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휴가에는 포르투갈에 다녀왔다.
Kiwi가 제법 커서 같이 다니는데 별 무리가 없어서, 3년 연속 여름에 유럽이다.
이번 여행지는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을 두고 재다가, 준비 시간이 무척 촉박하여 여행 일정 짜기가 더 수월해보이는 포르투갈을 우선 선택했다.
내게는 11년만의 포르투갈이다.
사실 11년전 여행의 주 목적지는 스페인이었고, 앞의 2박 동안만 리스본과 근교를 다녀온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더 젊고, 혼자이고 하다 보니 빡세게 다녀서, 이번과 비슷한 열흘 남짓한 일정에 포르투갈-스페인에 모로코까지 하루 다녀올 정도였다.
이번엔 열흘을 온전히 포르투갈에 할애하였다.
이전 여행에서 스페인도 모로코도 다 좋았지만, 짧아서 더 아쉬움이 많았던 곳이 포르투갈이었다.
(결과적이지만 이번 휴가 기간에 스페인은 폭염이 심해서 안가길 정말 다행이었다.)
처음엔 포르투갈이 그리 큰 나라도 아니니 어지간하면 다 돌아보겠거니 했는데, 여행책을 보다 보니 포르투갈도 은근히 갈 곳이 많다. 특히 남부의 Lagos, Sagres 등의 해변도시들도 가보고는 싶었으나, Lagos In-Porto Out 이런 표는 안나왔다. 리스본에서 차나 기차로 다녀오기엔 이동 시간도 많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코스짜기는 영 별로라 일정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8박 정도의 일정이라면 Lisbon-Porto 사이에만도 갈 곳이 넘쳤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Lisbon(3박) - Sintra - Obidos(1박) - Nazare(1박) - Coimbra - Aveiro - Costa Nova - Porto(3박) - Braga
어차피 대도시 안에서 렌트는 효용이 떨어지므로 중간에 Lisbon을 떠날때부터 렌트를 시작하여 4일간만 빌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육아휴직중인 yeon이 일정짜고 예약하는데 좀 도움을 줬고, 출발전에 숙소도 모두 예약을 마쳤다.
아쉽게도 포르투갈은 아직 직항이 없다.
그래서 안그래도 먼 길,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 것이 최대 단점.
새삼 지도를 보면 유럽이라고 다 비슷하게 먼 건 아니다.
흔히 보는 메르카토르 도법의 지도에서는 더 멀어보이는 아이슬란드가, 실제로는 포르투갈보다 더 가깝다.
(찾아보니 서울에서 레이캬비크까지가 8,393km이고 리스본까지는 10,433km라고 나온다.)
작년에도 탔던 루프트한자를 선택하여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탔다.
거의 성수기의 시작이라 비싼 표 값은 어쩔 수 없지만, 게중에는 싼 편이고 편간 대기 시간도 짧은 편이다.
전에 홍콩에서 돌아올 때 A380 비즈니스도 타봤지만, 루프트한자 A380은 먼가 좀 다르리라 기대를 했으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렇게 구렸었나? 영화도 참 볼게 너무 없고, 터치도 구닥다리.
잘 기억은 안나지만 작년에 탔던 비행기가 더 신형이었나 싶기도 하고.
나름 비행기 안에서 영화와 게임할 생각에 들떴던 Kiwi는 전에 봤던 레고 배트맨 무비만 줄창 보다 지겨워서 몸이 꽈배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 비행기는 인천에서 출발이 좀 지연되어서 갈아탈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는데, 승무원들도 아무도 안 챙기고, 입국심사 줄도 길고 느려서 놓치면 어쩌나 싶었는데, 게다가 다시 security check 하는 곳에서는 인천공항 면세점서 산 걸 가지고도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하고 우린 급해 죽겠는데 다들 여유만만이시다. 밤 11시에 리스본에 도착하는 비행기라 혹시 놓치면 프랑크푸르트에도 혹시 그날 더이상 비행편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난감한 상황.
겨우 모든 수속을 끝마치고 게이트를 향해 뛰다시피 하는데, 하필 게이트도 그 커다란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끝에서 끝. Kiwi가 그 거리를 계속 뛰는 건 무리라 나라도 먼저 가서 비행기 문 잡아놓으려고 한참 뛰다시피 갔는데...
결국 프랑크푸르트-리스본 편도 지연. -_-;;; 앞 비행기가 늦어진 영향으로 환승자들을 고려한 지연인지, 그래서 아무도 안챙겼는지 알 수는 없으나, 게이트 거의 다 가서야 그걸 알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허탈. 게다가 지연되었다고 알려진 시간보다도 훨씬 더 늦게 비행기는 문이 열렸다.
우리의 여행 첫 리스본 숙소는 정식 호텔이 아니라 B&B 같은 거라, late check-in이라고 이미 35유로도 더 지불하기로 해둔 예약이었지만, 그보다도 비행편이 더 늦어지니 미리 알려야 했다. 공항에서 겨우 wi-fi 잡아서 더 늦는다고 메일 보내놓고 혹시라도 그 야심한 밤에 방주인 못만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아무튼 비행기는 떴고, 프랑크푸르트-리스본 구간 비행기는 스크린도 없다.
그래도 간단한 야식은 줬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3시간이 더 걸릴만큼, 리스본은 꽤나 멀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가까운 도시이니, 우리는 태평양을 보고 출발해 대서양을 보고 내린다.
지연이 안되었더라면 16시간이 걸리는 여정인데 우린 2시간은 더 걸린 듯.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리스본의 야경은 아름답다.
도시 전체의 불빛들이 거의 비슷한 저런 노란색인게 다른 도시들도 야경이 저랬던가 싶었다.
여기서도 활주로에 내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11년전 리스본 공항이 기억이 날리 없다.
짐이 나오는 곳에 대한 안내도 부실하고, 나오는데도 한참.
벌써 밤 12시가 넘었는데, 이래서 낯선 도시에 밤늦게 떨어지는게 마음에 안들었었단 말이지.
짐찾아 공항 밖으로 나와보니 택시줄은 아직도 길기만 하고...
한참 기다려 탄 택시는 참으로 지저분하다. 젊은 기사는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대면서 불안하게 운전한다.
다운로드해둔 구글맵으로 경로를 보고 있는데 야심한 밤에 불안하게시리 왠지 좀 돌아가는 것도 같고.
리스본 숙소는 거의 전적으로 yeon이 찾아서 예약했는데, 숙소 위치가 교통상 매우 편할줄 알았는데 꽤 좁은 골목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그래도 기사가 이쪽 길을 잘 아는지 네비도 안보고 정확한 위치에 내려주었다.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무런 간판도 없는 문에서 키 큰 청년이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문 밖으로 나와주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표시도 없어 한참 헤매야 했을 뻔했다.
처음 그 청년과 얘기한 이곳이 나는 로비같은 곳인가 했다. 안쪽에 따로 방이 몇개씩 있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 전체가 우리가 빌린 방이었다. 여기 바로 옆으로 주방이 있고, 더 안쪽으로 화장실과 침대방이 있다. 넓이는 일단 합격.
정해진 late check-in 요금도 냈지만, 예정보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우리탓도 아닌데 신경쓰지 말라고 친절하게 말한다. 이 친구, 친절한 건 좋은데, 너무 친절하다. 한참을 비행기를 타고 왔고 벌써 새벽 2시라 우린 중요한 얘기만 듣고 좀 쉬고 싶었는데, 뭐 이런 저런 얘기를 30분씩이나 했다. 혹시 자기에게 급히 연락할 일 있으면 쓰라고 피쳐폰도 하나 내어준다. ㅎㅎ
나머지 금액 정산하고 겨우 돌려보내고, 시차적응이 빨리 되길 기원하면 잠자리에 들었다.
Kiwi도 뭐 작년보단 시차적응이 금방 된듯.
이 숙소는 같은 브랜드로 리스본 곳곳에 방들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은데, 다 모여있지는 않다. 그래도 규모가 꽤 되는지 그 숙소 이름으로 리스본 안내 앱도 있다. 소개해줘서 받아봤는데 꽤 정보들이 많고, 위치 기반으로 주변 검색도 되고 해서 몇번 써먹을 일이 있었다.
암튼 예약 사이트에서 이 브랜드 숙소 평가는 꽤 좋은 편이었는데, 우리가 묵었던 이 방은 별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다음날 일어나서 방을 다시 보니 일단 제대로 된 창문이 없다. -_-;; 문 윗쪽이 창으로 되어 있고 그걸 또 여닫을 수 있게는 되어 있으나, 1층이고 잘 고정도 안되어서 열어두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대신 이상한 발코니 같은 공간이 안쪽에 있는데, 밖으로 경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짝에 쓸모 없는 공간이었다. -_-;
거기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렇다. 윗층에서 빨래 같은 것도 널어두고.
근데 그러고보니 여기 윗층들은 어딜 통해서 올라가는지 궁금하네.
전날 봤을 땐 전반적으로는 깨끗한 듯 했으나 아침에 보니 군데군데 잘 보이지 않는 곳들 상태도 영 별로다.
뭐 여러곳에서 묵는 여행이면 기왕이면 숙소는 점점 좋아지는 편이 좋다. 그런 면에서 리스본 숙소가 제일 별로였던 건 그나마 다행이려나.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묵은 곳이란 건 함정. -_-;;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리스본에선 숙소 운이 영 별로다. ㅎㅎ
언젠가 그때 묵었던 방 사진도 한번 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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