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말에 올해의 영화, 드라마를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제목만 달아놓았다가 말았는데, 생각난 김에 간단히.
올해('18년)의 영화 최종 선정은 Avengers Infinity War, A Late Quartet, Moonlight
'올해'의 기준은 내가 본 날짜라, '올해의' 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실제 '18년에 개봉한 영화는 Infinity War 하나이다.
'18년에 괜찮았던 영화가 그리 없었나 싶어 본 영화들 리스트를 다시 대충 훑어봤는데,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선정에 근접했던 좋았던 영화로는 잊혀진 꿈의 동굴, 오리엔트 특급 살인, Baby Driver, Leave no trace 등이 있으나, 이 중에도 '18년 개봉작은 Leave no trace(흔적없는 삶) 하나이다.
먼저 Infinity War. 개봉 전부터 Kiwi와 예고편을 100번은 보지 않았을까 싶다. ㅋㅋㅋ
그렇게 기대를 하고 봤는데도 재밌다니. ㅠㅠ
마블 얘기는 Endgame 후기 때 더 하도록 하자.
마지막 4중주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12년작인데, 모르고 지나간 영화였다가, 어느 책에서 보고 찾아보게 된 영화였는데 좋았다. 아마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보았다면 지금처럼 와닿았을까. 아닐 것이다. 요즘 절실히 느끼지만, 인생에는 각 시기마다 주어지는 것들이 있고, 이 영화는 나의 지금 이 때에 매우 와닿는 영화이다.
'14년 고인이 된 Philip Seymour Hoffman이 나오는데, 이 배우는 생각보다 젊었네. 게다가 이 영화에 나올 당시 그의 나이는 나와 별 차이도 나지 않는다.
좋은 평가는 많이 보았음에도, 거의 흑인들만 나오고 게다가 게이라니 그다지 선호하는 조합은 아닌데..
(인간적으로가 아니라 그런 소재를 다룬 영화로서 얘기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도 안보고 넘어간 '16년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쨌든 보았고, 포스터의 저 푸른빛처럼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내 삶과 닮은 점이 거의 없음에도 그러하다. 나도 그 칭찬 행렬에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종이건 성적 지향이건 마이너리티를 소재로 담은 영화들은 그 마이너리티 자체가 주된 요소로 부각되는 경우가 많게 느껴지는데, Moonlight 주인공은 진짜인 삶의 느낌이 든달까. 인간이기 때문에 쓰이는 마음이 같으면, 거기에서 보편성도 나오니까.
똑같이 흑인이 주인공이라도, Green Book은 백인 운전사만 너무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져서 별로. (마허샬라 알리가 두 영화에 모두 나왔다는 걸 지금에야 깨달았다. 이렇게 다른 느낌을 커버하는 배우라니.) Black Panther는 그냥 환타지니까 어쩌면 진짜 흑인들은 Black Panther 쪽을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별로였다. Call me by your name 같은 경우에도 Moonlight처럼 성장영화로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거 그냥 남녀로 바꿔도 괜찮은 얘긴가 하면 그게 또 아니니 역시 나에게까지 와닿는 보편성 측면에서 별로. 너무 파격적이고, 너무 섬세하고 뭐 이런 사랑얘기 별로라고.
올해의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와 미스터 션샤인.
근데 올해 본 드라마라고는 딸랑 세개뿐이다. ㅋㅋ 그것도 모두 본방 아니고 한참 뒤에 봤다.
탈락한 드라마는 스카이 캐슬. 볼 때 몰입도는 최고였지만 흥미 외에 감정적으로 건드려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서인지..
나의 아저씨는 초반부에 페미니스트들의 태클이 좀 있었는지 오히려 아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손이 잘 안가다가, 한번 보게 되었는데, 역시 아재라서인지 초반부터 꽤 몰입이 되었다. ㅋㅋ
이런저런 사건들보다도, 드라마답지 않게 진지하게 다뤄진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랄까, 그런 분위기가 어둑어둑한 화면이나 OST와도 잘 어울려 여운이 남았다.
미스터 션샤인은 사실 '19년에 시청하였으나, 그냥 여기서 언급하기로. (기준은 제멋대로)
근현대사라 어쩔 수 없이 시대상에 대한 고증이 비현실적이면 마이너스 먹고 들어간다. 판타지로 삼기에는 너무 무거운 시대, 주제이기도 하고. OST도 좀 단조롭고 아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기씨와 유진초이의 로맨스가 어찌 그리 애절하던지. 사실 둘이 달달하게 연애하던 드라마 앞 부분이 더 좋았다. 두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에 비해 나머지 조연들 역할(연기가 아니라 대본)들은 각자로서는 좀 아쉽기도 하고. 유진초이의 마지막도 너무 작위적이라, 여운이 좀 싹둑 잘린 느낌이다. 그래도 이들의 로맨스는 꼽을만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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