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laces

Cherry Blossom

by edino 2009. 4. 17.

짧디 짧은 벚꽃 시즌.
올해는 일주일쯤 빨리 왔다 간 것 같다.

우리집 앞 벚꽃은 4월 첫째 주말부터 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둘째주 금요일쯤에 절정을 이루었고, 주말엔 만끽하리라 하였으나 하루이틀을 못기다리고 토요일엔 벌써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볕드는 정도에 따라 달라도 절정은 3일 정도인 듯하니, 주말밖에 낮시간이 없는 직장인으로서는 벚꽃의 절정을 즐기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붐비는 곳은 꺼려하는 까닭에 그 흔한 여의도나 남산 벚꽃 한번 못봤고, 최근엔 주로 가까운 곳에서 벚꽃을 볼만한 곳으로 다니고는 한다. 대표적으로 현충원이나 서울대 캠퍼스, 방배동 S모 아파트 단지(위 사진) 등이다. 올해부터는 그런 곳이 한 곳 추가될 것 같다. 반포의 X모 아파트 단지가 그곳이다.

말많은 재건축 단지였던 이곳은 입주 시작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단지에서 길만 건너면 있는 고로 짓는 도중에도 봐왔는데, 겉에서 보기에 높다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심히 심난한 것이 도무지 왜 그리 비싼지 이해가 안갔다. 안그래도 붐비는 터미널 주변 교통만 더 막히겠구나 싶었고, 그래도 비싼 단지니까 안은 좀 잘꾸며놓지 않았을까 싶어 봄이 되면 단지 구경이나 가자고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난 주말 집에서 산책겸 걸어서 갔다.
역시 벚꽃은 절정이 살짝 지났지만, 단지의 조경 등은 기대 이상이었다. 보는 바와 같이 아파트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병풍처럼 둘러친 덕에 내부 공간은 잘 확보되어 있었고, 이래서 대단지가 좋구나 싶을 정도로 규모있게 잘 꾸며놨다. 특히 가운데 뻥 뚫린 길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주차장이 죄다 지하로 들어가는 요즘 추세는 매우 바람직한 듯 하다.

일생의 대부분을 아파트에서 살아왔기에 아파트를 특별히 답답하게 여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식의 단지도 꽤 좋게 느껴졌다. 동간 간격이 너무 붙거나 저층은 프라이버시에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뭐 이건 최근 재건축한 단지들의 공통적인 문제고..
(진짜 앞으로 30년 뒤에는 어찌 될려나?)


내년에 나무들도 좀더 자라고 절정일 때 오면 더 좋을 듯 하다.


전체적으로 단지가 콘도 등 리조트 분위기가 난다.
산책나온 주민들도 선캡으로 얼굴을 가린 차림새가 아니라 선글래스를 끼고 나다니는 분위기? -_-;
관리사무소를 겸한 건물엔 커피집도 있고, 곳곳의 벤치와 테이블은 간단한 소풍 기분도 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제는 아무도 놀지 않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의 놀이터와 달리 이 단지의 놀이터에는 아이들도 많았다. 바베큐 시설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ㅋㅋ

단지 곳곳에 꽤 많은 분수들은 물이 있구나 이상의 감흥을 줄 정도로 예쁜 건 아니었지만, 단지 내에 약간의 입체가 있어서 중력을 따라 물을 흐르게 해놓은 건 좋았다. 인공적이면 어떤가. 없는 것 보다 훨씬 낫다. 사유지인 아파트 단지 뿐 아니라 서울도 점점 이런 데 신경쓰면 좋겠다. 대운하 팔 돈이면 할 수 있는 게 참 많을텐데.

돈도 안받고 남의 아파트 광고해주고 있다. 사진은 그냥 그래도 한번쯤 구경해볼 만한 듯.
요즘 돌아다니면서 찍다보니 카메라가 점점 맘에 안들어지고 있다. 조만간 또 바꿀 듯.


벚꽃이 좀 아쉬워 현충원에도 들렀는데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았고, 방배동 S모 아파트 단지에도 올해도 들렀다.
아파트는 훨씬 낡았어도 벚꽃은 한 수 위다.


본가에 가다가 키위가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초등학교에서 한 컷.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