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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by edino 2020. 4. 22.

전작 '보이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다'를 재미있게 읽어서, 카를로 로벨리의 신간이 나왔다길래 구입했다.

작은 크기에 240페이지, 부담없이 읽겠거니 했는데 왠걸, 전작보다 읽는데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물론 내용도 이해를 다 하려면 끝도 없을 것이고, 중간에 다른 빌린 책들도 읽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읽었다. 시간이 우리의 직관과 다르다는 것을 상대성이론 등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그나마 알겠는데, 뒤로 갈수록 저자의 주장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엔트로피 증가와 시간의 흐름을 '인류 원리' 비슷하게 풀어낸 것 같은데, 모호하다. 뒤로 가면 물리학이 뇌과학과 만나고, 마지막 부분은 아예 철학에 가깝고.

 

그래도 흥미로운 여행이었다.

 

 

윗부분의 카드 26장이 하트와 스페이드만 있으면, 이 또한 특별하다. 짝이 맞지 않거나 심각하게 훼손되기도 한 이 26장의 카드들이 사흘 전에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어떤 구성이든 특별'하기는 하다. 어떤 구성이든 상세한 부분까지 모두 관찰해보면, 독자적인 방식으로 특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자신의 아이는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어떤 구성이 다른 구성에 비해 좀 더 특별하다는 개념은 (예를 들면 검은 카드 26장 뒤에 놓인 붉은 카드 26장) 카드들의 어떤 측면만 봤을 때(예를 들면 색상만 보는 것) 의미가 있다. 모든 카드를 다 구별하면 구성은 전부 동등해진다. 어느 것이 더 특별하다거나, 어느 것은 덜 특별하지 않다. '특수성'의 개념은 세상을 대략적으로, 희미하게 바라볼 때만 만들어진다.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우리가 희미한 시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다양한 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산출하는 양이라는 점을 정확히 증명했다. 열과 엔트로피, 과거의 낮은 엔트로피 등은 자연을 대략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p.41)

 

상호 작용이 분자의 '위치'를 고정시키면, 분자의 상태가 변화한다. 분자의 '속도' 에서도 마찬가지다. 속도가 '먼저' 고정되고 그 이후에 위치가 고정되면, 분자의 상태는 두 사건이 역순으로 발생할 때와 '다른 방식으로' 변화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만약 내가 전자의 위치를 먼저 측정하고 속도를 그 후에 측정하면, 속도를 먼저 측정하고 그 다음에 위치를 측정했을 때와 다른 방식으로 전자의 상태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위치와 속도가 '교환되지 않는 것', 즉 아무 영향 없이 위치와 속도의 순서를 서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양자 변수의 비가환성'이라 부른다. 이 비가환성은 양자역학의 특징적인 현상 중 하나다. 비가환성은 두 물리적 변수를 측정함에 있어서 순서, 즉 시간성의 기원을 결정한다. 물리적 변수를 측정하는 일은 고립된 행동이 아니며 상호 작용을 포함한다. 이 상호 작용의 영향은 측정 순서에 따라 달라지며, 이 순서는 시간순서의 기본 형태이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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