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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7 : Portugal

Lisbon #1

by edino 2017. 8. 29.

유럽 여행도 횟수가 몇번 되다 보니, 나라는 안겹치기 어렵지만 예전에 돌아본 도시를 다시 가게 되는 경우는 여전히 흔치 않다. 아무리 그곳이 좋았어도, 다른 갈 곳들이 아직도 많은데 또 그곳을 갈 만큼인 곳이라... 물론 출장이나 교통 거점이라 다시 들르는 경우는 제외. 주 목적지는 다른 곳인데 지나치는 경우는 몇번 있었는데, 작년에 인스부르크나,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 위해 인터라켄에 다시 들른 경우 정도가 그러하다.


이번에 리스본은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주요 목적지로 정한 첫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것도 3박이나 할애하였다.

다녀와서 느낀 건,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기억도 희미하더라도, 그리고 그곳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처음 가보는 곳들의 느낌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오래전 기억이 좋았을수록 그 느낌은 거의 환상처럼 바뀌어 있어, 다음에 갔을 때는 기억속 느낌과 다르기 쉽다.


이번 리스본이 나빴던 건 아닌데도 예전 그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다. 물론 리스본에서 이번이 처음인 곳들과 경험도 많다. 그것들을 포함하면 리스본에 3박을 할애한 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매번 이런 식이다. 다녀와서 좋았으니 일정을 잘 짰다고 자화자찬. ㅋㅋ 여행은 좋은 것이니 그 시간을 줄여 다른 곳을 다녀왔더라도 후회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주방이 있고 차려먹을 빵과 치즈, 햄, 음료수, 커피 등을 조금 구비해 두었다. 3박인데 이틀 정도 먹을 분량? ㅎㅎ 어쨌든 전날 늦게 도착하였으니 첫날은 그거라도 있는 것이 다행. 챙겨 먹고 리스본 구경 출발.


사진에선 잘 느껴지지 않지만, 거리가 꽤나 지저분하다.

서유럽보다는 터키에 좀더 가까운 느낌? 그래도 이스탄불보단 좀 낫다. ㅎㅎ

Kiwi가 더럽다고 뭐라 그런다. ㅎㅎ



숙소가 Rossio역 근처인줄 알았건만, 역까지도 10분 넘게 걸어야 한다.

우리 숙소가 위치한 곳은 Bairro Alto 지역.

몰랐는데 어제 택시를 타고 온 방향이 으슥해서 그랬지, 리스본에서 가장 불야성인 곳이다.



Rossio 광장까지는 이렇게 쭉 내리막.

그 말인즉 돌아갈 땐 오르막.



Rossio 광장 바닥의 이 무늬, 뭐라고 하더라?

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에서 본 기억에 새삼 포르투갈 식민지가 브라질 말고도 있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몇백년 전에 지구 반대편까지 큰소리치던 나라였는데, 오히려 지금 마카오와 포르투갈의 거리는 달만큼이나 먼 것처럼 느껴진다.


구글맵도 편하게 쓰고, 더불어 포켓몬고 마임맨을 잡아보고자 역 주변에 Vodafone 매장에 가서 선불 USIM을 구매했다.

9.9유로에 3G 정도였나? 생각보다 싸서 놀랐다. 로밍은 너무 비쌈.

미국에선 켄타로스를 못잡아 김이 새긴 했지만, 유럽에서 마임맨은 꽤 보여서 너댓마리 잡아왔다. ㅋㅋ

하필 여기 있는 동안 레이드에 전설 포켓몬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주변 레이드에 파이어가 나오는 걸 보고 지역 특화인가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_-;



가장 안타까웠던 방문지 Figueira 광장.

그러니까 지금 저 공사중인 건물 1층에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11년전에 먹은 별로 맛없는 생선요리와 맥주 한잔이 나에게는 가장 강렬한 리스본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건만. 이번에도 이 광장에서 저녁을 한번 먹으려던 계획은 광장을 보자마자 접었다. 공사도 공사이지만, 그때도 광장 주변이 찻길이기는 했으되, 이렇게 번잡하진 않았었다.



8월말에 방문했던 11년전 사진을 보면 거리에 사람 수가 확연히 적다.

이번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한 나라의 수도인 대도시에 전반적으로 이렇게 관광객 비율이 많게 느껴지는 광경은 처음 본다.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코메르시우 광장까지의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리스본의 첫 목적지는 벨렝Belem 지구. 11년 전엔 머문 시간이 짧아 못가본 곳.

광장 근처 tourist info에서 Lisboa 카드 24시간권을 샀다.



벨렝까지 전차를 타고 가려 하였으나 뙤약볕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대가 왔는데 이미 안에 사람이 많아 몇명 더 태우지도 못하고 떠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듯 보였다.

그래서 기차를 타기로 하고 좀 걸어서 Cais do Sodre역까지 갔다.

기차를 타면 벨렝까지는 금방이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 수준. Lisboa 카드로는 공짜.



Pasteis de Belem의 저명한 나타(에그타르트).

나타로 유명한 포르투갈에서도 제일 유명한 것 같으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나타일지도 모르겠다.

아, 저런 비주얼은 포르투갈에서도 다시 볼 수 없었다.

포장 줄은 길어도 내부가 넓어 금방 앉을 수 있었다. 가격도 안비싸고 Belem에 가면 안들릴 이유가 없는 곳.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제로니무스 수도원.

Lisboa 카드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서 나왔는데, 저기 보이는 긴 줄을 서지 않고 건물 중앙 쪽에서 카드로 입장권을 발급 받아 저 줄 옆으로 기다리지 않고 쏙 들어갈 수 있다.



내부가 아주 아름답다.



그리고 아무리 그늘만 가면 시원한 유럽 날씨라지만, 이곳은 특히 도드라지게 바람도 잘 불고 무척 시원했다.



딸려있는 성당도 아름답다.

우리가 방문하였을 때 마침 결혼식이 치뤄지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벨렝탑으로 향하는 길에 발견 기념비가 있다.



포르투갈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탐험가들과 그시대의 주역들이 웅장하게 줄지어 있다.

이런 황금기가 딱히 있어본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포르투갈 사람들이 이 시대를 볼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멀리 보이는 것이 4월 25일의 다리.

포르투갈의 74년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한 이름이라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닮아 보이는 건 그냥 느낌이 아니고 실제로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금문교와 금문교 닮은 다리를 같은 해에 다 보게 되었다.


벨렝탑까지 거리가 꽤 되어서 Kiwi는 중간에 아이스크림 보급.



도착한 벨렝탑.

역시나 긴 줄을 보고 이번에도 Lisboa 카드가 힘을 발휘해주지 않을까 기대하였으나, 줄은 다르되 둘다 비슷하게 길고 속도도 비슷하다. 길기도 하지만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더뎌 그냥 돌아갈까도 잠시 생각하였다가 그냥 기다려서 들어갔다.



내부는 비교적 한적한데 사람들을 조금씩 들여보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렇게 탑 위로 올라오는 길이 아주 좁은 나선형 계단이다.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으면 올라가려는 사람들은 그 행렬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나선형 계단의 중간중간에 나갈 수 있는 여러 층이 있으니, 꼬이기 시작하면 복잡해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한무리씩 term을 두고 입장시키고 있다. 



망루에서 밖을 내려다보는 Kiwi.



벨렝탑은 높은 곳에서 벨렝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것 이외에 내부에 크게 볼 거리가 많지는 않다.

내려와서 주변을 좀 둘러보다, 다시 돌아가려니 기차역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서 한참 걸어야 한다.

기차는 Lisboa 카드가 있어 공짜이나 되돌아가는 건 딱 싫은 일이라, 생각해낸 것이 Uber.

데이터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긴 하다.


Uber라는 기업을 좋아하진 않지만, 처음 타본 Uber는 외국인이 해외에서 쓰기엔 최고인 듯.

포르투갈에서 총 5번 시도하여 4번 탔는데, 못탄 한번 빼고는 가격도 싸고 차도 깨끗하고 기사들도 친절하고.

처음 공항에서 탔던 더러운 택시, 산만한 기사랑 비교되었다.


기차로도 몇 정거장 온 거리라 처음엔 소심하게 우리가 내렸던 기차역까지를 행선지로 우버를 부르려다, 최종 목적지까지 찍어봤더니 그래도 6~7유로 수준. ㅎㅎ

포르투갈에선 왠만한 곳을 다녀도 택시든 우버든 비용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일행이 두셋만 되어도 복잡하게 다른 교통편 생각할 필요 없을 듯.



그래서 우버로 내린 곳이 Cais do Sodre 역 근처의 Time Out Market.

오후 다섯시가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점심 아닌 점심.

저녁을 또 먹을 것이므로 헤비하지 않게 고른 메뉴는 문어다리 핫도그와, 조각 피자.



늦은 점심을 먹고 다음은 Ascensor da Bica를 타고 리스본의 수많은 전망대 중 첫번째 전망대를 가려 하였는데..

Time Out Market에서 가까운 곳인데 찾기가 좀 힘들었다. 구글맵이 일러준 근처인데 잘 안보이다 겨우 입구를 찾았는데, 때마침 공사중인지 얼마간 운행을 안한다고 써있다. -_-;



가파르기는 하지만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는 않아서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숙소로 향하는 방향이기도 하고.



그렇게 도착한 산타 카타리나 전망대.

전망은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지만 테주강이 잘 보인다.



일단 저녁 먹기 전에 휴식을 좀 취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거리가 좀 있지만 뭘 타기도 애매하다.


숙소에 돌아가니 벌써 저녁 6시.

돌아와서 좀 쉬려니 아직 시차적응이 덜된 Kiwi는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곳 해는 길고, 저녁도 안먹었고, Kiwi도 이대로 자다간 새벽에 깨어 시차적응은 더 힘들어질 것 같고.

한시간 반쯤 쉬다가, 꿈나라에 있는 Kiwi를 다시 데려와 저녁을 보낼 곳을 찾아 나섰다.



우선은 지도에서 보니 가까워 보이는 성 페드로 알칸타라 전망대로 향했다.

가이드북에 보니 이 전망대까지 경사가 심하니 경사를 올라가는 전차인 아센소르를 타도 좋다길래, 구글맵에 Ascensor da Gloria를 찍고 찾아갔다. 찾아가서 보니 주변에 오르막길이 안보인다? 전차 타는 곳을 보니 이곳은 이미 경사를 올라와 있는 오르막 종점. -_-;; 아직 주변 지리도 익숙하지 않던 때라 몰랐는데, 우리 숙소 주변도 꽤 높은 지대라 평지를 걸어와도 이 전망대가 나온다.


성 페드로 알칸타라 전망대는 공원에 바로 붙어 있다.

공사중인지 난간 앞에 철창이 한겹 더 둘러져 있어, 전망을 보기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리스본에도 언덕이 많아 곳곳에 이런 전망대라 불릴만한 곳이 많다.

11년 전에도 어딘가 최소 한군데는 전망대를 갔었는데, 풍경은 떠올라도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그때도 이름은 몰랐을 것이다. 아무튼 여기는 아니다.



저녁을 Rossio 광장 근처에서 먹기 위해 Ascensor da Gloria를 탔다. 걸어내려가도 별 상관없는 길이지만, Lisboa 카드가 있으니 공짜이고 줄도 짧아 안 탈 이유도 없다. 게다가 아직 Lisbon에서 전차를 한번도 안타보았다.


리스본에는 곳곳에 낙서가 많은데 보기 괜찮은 정도를 넘어선다. 너무 많고 딱히 봐줄만하지도 않다.

여기는 하다못해 전철에까지 낙서다.

아무튼 내려가는 건 금방.



대충 검색을 해보니 해산물 밥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는 것 같고, 이 근처에선 Uma란 곳과 Pinóquio란 곳이 유명하다. 가까운 건 Pinóquio였으나, 사람도 꽤 많고 분위기도 딱히 좋아보이지 않아서 지나쳐 Uma를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이곳은 바깥까지 줄을 서있다. 아무래도 Uma가 가격면에서 더 경쟁력이 있는 듯. 이곳도 분위기는 별 차이 없는데 꽤나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다시 Pinóquio로 향했다.


여기도 사람은  많았지만 기다리진 않아도 됐다.

11년전 Figueira 광장을 바라보며 먹던 저녁을 기대했건만, 이 레스토랑은 바깥에 앉아봐야 분위기가 위와 같이 별 볼일은 없다. (위 사진 왼쪽 파란색 건물의 1층이 Pinóquio)



저녁이 되니 시원함을 넘어 쌀쌀한 정도라, 우리는 실내에 앉았는데 어디서 축구 응원하던 무리가 뒷풀이를 왔는지 좀 시끄럽긴 했다. 음식은 먹을만 했는데, 다만 저 해산물 밥에 고수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특별히 고수를 좋아하지 않으면 빼달라고 하고 먹는 게 좋을 듯. 이후에도 설마 했다가, 한 세번쯤은 더 고수 때문에 덜 맛있게 먹은 듯.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이 싸서 안시킬 수가 없었다.

yeon이 속이 별로 안좋다 하여, 혼자 거의 마실 요량으로 화이트 와인 half bottle을 시켰는데 10유로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 와인 맛도 좋다.


Kiwi는 비몽사몽간에 짜증난 채로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앉자마자 또 잠들었다.

음식 나오고 나서도 조느라고 먹는둥 마는둥.


대부분의 포르투갈 레스토랑은 따로 주문하지 않은 빵과 올리브 등을 같이 내어주는데, 다 돈을 내는 것들이다. 필요 없으면 치워달라고 하거나 손대지 않으면 계산에서 빼주는데, 어차피 크게 비싸지 않으니 먹고 싶으면 부담없이 먹고 계산하자.


팁이 좀 고민이었는데, 블로그 등에서 워낙 말들이 달랐다.

포르투갈은 원래 팁문화가 없다는 얘기도 있고, 어디서는 바깥 자리에 앉을 때는 팁을 줘야 한다, 특별히 서비스가 마음에 안드는 거 아니었으면 10% 정도 내는 거다란 얘기도 있고 등등.

미국은 대부분 팁 쓰는 란이 있고 카드로 팁 주기도 쉬우나, 여기서는 카드로 낼 때 팁을 주려면 미리 따로 얘길 해야 한다. POS기에서 팁을 따로 물어보는 경우는 딱 한번 있었다. 확실히 팁이 거의 필수적인 것 같지는 않다. 매번 고민하다 서비스가 괜찮으면 10% 이상 주고, 별로면 안준 적도 있고 그렇다.


그러다 여행 후반기에 영미권의 포르투갈 여행시 팁문화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는 그냥 주기로 했다.

거기서는 팁을 주라는 얘기와 함께, 포르투갈이 관광 의존도가 높아 레스토랑서 일하는 친구들은 거의 한 철 장사라고, 성수기 지나면 다들 정부 보조금으로 어렵게 산다고. 그 얘길 보고 나니 또 안줄 수가 없다. 대부분 친절하기도 하고.



어제 비행기에서 봤던 그 도시의 불빛 색깔.

번잡스러움은 좀 가려지고, 밤의 리스본은 더 분위기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내려왔던 길도 전혀 다른 느낌.



가장 놀라웠던 건 불야성인 숙소 주변 풍경.

어제 올 때는 으슥한 골목길인줄 알았는데, 과연 Bairro Alto 지구 답게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한참 토요일밤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넘쳐난다. 관광객들이 많은 것 같고, 혼자나 좀 따로 걷고 있으면 여지없이 약쟁이들이 달라붙어 의향을 묻는다. 코카인? 11년 전에도 Figueira 광장에서 바바리 안쪽을 보여줌 안에 매달린 여러 종류의 약들을 보여주며 관심을 물어보든 아저씨가 생각나네. 이 동네는 이쪽으로는 꽤나 널리 퍼진 듯. 이번에도 리스본에서 걷다가 너댓번은 얘기 들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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