 높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혼자는 좀 외롭다. Kiwi와 함께인 편이 더 좋았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업무가 상당히 바빴는데, 그때는 퇴근하기가 어려웠다. 일이 쌓여 있는데 퇴근해도 장소는 같은 곳이니 마저 해야할 것 같고, 그러다보니 최근 몇년간 가장 일을 많이 했던 주들이 재택근무 기간중이었다. 재택근무의 로망으로 일하다 잠시 쉬면서 기타 연습을 한다거나, 듣고 싶은 음악을 이어폰을 통하지 않고 오디오로 들으면서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둘다 해보긴 했지만 그다지...였다. 우선 일이 별로 없으면 원하는 딴짓(?)도 좀 하겠는데, 일이 많으면 집에 있거나 회사에 있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음악 틀어놓고 하는 건 생각보다 집중이 안되어서 하루이틀 해보고 말았다. 좀 일이 적어지면 그때는 음악을 잔잔하게 깔아놓는다거나 다른 딴 짓도 생각해보겠는데, 일단 최근 한달은 거의 바빴다. 그리고 잠시 짬이 난다 해도 딴짓을 하기가 더 어렵다. 회사에 있으면 출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잠깐 나가 한바퀴 돈다거나, 심지어 화장실에 좀 오래 앉아있어도 대략 용인이 되지만, 재택을 하면 딱히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감시를 안해도 일단 접속 기록이 다 남으니까, 자체 검열 비슷하게 하게 되어 업무강도가 더 높게 느껴진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택근무에 어려움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오가는 출퇴근 시간이 책보던 시간이라 책은 덜 읽게 되는 건 좀 아쉽지만, 어차피 맘먹고 우선순위만 높이면 되기는 하다.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재택근무를 종종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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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은 좀 빠듯했다. Kiwi와 시켜먹기도 하고, 테이크아웃을 해오거나 간편식 같은 걸 해먹기도 했는데, 어쨌든 집에서 먹으니까 치우기까지 해야 하고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집에만 하루종일 있기는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재택기간 동안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산책을 다녔다. 물론 실내나 사람 많은 곳은 안가고, 마스크는 끼고. 차 타고멀리 갈 수는 없으니, 동네 한바퀴만 다채롭게 다녔다. 전부터 자주 가던 공원 외에도, 의외로 사는 곳 주변에도 못보던 새로운 모습들이 많았다. 어차피 출퇴근 시간이 자율이라, 산책 때문에 점심시간을 보통 1.5시간에서 2시간까지도 썼다. 그러다보니 사무실 갈 때보다 '출근'은 빠른데 '퇴근'은 늦는 날도 많고.
(왼쪽) 이런 계단 근처에 여행책으로 가득찬 카페가 있었는데, 코로나가 지나가면 와보기로.
(오른쪽) 성당에서 이어지는 동산인데, 사람도 적고 좋다. 여기까지는 전에도 와봤는데, 오른쪽으로는 이번에 처음 넘어가보니 아래와 같은 전망이 나온다.
여기서는 주차장도 나오고 바로 주택가로 이어지는 신기한 길.
한적한 길가에서 확성기로 코로나 주의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면, 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기말 SF적인 풍경 같기도 하고.
한달여 걸어갈 만한 거리만 산책을 다니다보니 곧 새로움은 고갈되었다.
그리하여 재택 막판에는 급기야 자전거까지 진출. Kiwi는 자기 자전거를, 나는 따릉이를 타고 가다 보니 생각보다 옆동네까지도 금방이었다. 우리집 근처는 4방향 중 3방향이 언덕이라 자전거 탈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평지로 이어진 길로 쭉 가다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코스가 나왔다.
때마침 개나리와 벚꽃도 만개. 벚꽃 터널 같은 길도 있는데 아쉽게도 자전거로는 못가서 옆으로만 지나쳤다.
재택을 하면서 Kiwi와 꽤 오랜 시간 둘이 붙어 있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도 더 많이 하고, 산책도 같이 다니고 좋다. Kiwi도 친구들 잘 못만나니 내가 집에 있는 편이 더 좋은 듯 하고. 평일에는 집에 일찍 와봐야 밥먹고 나면 3시간 정도나 같이 보낼까. 재택 근무 시간 중에 딱히 interaction이 많지는 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생겨나는 유대감 같은 것이 있다. 저녁때 집에선 운동 조금이라도 하려고 Kiwi를 등에 달고 스쿼트도 좀 하고. ㅎㅎ
회사가 시내 한복판이라 출근을 하면 그다지 재미있는 산책코스가 없다. 그나마 청계천이 가까이 있지만 지겹고.
코로나가 아니라면 이동네 저동네 다니면서 재택 아닌 재택근무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이후에도 근무의 절반은 재택으로 해도 회사 성과에 마이너스일 일은 없어보이지만, 성과를 평가할 사람들은 입장이 다르겠거니.
참, 난 예전부터 회사에서 주로 점심을 빨리 먹고 자리에서 낮잠을 자는데, 20분 정도라도 눈을 붙여야 오후에 졸지 않을 수 있다. 약속으로 점심시간을 다 쓰거나 하면 오후에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은 편이다. 그런데 재택근무 하는 동안에는 산책으로 점심시간이 빠듯해서 한번도 낮잠을 잔 적이 없는데, 오후 근무 중에 졸았던 적이 한번도 없다! 매우 신기했던 깨달음인데, 이것이 출퇴근으로 인한 피로가 덜 쌓여서인지, 아니면 낮시간의 산책 덕분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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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금까지는 방역을 잘해왔으나, 앞으로는 어떨까? 사망자수 최소화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옳다고 여겨지나, 앞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떤 것이 최선일지 아직은 판단이 안된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환자수, 사망자수 모두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는 또 어떻게든 굴러가야 하니까.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대응했더라면 pandemic은 없었겠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고... 이미 여기저기 퍼져나가 스페인 독감처럼 해를 넘겨서까지 몇 차에 걸쳐 유행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스웨덴처럼 하면 집단면역이 생겨날까? 우한이나, 뉴욕,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사망자가 폭증할 정도로 앓으면 2차, 3차 발생 우려 없이 곧 정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걸까?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 인구의 25% 이상이 걸렸다는데, 인구 천만 이상 나라 중 현재까지 코로나 발생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도 확진자는 인구의 0.3%에 불과하다. 집계되지 않거나 무증상자까지 그 10배를 잡아도 3%, 집단면역을 말하기는 어려운 숫자 아닐까?
가장 성공적으로 보였던 대만은 해외유입으로 다시 불안해지고, 개학까지 했던 싱가포르는 인구당 확진자가 우리나라를 넘어섰다. 가장 희망적으로 보이는 그래프는 중국이지만, 데이터를 믿기도 어렵고 자유롭게 국경을 개방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집단면역은 자폭 수준으로 일부러 단체 감염을 겪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얘기 아닐까. 결국 이 상황의 끝은 전세계가 함께 맞이할 운명인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한 내 '예상'은 계속 틀려왔다. 초반에는 주식 시장 빠지면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빠졌었다. 점점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 악화되는 걸 보면서, 포지션을 바꿨는데, 반대로 주식은 계속 올라간다. 미국은 사실 작년 한해 급등한 것만 반납한 정도인데 이미 1년전 저점 정도까지는 왔다. 코로나 뿐 아니라 주식 시장에 대한 예상도 계속 틀리는 중이다.
백신은 꽤나 오래 걸릴 것이고, 치료제가 나와주지 않으면 경제에 타격은 적지 않을 것 같다. 싱가포르나 우리나라를 보아도, 큰 불길 잡은 뒤에도 쉽사리 풀 수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도 2분기까지는 매우 어렵지 않을까. 금융의 위기였다면, 각국의 정부나 중앙은행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믿어볼 수도 있겠는데,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준다느니, 연준이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느니,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것들이다. 몇 달 내로 바이러스가 확 잡히지 않으면 너무나 명확한 이유로 침체가 찾아올 것인데, 각국은 과감한 정책들을 쓸 준비들이 되어있지만, 유동성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재정적자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 뒤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세계적 규모의 큰 전쟁을 겪지 않은 우리 세대에게는 어쩌면 코로나19가 가장 큰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큰 피해도 없고, 사람들 못만나는 것이나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상황은 괜찮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는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꽤 괜찮은 상황. 하지만 이런 상황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괴롭다. 몇몇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이유도 잘 모른채 사그라들거나, 치료제가 어서 나와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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