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Battlestar Galactica(이하 BG)가 4시즌의 대장정을 마쳤다.
작년 브로드앤TV가 하나TV던 시절에, BG 1시즌 전체가 무료길래 보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후딱 다 봐버렸다.
그리고 2시즌 보려하니 돈을 내라더군. -_-;;
이건 뭐 마약상들이 초보한테 처음에 거저 주는 거랑 똑같잖아!!
뭐 그래도 재미가 있었으니 4시즌까지 다 보고 말았다.
1, 2 시즌까지는 흥분하면서 보고, 3시즌은 처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다가, 4시즌은 마지막 시즌인고로 그간의 떡밥들을 주워담기 시작하면서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3, 4시즌 정도면 길이가 딱 좋은 것 같다. 뭐 24처럼 시즌별로 끝내는 게 확실한 드라마는 늘어져도 큰 상관 없지만, 큰 줄거리가 있는 드라마는 4시즌 넘어가면 예전 에피소드들이 기억이 안난다. 떡밥이 많다 못해 거의 떡밥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Lost의 경우에는 워낙 떡밥을 좋아하는고로 재밌게 보았으나, 그 많은 떡밥 기억하기도 힘들어서 완전히 끝나가면 보려고 그냥 미뤄두고 있다.
터미네이터와 블레이드 러너를 합친 것 같다고 하면 BG에 좀 모욕적이지만, 인간과 기계(사일런이라 불림)간의 전쟁으로 인류가 거의 멸종 직전이고, 기계는 사람과 구분이 안되는 동시에 몇몇 녀석들이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의 연출이자 주연인 Edward James Olmos가 Blade Runner에도 출연하였었다는 사실. 별로 비중있는 역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뭐 줄거리를 길게 논하는 건 손 아픈 일이고 그냥 4시즌과 마지막편 감상,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기억들 위주로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올린다. 중간중간 무지막지한 스포일러가 들어갈 수밖에 없음.
마지막회 답게 분량도 2배고, SF 물량도 좀 쏟아부어서 볼거리가 나름 있었지만, 사실 조금 실망스러운 점이 적잖은 마지막회였다. BG은 4시즌 10회에서 잠깐 멈췄다가 몇달 후에 다시 재개되었는데, 사실 10회에서도 마지막 5분을 빼면 나름 훌륭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몇몇 굵직한 떡밥들은 미해결된 채로 이겠지만... 떡밥은 떡밥으로 놔두어야지, 굳이 모두 설명하려고 하면 대게는 좀 시시해지게 마련이다. 어쨌든 내내 우울한 감이 없지 않은 이 드라마가 그렇게 희망차게 끝낼수는 없었는 모양. 진짜 20회의 엔딩은 훨씬 싸하다.
Boomer, Sharon, Athena, 8호, 이름도 많은 그레이스 박.
마지막화에서 좀 찡했던 장면이다. 인간과 사일런 사이에서 여러번 엇갈리는 선택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사람인줄 알던 시절 진 빚을 갚는 선택을...
Final Five를 제외한 4개의 남자 사일런 모델 중에 2호 레오반은 카라 트레이스와 가깝게 지내며 다른 여자 모델들과 한 편에 서고, 나머지 세 모델은 아무 생각 없는 순수한 악역에 가깝다. 다만 1호인 카빌은 꽤 많은 사연과 비밀을 갖고 있었는데, 엘런과 대화 도중 재미있는 얘기를 한다. 2천년간 여행을 하면서도 엘런이 한번도 보지 못한 초신성 폭발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을 때, 자기는 고작 이 전자기 스펙트럼중 극히 일부만을 감지할 수 있는 이 멍청한 젤라틴 안구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한탄하는 장면이다. 결국 엘런이 자신을 인간의 몸을 갖게 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감마선을 보고, 엑스선을 듣고, 암흑물질을 냄새맡고 싶었다는 기계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
이 장면이 나오는 4시즌 에피소드15는 가장 많은 정리가 이뤄지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예전 미드열풍의 시초라 할 V에서도 전쟁중인 두 종족의 교잡종인 여자아이가 신비적이고도 중요한 존재로 그려지지 않았나? 여기서도 이 아이 헤라가 매우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데, 마지막편 막판 사족같은 1,2분을 남겨놓고서야 왜 중요했는지 나오지만, 좀 억지스럽기는 하다.
딱히 닮은 건 아닌데, 나는 이 아이를 보면 괜히 sjh씨네 정윤양이 생각난다.
아마도 카라 트레이스의 아버지인 듯한데, 모두가 볼 수 있는 천사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쯤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7호 다니엘이 혹시 이 아저씨 아닐까 싶었는데 연도가 맞게 설명될 수 있는지 따져보려다 그냥 말았다.
정서불안 애정결핍 사고뭉치 카라 트레이스. 짜증도 좀 났지만, 정드는 캐릭터. 그에 반해 빌 아다마는 너무 범생이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정이 안간다. 10년을 같이 지내도 한달만 떨어져 있으면 뻘쭘할 것 같은 인물이랄까.
결국 카라 트레이스에 대한 구차한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깔끔하긴 하지만 이 장면도 꽤 싸~하다.
엄청난 비밀의 핵심인 척 하던 오페라의 환상을 비롯하여, 이들이 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낚시에 비하여, 정작 이들의 역할은 어이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그게 찔렸는지 막판엔 자신들 입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그게 전부야? 신이 우리에게 바란게 그게 전부야?"
뭐 사실 수많은 떡밥을 설명한다고는 했지만 결국은 '신의 뜻'이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편이던 타이 대령, 가장 끝에야 정체를 드러낸 엘런.
왜 엘런같은 여자를 좋아하나 싶었는데, 사실은 둘이 2천년 동안 연인었댄다.
William Adama스럽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다마 함장.
사실 이 old man이 연출을 겸하지 않았다면 빼지 않았을까 싶은, old people들의 장면들이 몇 개 있다.
그래도 뭐 그 후까시 넘치는 목소리는 함장역으로 최고다.
옆의 대통령 누님은 처음엔 웃는듯 우는듯 묘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나중에 몇몇 장면에선 표정이 너무 기묘해서 좀 어색했다. 어쨌든 오래 고생했는데, 드라마 끝까지 우울하게시리..
힐로는 시종일관 너무 얼굴에 힘주고 얘기해서 별로 정이 안간다.
무쟈게 중요한 아이를 낳은 이들 커플도 그냥 별로...
그보단 이쪽 커플이 비극적이라 안타깝지...
BG 1시즌 처음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만일 배우자가 사일런이라면? 뭐 그런 가정.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고민스럽지 않더라.
어느날 갑자기 trigger 되어서 나한테 도끼들고 쫓아온다거나 하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는..
결국 생각 나름인데, 생각 차이로 인해 힐로와 갤런의 결과는 이렇게 달랐다.
아무튼 마지막이 좀 불만족스럽긴 해도 그동안 재밌게 참 잘 봤다.
훌륭한 SF가 항상 그렇듯이, SF적 요소 자체가 재미있기보다는 그 설정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그런 드라마였다.
다음엔 뭘 볼까나...
얘길 들어보니 Big Bang Theory가 끌리던데, 재미있을랑가?
작년 브로드앤TV가 하나TV던 시절에, BG 1시즌 전체가 무료길래 보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후딱 다 봐버렸다.
그리고 2시즌 보려하니 돈을 내라더군. -_-;;
이건 뭐 마약상들이 초보한테 처음에 거저 주는 거랑 똑같잖아!!
뭐 그래도 재미가 있었으니 4시즌까지 다 보고 말았다.
1, 2 시즌까지는 흥분하면서 보고, 3시즌은 처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다가, 4시즌은 마지막 시즌인고로 그간의 떡밥들을 주워담기 시작하면서 또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3, 4시즌 정도면 길이가 딱 좋은 것 같다. 뭐 24처럼 시즌별로 끝내는 게 확실한 드라마는 늘어져도 큰 상관 없지만, 큰 줄거리가 있는 드라마는 4시즌 넘어가면 예전 에피소드들이 기억이 안난다. 떡밥이 많다 못해 거의 떡밥으로 이루어진 드라마 Lost의 경우에는 워낙 떡밥을 좋아하는고로 재밌게 보았으나, 그 많은 떡밥 기억하기도 힘들어서 완전히 끝나가면 보려고 그냥 미뤄두고 있다.
터미네이터와 블레이드 러너를 합친 것 같다고 하면 BG에 좀 모욕적이지만, 인간과 기계(사일런이라 불림)간의 전쟁으로 인류가 거의 멸종 직전이고, 기계는 사람과 구분이 안되는 동시에 몇몇 녀석들이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드라마의 연출이자 주연인 Edward James Olmos가 Blade Runner에도 출연하였었다는 사실. 별로 비중있는 역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뭐 줄거리를 길게 논하는 건 손 아픈 일이고 그냥 4시즌과 마지막편 감상, 그리고 인물들에 대한 기억들 위주로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서 올린다. 중간중간 무지막지한 스포일러가 들어갈 수밖에 없음.
마지막회 답게 분량도 2배고, SF 물량도 좀 쏟아부어서 볼거리가 나름 있었지만, 사실 조금 실망스러운 점이 적잖은 마지막회였다. BG은 4시즌 10회에서 잠깐 멈췄다가 몇달 후에 다시 재개되었는데, 사실 10회에서도 마지막 5분을 빼면 나름 훌륭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물론 몇몇 굵직한 떡밥들은 미해결된 채로 이겠지만... 떡밥은 떡밥으로 놔두어야지, 굳이 모두 설명하려고 하면 대게는 좀 시시해지게 마련이다. 어쨌든 내내 우울한 감이 없지 않은 이 드라마가 그렇게 희망차게 끝낼수는 없었는 모양. 진짜 20회의 엔딩은 훨씬 싸하다.
Boomer, Sharon, Athena, 8호, 이름도 많은 그레이스 박.
마지막화에서 좀 찡했던 장면이다. 인간과 사일런 사이에서 여러번 엇갈리는 선택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사람인줄 알던 시절 진 빚을 갚는 선택을...
Final Five를 제외한 4개의 남자 사일런 모델 중에 2호 레오반은 카라 트레이스와 가깝게 지내며 다른 여자 모델들과 한 편에 서고, 나머지 세 모델은 아무 생각 없는 순수한 악역에 가깝다. 다만 1호인 카빌은 꽤 많은 사연과 비밀을 갖고 있었는데, 엘런과 대화 도중 재미있는 얘기를 한다. 2천년간 여행을 하면서도 엘런이 한번도 보지 못한 초신성 폭발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을 때, 자기는 고작 이 전자기 스펙트럼중 극히 일부만을 감지할 수 있는 이 멍청한 젤라틴 안구로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한탄하는 장면이다. 결국 엘런이 자신을 인간의 몸을 갖게 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감마선을 보고, 엑스선을 듣고, 암흑물질을 냄새맡고 싶었다는 기계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
이 장면이 나오는 4시즌 에피소드15는 가장 많은 정리가 이뤄지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예전 미드열풍의 시초라 할 V에서도 전쟁중인 두 종족의 교잡종인 여자아이가 신비적이고도 중요한 존재로 그려지지 않았나? 여기서도 이 아이 헤라가 매우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데, 마지막편 막판 사족같은 1,2분을 남겨놓고서야 왜 중요했는지 나오지만, 좀 억지스럽기는 하다.
딱히 닮은 건 아닌데, 나는 이 아이를 보면 괜히 sjh씨네 정윤양이 생각난다.
아마도 카라 트레이스의 아버지인 듯한데, 모두가 볼 수 있는 천사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쯤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7호 다니엘이 혹시 이 아저씨 아닐까 싶었는데 연도가 맞게 설명될 수 있는지 따져보려다 그냥 말았다.
정서불안 애정결핍 사고뭉치 카라 트레이스. 짜증도 좀 났지만, 정드는 캐릭터. 그에 반해 빌 아다마는 너무 범생이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정이 안간다. 10년을 같이 지내도 한달만 떨어져 있으면 뻘쭘할 것 같은 인물이랄까.
결국 카라 트레이스에 대한 구차한 설명은 없었다. 그래서 깔끔하긴 하지만 이 장면도 꽤 싸~하다.
엄청난 비밀의 핵심인 척 하던 오페라의 환상을 비롯하여, 이들이 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낚시에 비하여, 정작 이들의 역할은 어이없을 정도로 소박했다. 그게 찔렸는지 막판엔 자신들 입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그게 전부야? 신이 우리에게 바란게 그게 전부야?"
뭐 사실 수많은 떡밥을 설명한다고는 했지만 결국은 '신의 뜻'이었다.
인간보다 더 인간편이던 타이 대령, 가장 끝에야 정체를 드러낸 엘런.
왜 엘런같은 여자를 좋아하나 싶었는데, 사실은 둘이 2천년 동안 연인었댄다.
William Adama스럽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다마 함장.
사실 이 old man이 연출을 겸하지 않았다면 빼지 않았을까 싶은, old people들의 장면들이 몇 개 있다.
그래도 뭐 그 후까시 넘치는 목소리는 함장역으로 최고다.
옆의 대통령 누님은 처음엔 웃는듯 우는듯 묘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나중에 몇몇 장면에선 표정이 너무 기묘해서 좀 어색했다. 어쨌든 오래 고생했는데, 드라마 끝까지 우울하게시리..
힐로는 시종일관 너무 얼굴에 힘주고 얘기해서 별로 정이 안간다.
무쟈게 중요한 아이를 낳은 이들 커플도 그냥 별로...
그보단 이쪽 커플이 비극적이라 안타깝지...
BG 1시즌 처음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만일 배우자가 사일런이라면? 뭐 그런 가정.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고민스럽지 않더라.
어느날 갑자기 trigger 되어서 나한테 도끼들고 쫓아온다거나 하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을 것 같다는..
결국 생각 나름인데, 생각 차이로 인해 힐로와 갤런의 결과는 이렇게 달랐다.
아무튼 마지막이 좀 불만족스럽긴 해도 그동안 재밌게 참 잘 봤다.
훌륭한 SF가 항상 그렇듯이, SF적 요소 자체가 재미있기보다는 그 설정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그런 드라마였다.
다음엔 뭘 볼까나...
얘길 들어보니 Big Bang Theory가 끌리던데, 재미있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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