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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9 : Croatia

Split #1

by edino 2019. 10. 27.

Trogir에서 다시 차로 30분쯤 달려 Split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2박 이상 숙소들은 모두 구도심까지 아주 가까운, 주차가 가능한 숙소다. 대부분의 구도심은 일반 차량이 못들어가거나 들어가더라도 주차가 불가능해서 구도심 안에 숙소를 잡지는 않았다. 숙소가 구도심에서 멀먼 또 구도심까지 차를 가지고 가야 해서 주차 문제가 있고, 저녁에 와인 한잔을 곁들일 수도 없으니 가급적 걸어갈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물론 이 조건의 숙소들은 구도심에서 먼 숙소들에 비해 대체로 비싸고 넓지 않다. 그래도 지난 이틀을 묵은 Zadar 숙소는 성공적이었다.

 

Split의 숙소도 구도심에서 아주 가까웠으나, 주차장이 5분 이상 걸어야 하는 곳에 있었다. -_-; 구글이 알려주는대로 와서 차를 잠시 대놓고 yeon이 숙소를 찾아 올라갔는데, 입구부터 찾기가 어려웠다. 알고보니 이곳은 거의 망해가는 백화점 같은 상가 건물의 위층을 숙소로 개조한 듯하고, 백화점 정문으로 들어가 올라가면 찾기 쉬우나 백화점이 닫은 시간이라 뒷문 같은 곳을 통해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야 했다. Apartment인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호텔에 좀더 가까웠다. yeon이 한참 헤매서 호텔에 겨우 갔다가 주차장 위치와 들어가는 방법이 적힌 쪽지 및 리모컨 키, 카드를 들고 왔다.

 

짐을 우선 내려두고, 홀로 주차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갔다. 호텔처럼 프론트가 있어서 체크인은 어렵지 않은데, 주차 미션 난이도가 상당했다. 꼭 어드벤쳐 게임을 하는 것 같다. 구글맵이 있어 다행이지, 지도와 흑백으로 인쇄된 안내 사진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찾기는 힘들었을 듯. 위치를 찾고 나서도 정확히 차를 어디에 대야 할지 알기 어려운데, 우선 카드를 넣고 차단기로 들어간다. 그 안이 모두 주차장이지만 내가 차를 댈 곳은 한번 더 차단기를 지나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주차장 문을 열기 위해 리모컨 키를 쓴다. 정해진 자리를 찾아서 차를 대고 미션 완료.

 

다시 걸어서 호텔로 가 체크인을 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문제는, 분명 5층 정도 높이의 방인데 창문은 반지하 같다. -_-;;

분명히 사진으로 본 것과 같은 방이기는 한데, 나는 창이 있고 커튼을 쳐둔 걸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커튼 위쪽이 밝긴 했지만 그건 그냥 커튼의 디자인이려니 했다. 실제로 보니 유리창이 반지하 마냥 윗부분에만 있고 거기서만 빛이 들어와 커튼 위쪽이 밝았던 것이다. 게다가 천장이 꽤 높아서 유리창으로 바깥은 볼 수조차 없다. 밖이 안보이고 창도 열 수가 없다보니 은근히 폐소 공포를 자극한다. -_-;; 프론트로 가서 컴플레인을 하였더니 그보다 작은 2인용 방이긴 하지만 내일은 어쩌면 창이 있는 쪽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확답은 아니지만 내일 아침 컨펌을 해주겠다고 한다. 뭐 호텔에서 속인 건 아니고 내가 잘못 본 것이니 더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내일은 방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수 밖에. 어쨌든 이번 호텔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호텔서 조금 쉬다가, 저녁 9시 가까이 되어 저녁을 먹을 겸 old city로 나왔다.

어차피 Split에서도 2박 예정이고, 따로 근교를 갈 예정도 아니라, 오늘밤엔 구경보다는 저녁식사 장소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도 페리스틸 광장은 지나가게 되었다.

와우, 여긴 정말 이탈리아 왠만한 도시보다도 로마시대 느낌이 난다. 더 크고 웅장한 건물들이야 여럿 있겠지만, 이렇게 주변을 둘러산 구조물들이 모두 온전하게 보존된 공간은 못본 것 같다. 광장이 넓지는 않더라도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 이런 분위기다 보니 정말 그 시대에 와 있는 듯한 느낌. 여기서 Split에 대한 점수가 확 올라갔는데, 사실 이후에도 Split에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 ㅋㅋ

 

동쪽 문인 Silver Gate로 나와 old city 바깥쪽에 있는 몇군데 식당들을 목표로 향했다.

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처음 간 한두 군데는 만석이었다.

 

결국 찾아 간 곳은 멕시칸 음식점. Croatia에서 멕시칸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나마도 이런 바깥 자리는 만석이라 실내 자리에 앉았는데, 요리 연기가 안으로 다 들어와 메케하기 그지 없고, 주문한 음식을 받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음식이 나왔다. 맛은 뭐 그냥 멕시칸.

 

식사를 마치고 다시 old city를 통과해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old city 근처 여기 분위기는 뭐 좀 동남아 같다. ㅎㅎ

긴 하루가 지났다.

방은 폐소공포를 유발하지만, 졸리니까 후딱 잤다. ㅋㅋ

 

다음날 기상하여 Split 구경 본격 시작. 숙소가 호텔 비스무레하지만 조식은 없다.

 

첫번째 목적지는 마르얀 언덕. 언덕을 오르려니 가급적 덜 더운 아침이 좋겠다.

주택가를 통해 올라가는 길을 택했는데, 중간에 있는 식당들은 아침에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거리도 경사도 적당히 오를만 하다.

 

언덕을 오르면 처음 전망을 볼만한 곳에 이런 까페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까지 언덕길만은 15분도 안걸린다.

여기는 설마 사유지일까? 너무 좋은 위치를 독점하고 있다.

마르얀 공원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 말고 공원 안에 까페나 식당은 더 없는 것 같다.

 

뷰가 이러하니 최고 명당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오전 10시쯤인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 자리를 잡고, 커피와 음료수를 마셨다.

10시쯤이라도 해는 쨍하다.

 

기력을 보충하고 공원쪽으로 좀더 올라간다.

마을이 아니라 여기 계단을 통해서도 이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내려갈 땐 이 길로 가볼 예정.

 

Split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이 길을 5분 정도 오르면 다시 이런 전망이 나온다.

길진 않지만 해를 피할 곳이 없는 땡볕 길.

 

마르얀 공원에서 우리의 목적지는 이곳, 성 니콜라스 교회.

보다시피 매우 작고 소박하여, 겉모습만 보면 2천년쯤 전에 지어진 건가 했는데, 고작(?) 1889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들어갈 수는 없고 안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만, 내부도 깜깜하고 매우 소박하다.

이 교회를 보고자 왔다기 보다는, 이쯤까지 올라가보자 하고 왔던 길.

 

내려갈 땐 아까의 땡볕 길이 아닌 숲으로 난 길로 내려왔다.

지도상 길 바로 오른쪽이 old Jewish cemetery라는데, 담벼락으로 막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아까의 까페 근처에서는 계단길로 내려간다.

그늘진 계단 난간을 차지하고 낮잠 늘어지게 자고 있는 냥이.

 

내려와서 Riva 거리로.

Croatia의 해안가 도시들은 대체로 old town에서 나오면 바닷가는 이렇게 식당과 까페가 즐비하고 사람들로 넘친다.

 

Old town으로 들어가는 서쪽 문인데, Cyprian's Palace가 바로 그 옆이다.

 

북쪽 문인 Golden Gate를 지났다.

로마병사 복장의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그 앞에 Nin의 Gregory.

Croatia의 조각가 이반 메슈트로비치가 존경받는 10세기경 Nin의 주교를 형상화한 것이라는데, 규모도 크지만 저 등빨과 포스가 주교라기보다는 혁명가 같다. 이 동상에도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식의 얘기가 있어 반질반질해진 발가락을 볼 수 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한 이런 점들은 관광산업의 위력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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