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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7 : Portugal

Lisbon #2

by edino 2017. 9. 4.

오늘도 숙소 냉장고에 있던 식량들로 아침을 해먹고 리스본 돌기 시작.



전날과 같이 Rossio 광장으로 내려와 Santa Justa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11년 전에는 그냥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엔 Lisboa 카드도 있고, 시간도 더 많고.

사실 이 엘리베이터는 여기서만 보면 생뚱맞은 위치에 있는 별로 높지도 않은 전망대 같은데, 올라가서 보면 좀 다르다.



엘리베이터 자체는 타본 엘리베이터 중에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크다.

창문도 있고 둘레에 의자도 있고.

올라가서도 이런 나선계단을 올라가야 전망대가 나온다.



앞에서 보면 그냥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독립적인 전망대 같지만, 뒤로도 연결되어 있어 높은 언덕 지형으로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카르모 수도원 쪽으로 연결이 되는데, 정확히는 그 앞쪽 건물에 연결되어 있다. Santa Justa 엘리베이터가 90년쯤 되었다니, 그럼 이 건물도 그정도 된 것일까?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지만, 올라가보면 전망이 상당하다.

그냥 뚫린 옥상같은 곳이라, 개방감이 좋다. 비가 오면 올라가기 곤란하겠지만.

다른 자연적인 전망 포인트들에 비해 이곳은 360도가 다 트여있어, 리스본을 조망하는 여러 전망대 중에 가장 좋았다.



수도원 앞으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나보다.

yeon은 거기서 수제신발을 살까 신어보았다 생각보다 발이 편하지 않아 그만두었다.



이쪽 지구는 어제 주로 다녔던 숙소 주변에 비하면 훨씬 거리가 깔끔하다.



리스본 대성당. 이 앞으로 관광용 3륜차 툭툭이 즐비하게 서있다.

동남아도 아닌데 툭툭이라니, 아무튼 이것도 11년 전엔 못보던 풍경.

내 기억속 가장 오래된 유럽 같은 모습이었던 포르투갈도, 10년이 지나면서 꽤 변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 곳은 대성당 바로 근처의 Cruzes Credo.

나타와 음료를 시켰는데, 어제 Pasteis de Belem의 나타에 비하면 그야말로 평범하다.

대단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은 아니지만, 오래된 건물 앞에 나무가 있고 하늘이 푸르니, 무척 여유롭다.



다시 걸어서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왠지 낯익은 풍경.

이름은 몰랐으나 11년전에 왔었던 곳이다.

다만 기억속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이때 이 전망대 부근은 무척 사람이 많았지만, 그때 사진을 찾아보니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고,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이 적다.



다시 걸어서 상 빈센테 드 포라 수도원.



그리고 그라사 전망대.



개인적인 리스본 전망대 순위는 Santa Justa 1위, 포르타스 두 솔 2위, 둘을 보았다면 나머지 전망대는 굳이 찾아가보지 않아도 될 듯.



상 조르제 성으로 향하는 길이 Google map이 알려준 길이 통제되고 있었다.

좀 돌아서 올라가는 길에 특이한 공간이 있다. 저 나무도 인상적이었고,



누군가 미술 작업 같은 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하는 작업같지는 않다.

철거가 계속 진행 중인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아주 오랜 폐허 같지도 않고.



상 조르제 성 내부에는 근사한 궁전같은 건물은 없지만, 꽤 넓다.


공원같이 꾸며둔 내부에는 공작새들도 돌아다니는데, 나무 위에 열마리 가까이 앉아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공작새도 잘 나는구나. -_-;;



저런 해자를 건너 들어가도,



내부는 여전히 꽤 널찍하고,



성벽까지 올라가볼 수 있다.

Figueira 광장에서도 보이던 그 성벽, 여기서는 그 광장들이 내려다 보이고.



왠지 마카오에서 봤던 Monte 요새도 생각난다.


여유롭게 돌아보았는데도 벌써 오늘 들르려고 했던 곳들은 대충 다 돌았다.

이제 오후 3시가 막 지났을 뿐이었다.


우리가 가져간 가이드북에는 리스본을 5개 지구로 나누었는데, 알파마&그라사, 바이샤&호시우, 바이루 알투&시아두, 벨렝, 올리베가 그것이다. 처음엔 올리베Olivais 지구는 거리도 좀 떨어져 있고, 새로 만들어진 곳이라 특별히 볼 건 없어보여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나머지 지구는 다 돌아보고 시간이 남다 보니 올리베도 가볼까 하게 되었다.


벨렝에서도 생각보다 안비쌌어서, 올리베까지도 우버를 불렀다.

역시 그리 비싸진 않은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우버가 없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의 차가 배차되었다.

문제는 한참 기다려도 배차된 차가 우리쪽으로 오지를 못한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닌지 일방통행을 잘못 탔는지, 계속 주변을 헤매기만 한다. -_-;; 한참 끝에 결국 우리가 취소를 했는지 그쪽에서 포기를 했는지 없던 일이 되었고, 우린 결국 조금 큰 길로 더 내려가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도 올리베까지 12유로 정도니 비싼 건 아니다. 다만 처음 공항에서 탔던 택시처럼 우버 차량보다 더럽거나 서비스가 별로일 가능성이 있고, 운이 나쁘면 가까운 곳을 일부러 돈다거나 하는 일도 당할 수 있으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우버가 좀 더 편한 건 있다.


아무튼 올리베는 리스본 구도심과는 전혀 딴판이다.

98년에 엑스포를 계기로 조성이 된 이곳은 옛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멀리 보이는 바스쿠 다 가마 타워와 해상 케이블카.

걷기 좋은 길이라, 우리는 바다를 따라 걸었다. (지도를 보면 분명 짤 것 같은데 강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다.)



걷다 보면 이렇게 길게 늘어선 식당가가 있다.

레스토란테 바칼라우를 찾아가려 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다섯시 조금 안된 시간은 점심과 저녁 사이에 식당이 닫은 시간이었다. 점심도 카페에서 음료와 나타 이후 먹은 게 없는 터라, 7시에야 저녁을 위해 다시 연다니 기다리긴 힘들어, 바로 근처에 있는 또다른 해산물 식당에 갔다.



Restaurante Peixaria.

포르투갈의 고등어 격(?)인 바칼라우(대구)는 어제 먹어보았으니, 오늘은 포르투갈의 꽁치 격(?)인 사르디나(정어리) 구이와 오징어 요리. 맛은 다 괜찮은데 정어리는 가시가 너무 많아서 먹기 힘들다. 따로 주문 안해도 빵과 같이 내준 진득한 치즈, 무슨 알 절임(물론 다 하나 하나 돈을 받는다) 같은 것들이 무척 맛있어서 빵을 더 주문했다. 올리브도 맛있었고. 날이 아직 밝아 본격 와인 마시기는 좀 뭣해 간단히 Sagres 맥주 한잔과 함께. 바다 같은 강 풍경과 함께, 올리베도 와보기 잘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Oriente역 쪽으로 걸었다.

리스본 중심부와 전혀 딴판인 풍경.

가다 보면 음악공원이란 곳이 있는데, 온몸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같은 것들이 아이들을 반긴다.



조금 더 걸으면 나오는 나수에스 공원에는 엑스포의 흔적인 듯 만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Oriente역 바로 앞의 바스쿠 다 가마 센터.

리스본에 와서 이런 현대적인 쇼핑몰은 처음이다.


음료를 사마시고, 둘러보다 yeon은 굽 재질이 코르크로 되어 있는 구두를 샀다.

특별히 싼 건 아니지만 발이 무척 편하다고.



센터에서 나오자마자 Oriente 역이 나온다.



11년 전에 리스본에서 마드리드로 넘어가는 야간열차를 탈 때 Oriente 역에서 탔다고 생각했는데,



역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 -_-;;

이런 역인데 기억이 안날 수가 있을까? 이 역이 아니었거나, 야간열차라 늦은 밤에 도착해서 잘 안보여 몰랐거나...


꽤 밝아보이지만 벌써 저녁 8시반.

여기서 기차를 탈까 하다, 표를 사고 어디서 탈지 알아보고 기다리고 하려니 택시가 낫겠다 싶어, 다시 택시로 귀가.


숙소에 도착하니 어제처럼 애매한 시간에 먹었다고 또 한번 만찬을 즐기기엔 너무 늦은 시간.

사실 11년 전에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와서 파두 공연을 보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도 Kiwi와 함께라 파두는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리스본을 두번이나 왔는데 파두 공연 한번 못본다는 게 왠지 좀 아쉬워졌다. 과연 아이를 데리고 파두를 볼 수 있을 만한 곳이 있을까? 오늘은 시차적응도 다 된듯 잘 따라다닌 Kiwi였지만, 방에 들어오니 더는 돌아다니기 힘들어했다. 결국 Kiwi와 yeon은 방에서 쉬기로 하고, 나 혼자 나와서 파두 공연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우리 숙소가 리스본 밤문화의 중심지다. 파두 공연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 Cafe Luso도 근처였다.

기대를 버렸던 파두 공연을 보게 되다니, 가족과 함께 다니면서도 이런 혼자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다니.


공연은 fantastic! 가수가 한번 나오면 서너곡을 부르고, 들어가면 좀 쉬는 시간이 있다 다시 다른 가수가 나오고 한다.

내가 막 들어갔을 때에는 여가수가 부르다 곧 들어갔고, 다음에는 중년의 아저씨가 불렀다.

그 다음에 위 사진의 할아버지가 나와서는 중년의 어리숙해 보이는 또다른 아저씨를 소개해줬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연습생(?)쯤 되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관광객처럼 보이기도 하는 옷차림에... 나는 혹시 저 아저씨가 숨은 고수는 아닐까 하며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ㅋㅋ 두번째 곡 부를 때는 가사도 다 못외운 듯 종이를 보며 불렀다. 오히려 반전은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장 같았던 이 할아버지가 직접 노래를. ㅎㅎ 정말 주인인지 그냥 가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노래도 취미로 하는 정도가 아니었고, 태도는 거침이 없다.


공연을 보려면 얼마 이상의 주문이 필요한데, 식사 시간을 지나서 음료만 하는 경우에는 비싸지 않은 와인 두잔 정도 시킬 정도의 금액이 minimum이었다. 화이트와 레드 각각 한잔씩, 딱 알맞게 마시면서 파두에 취하기 좋은 무대.


다만 나중에 옆에 한국인들이 들어와 앉아서 쉬는 시간에 그들 대화가 적나라하게 들린 건 아쉬움. -_-;;

여행지에서 만난 듯한 남자 둘에 여자 하나까지 세명이 시덥잖은 얘기들 하고, 몰랐는데 내 뒤에 앉아 있던 사람도 한국인이었는데 냉큼 거기 끼어 앉더군. 나는 왠지 일본이나 중국인인척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상황. -_-;;



그래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보통 밤12시 즈음에 가장 잘하는 가수가 나온다는데, 이 여가수가 그때쯤 나왔다.

음료 두잔 값으로 이런 공연을 코앞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

포르투갈 독재정권이 이용해먹은 3F 중에 하나라지만, 여행객들에겐 아름다운 경험.

현재의 포르투갈인들에게, 젊은이들에게 파두란 어떤 느낌인 것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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