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Obidos 구경을 끝내고, 11시반쯤 체크아웃 후 다음 목적지인 Nazare로 향했다.
Nazare는 Obidos에서 30분 정도면 가는 길. 역시 길은 좋다.
Lisbon 이후 우리의 숙소는 모두 좋았다.
Nazare의 숙소도 무척 좋았는데, 추천하는 곳이니 이름도 밝히자면 Home Sweet Praia.
이 마을 도로사정이 썩 좋지 않고, 일방통행이나 차량통제가 구글맵과 달라 숙소까지 좀 헤맸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호텔이 아닌 개인이 임대하는 아파트 형식인데, airbnb는 아니고 일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airbnb는 방주인이 무료취소 가능하다고 한 기간 내에도 airbnb의 수수료는 떼어가는 어처구니 없는 환불정책을 보고 나서 왠만하면 사용 안한다.
주방을 겸하는 거실과 따로인 침실, 깨끗한 화장실까지 가격에 비해 방 넓이나 상태는 무척 좋다.
호텔이 아니다보니 고정된 프론트가 없어 미리 약속시간을 잡아서 만나야 하는 불편은 있으나 아파트면 모두 해당되는 얘기고, 유일한 단점은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의 사정을 보면 주차장이 있을 만한 숙소는 매우 적다. 대신 미리 말해두면 친절한 주인 Ema가 동승하여 주차장까지 안내해준다. 공용 주차장까지 거리가 좀 있는 것은 안좋지만, 사실 주차장이 자리가 안좋은 것이고 이 숙소 위치는 매우 좋다!
숙소 바로 앞에서 바다쪽을 바라본 풍경이다.
건물 너댓개 거리만 걸으면 찻길이 하나 있고, 그 길을 건너면 바로 해변이다!
이곳은 관광도시이면서도 시골마을 느낌이 있어, 골목골목마다 거리에서 정어리Sardinha 굽는 냄새가 넘쳐난다.
방에서도 창문을 열었더니 생선 굽는 냄새가 확. 식당이 아니라 사람들이 집앞에서 구워먹는 거다. ㅋㅋ
하지만 해수욕도 식후경.
Ema에게 추천받은 해산물 요리집 Aleluia. 바닷가를 따라 많이 위치한 식당들 중 하나이다.
엄청난 맛집이라기 보다는 먹을만한 집. 사람들은 꽤 많다.
샐러드, 오징어 감자 요리, 국물있는 새우 등 해산물 요리에 간단히 Sagres 맥주도 작은 잔으로 한 잔씩 마시고.
근데 여기서도 국물있는 요리에 고수가 너무 잔뜩 들어가 있었다. -_-;;
고수 애호가가 아니라면 해산물밥 등의 요리에서는 미리 말해서 좀 뺄 필요가 있다.
확실한 해수욕이 예정된 날,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다행이다.
숙소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숙소에 비치된 파라솔도 들고 해변으로 직행.
우리가 여행한 때, 스페인은 불볕 더위로 난리였지만 포르투갈은 이상고온에서 비켜 있었다.
유럽의 여름답게 햇볕은 따가와도 그늘에 있으면 건조한 공기 덕분에 시원한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다른 유럽 지역 대비 위도에 비하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날씨가 계속 쨍하니 햇볕은 따가워서, 다니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햇볕 알레르기로 추정되는 오돌도돌한 것들이 팔다리에 돋아나고 있었다. 수영복이 래쉬가드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사실 이런 데 오면 우리 같이 입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래쉬가드는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 실용적이라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런데 햇볕은 따가와도 바다는 또 너무너무 차가운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바다는 저리가라일 정도.
대서양은 정말 왜이리 차고 거칠까. 여기도 파도가 세서, 한번은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있는데도 파도가 나를 덥쳐 패대기쳐짐과 동시에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휩쓸려갔다. 지금도 대서양 어딘가 떠돌고 있을 나의 선글라스. 올해 산 것이긴 하지만 싼 것이라 그나마 다행.
숙소에 비치되어 있던 파라솔을 펴놓은 건 좋았는데, 놀다 보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는 우리 파라솔에 대해 뭐라고 한다. 그리고 해변 뒤쪽에 죽 위치한 미리 설치된 천막들을 가리킨다. 영어가 잘 안통했는데 대충 눈치로 보니 주변에 아무도 이런 걸 펴놓지 않았다. 여기도 자릿세처럼 저 뒤에 설치된 천막들을 돈내고 빌려야 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 시야를 가리니 뒤에 천막을 이용하라는 건가? 알 수는 없었으나 어쨌든 여기 피면 안되는 것이 local 법인 듯 하니 우리도 접어두었다.
그 아저씨는 우리 옆에 위 사진과 같이 생긴 가림막에 대해서도 뭐라고 하는 것 같았으나, 이건 파라솔이 아니라고 항명한 듯? 결국 아저씨가 포기하고 물러갔다. 포르투갈 해변에선 저런 가림막을 많이 보았는데, 아마 바람이 많이 불어 날리는 모래 때문에 누워 있기 편하라고 저런 가림막을 설치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바다가 무척 차가와 아주 오래 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Kiwi는 신나게 바다와 모래사장을 왔다갔다..
그리고 해변에서 보이는 저 절벽.
이곳이야말로 Nazare의 시그니쳐.
해변에서 바라본 모습도 이 절벽으로 인해 여느 바다와 다르지만, 보기와 달리 쉽게 오갈 수 있는 절벽이라 더 특별하다. 윗동네, 아랫동네처럼.
윗동네로 쉽게 연결해주는 것이 이 푸니쿨라다. Ascensor da Nazare.
비싸지 않고, 자주 다녀 줄도 길지 않고, 아주 늦게까지 다니기까지 한다. (밤12시였나 새벽2시였나 기억이 오락가락)
특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올라간다.
창이 넓어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도 시원하다.
올라가면 단순 전망대 정도가 아니라, 진짜 동네다.
당연히 차로도 갈 수 있다.
이런저런 이름이 붙어있는 전망대들도 있지만, 그냥 절벽을 따라 난 길을 죽 따라 걸을 수 있다.
잘 보이진 않으나 푸니쿨라 길 왼편으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길도 있다.
급경사가 아니라 완만하게 지그재그라 내려가는 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는 왕복 모두 푸니쿨라로.
저녁을 윗동네에서 먹을지, 아랫동네에서 먹을지 정하지 못했었는데, 윗동네에는 이런 기가막힌 풍경을 배경으로 식당이나 까페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푸니쿨라 내리는 곳 근처에 그나마 아랫동네가 보이는 전망으로 카페가 하나 있긴 한데, 무슨 편의점에 테이블 몇개 내놓은 수준으로 보인다. ㅋㅋ
윗동네에서 저녁을 먹게 되면 어두워지길 기다려서 야경까지 보고 갈까 생각도 했었는데, 저녁먹을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저녁 6시반인데도 이렇게 밝아서, 어두워진 야경까지 보려면 식당을 찾더라도 꽤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저녁은 아래에서 먹더라도 윗동네 구경 일단.
여긴 윗동네 성당 노사 세뇨라 성당. Igreja de Nossa Senhora.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바닷가 마을 절벽 위에 이런 성당이라니.
8세기경 이스라엘에서 온 성모상이 발견되어 그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라고.
성당 안.
사실 이 절벽마을에 어울리는 건 이런 작은 성당, 메모리아 소성당. Ermida da Memoria.
12세기 성모마리아 발현지로 나름 유서가 있는 곳이라고.
안은 매우 좁은데, 지하까지 내려가볼 수 있다.
그리고 Nazare에는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파도다.
Nazare 윗동네에서 서쪽으로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등대가 하나 있고, 그 앞으로 엄청나게 큰 파도가 친다.
하와이의 서퍼 Garrett McNamara가 이곳에서 30미터짜리 파도를 탄 것이 유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74pnrYPozcU (0:46초, 1:20초)
그는 Nazare를 좋아했는지 결혼도 이곳에서 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날씨가 잔잔해 파도도 그리 높지 않았지만, 확실히 바다가 사나운 느낌은 있다.
나자레 해변도 여기서 멀지 않으니 파도가 안세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 길 끝의 등대를 중심으로 왼편은 사람이 바글바글한 나자레 해변인데, 오른편은 파도가 너무 세서인지 백사장만 펼쳐져 있고 인적은 드물다.
걸어가지 못할 거리는 아닌데, Kiwi 데리고 오르막을 다시 걸어올걸 생각하니 그냥 다음날 아침에 차로 잠시 들러보기로 하고 다시 아랫동네로 내려왔다.
내려와서 숙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고, 맑은 날씨 탓에 바다로 들어가는 해를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곳은 Celeste. 위에 얘기한 Garrett McNamara의 단골집이라고.
예약도 못했는데 우연히 창가자리가 나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고급요리들은 아니라도 다 맛나다.
와인도 싸서, 한병에 10유로 정도면 괜찮게 마실 수 있다. ㅠㅠ 이날은 화이트 와인 한병.
식사를 하고 숙소에 가니 거의 10시.
나는 Nazare 윗동네에서 본 야경이 너무 궁금했으나, Kiwi는 오늘 충분히 피곤하여서, Kiwi와 yeon을 숙소에 남겨두고 혼자 다녀왔다. 어딜 가기에도 편리한 숙소 위치였다.
Nazare의 야경은 그리 화려하진 않다.
아랫동네의 시끌벅적함에 비하면 윗동네는 매우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
그래도 와본 것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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