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번 여행중 가장 긴 이동이 있는 날.
스위스에서의 일정은 내일부터 Grindelwald에서 2박하는 것 이외에 정해져 있지 않다.
오늘 이후의 일정은 일부 동생과 yeon에게 나눠 맡겼다.
가다 보니 만년설이 뒤덮힌 거대한 산이 우리 눈앞을 가로막는다.
눈앞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은 압도적인 느낌으로만 말하자면 돌로미티 어느 곳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과연 이래서 자연스럽게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국경이 되었던 것일까도 싶고.
Stelvio Pass에 접어드는 어느 작은 마을에서 본 모습이 가장 압도적이었는데, 가까이 가면 더 잘 보이겠지 하고 차를 멈추지 않고 그냥 갔던 것이 아쉽다. 위 사진은 한참을 더 가서 찍은 것인데, 마을 입구에서 산 전체의 모습이 더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었었다. 구글로 위치를 정확히 못찾겠는데, 대략 이 근처였을 것 같으나 360도로 보아도 실제의 느낌은 잘 살지 않는다.
저 산 위쪽을 보면서도 설마 저기 끝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거의 다 올라간다.
이렇게 180도로 꺾이는 길이 수도 없이 이어지는데, 도는 곳에서 버스라도 마주치면 고역이다.
작년의 이태리 남부 아말피 해변, 이번의 돌로미티 곳곳을 다 합쳐서 Stelvio Pass의 운전 난이도가 가장 높다.
이렇게 높고 험한데도 Stelvio Pass는 바이크들의 천국.
자전거와 오토바이 모두 자동차만큼 많다.
Pass 꼭대기에 오르면 진정 바이커들의 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해발 2,757m에 식당도 있고 호텔도 있고, 바이커들이 입을 쫄쫄이 옷도 팔고 그렇다.
올라온 길을 위에서 돌아 보는 느낌은 확실히 아래서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저 길을 다시 오른다고 위에서 본 view로 보면서 올라올 수는 없다. 다만 얼마나 걸릴지, 어느 정도 노력이 들지를 알 수 있어 막막함이 덜하긴 하겠지.
피자 등을 파는 식당에 들어가 점심 주문을 해놓고 yeon과 둘이만 바로 앞에 있는 언덕에 조금 올라봤다.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이 금방 발 아래가 된다.
다시 내려와 식당으로 가다 보니 상당수의 바이커들은 이 소시지빵을 사먹고 있다.
점심 먹고 나오면서 한개를 사서 나눠 먹어보았다.
3.5유로였던가? 특별한 맛까지는 아니지만 재미로 사먹어볼 만하다.
네비를 찍어보니 다행히 돌아가지 않고 넘어서도 Andermatt로 갈 수 있다.
아직도 Andermatt까지는 4시간 거리. 가는 길 중간에 있는 Chur를 들르기로 하였다.
Stelvio Pass를 내려오는 길은 좀더 수월했다.
고갯길을 다 내려와 네비를 따라가다 한번 길을 놓쳤는데, 다시 갱신된 길로 가다 보니 어느덧 짧은 터널이 외통으로 되어 있고 차단기로 막힌 채 요금을 받고 있다. 그것도 무려 35CHF! 아직 스위스 고속도로 비넷도 못샀는데 무슨 유료도로길래 이렇게 비싼가 했다.
그런데 요금을 내고 조금 앞으로 가니 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듯 모두 정차해 있는데 앞의 공간은 이렇게 비어 있고 아무튼 좀 신기하다. 저 건물에 화장실이 있는 것 같아 차를 앞으로 빼서 화장실도 다녀왔는데도 신호는 바뀔 생각을 안하고... 그래서 조그만 안내 책자를 보니 대략 감이 왔다. 차가 열차에 올라타서 건너는 구간인 것이었다. 그래서 가격도 그렇게 비쌌구나.
이 역의 이름은 Sagliains. 사실 우리는 공항에서 공항까지 렌트를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중간에 따로 열차여행이 없다고 아쉬워 하셨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열차를 타게 되었다고 모두들 들떴다. 우리도 다시 다른 차들과 같이 줄을 서 있으니 마침내 열차가 들어왔다. 죽 이어진 열차는 차량만 타는 열차였고, 차들이 차례차례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드디어 출발. 오오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는 터널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도착할 때까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로만 갔다. -_-; 나중에 찾아보니 20km의 직선으로 된 터널이다. 열차 사이사이, 차 앞에 조명이 있어 앞차 정도는 보이지만 좌우는 컴컴한 길이 계속되니, 폐소공포증이라도 있다면 상당히 괴로운 구간이 될 것 같다. 나도 좀 불편했다. -_-;
터널을 나와 차가 열차에서 내려 50여분쯤 더 가서 Chur에 도착했다.
사실 Chur에 대해서는 알아본 바가 거의 없어, 일단 보이는 마트에 차를 세웠다.
작은 마을들로마 다니다 보니 Chur는 제법 큰 느낌의 도시, 마트도 제법 크다. 여기도 Coop.
와인도 사고, 초콜릿도 사고...
유럽의 도시는 대부분의 볼거리들이 구시가쪽에 몰려 있기 마련.
일단 구시가쪽으로 향한다.
정보가 별로 없으니 어디서 무얼 봐야할지도 모르나, 눈에 띄는 곳들은 있는 법.
저 계단을 올라보기로 한다.
교회가 보이고, 구시가에서도 가장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은 곳.
그런데 관광지 치고는 아직 성수기일 8월 중순인데 너무 한적하다.
Kiwi는 그래도 잘 따라다닌다.
한적해도 너무 한적하단 말이지.
따지고 보면 스위스의 상징같은 예쁜 알프스 산 마을이거나 거점도 아니고, 마을 자체로라면 유럽에는 다른 멋진 도시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는 없겠지만.
사실 우리도 이곳은 목적지인 Grindelwad를 향해 가다 묵어갈 Andermatt에 가다 들른 곳일 뿐이다. 다니다 보면 이렇게 우연히 들른 곳이 대박일 때도 있지만, Chur는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다시 1시간 40분쯤 차로 가면 Andermatt가 나온다.
여기저기 들러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꽤 시간이 늦었다.
다시 고갯길을 넘다 보니 오늘 묵어갈 마을 Andermatt가 보인다.
자동차로도 기차로도 산 넘어가는 중간에 위치한, 보기에도 작아보이는 마을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는데 이곳은 가족이 경영하는 호텔 겸 레스토랑인 듯하다. 안주인이 체크인할 때 우리더러 정말 낮은 가격에 예약을 했다고 강조. -_-;; 뭐 우리가 막판에 예약을 하여 확실히 싸게 예약한 듯 싶긴 하지만, 사람이 많은 건 아니었으니. 1층은 레스토랑, 2,3층을 객실로 쓰는 것 같다. 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 쯤은 익숙하다. 방은 기대 이상으로 깔끔! 이번에는 인스부르크에서의 첫날처럼 방을 2개 빌렸는데 이번에도 맞붙어 있는 방이라 편했다. 특히 3명이 자는 우리 방은 더블침대와 2층침대가 있어 4명까지도 잘 수 있는 방이어서 제법 쾌적했다.
시간도 제법 늦었고, 모두 피곤하기도 하고, 식사는 멀리 안나가고 1층의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체크인할 때 보니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고, 뭐 숫자가 많지는 않아도 tripadvisor에서 Andermatt 레스토랑 2위이기도 하다.
안주인이 자기 남편이 요리도 잘한다면서 메뉴에 없는 요리도 주문하면 다 해줄 수 있다고.
자랑할만 했다. 저 문어다리는 양이 좀 적었지만 부드럽고 맛났고, 리조또도 역시 맛나고.
요리로만 치면 오랫만에 제대로 된 음식점에서 요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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