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여행이 2박이 넘어가면 보통 주변 도시 항주나 소주 혹은 수향마을에 다녀온다.
나는 원래 수향마을 중 하나인 시탕에 가고 싶었으나, 편의를 위해 투어버스를 타면 왕복 시간을 맞춰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상당히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하고, 또 버스에서 Kiwi가 중간에 갑자기 응가 마렵다고 하면 그 이후 상상되는 난감한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이라. 그래서 편하게 고속열차로 갈 수 있는 소주(쑤저우)에 가기로 하였다.
상해는 볼거리들이 모여있을 뿐 아니라 기차역도 가깝다.
우리 숙소에서 지하철 한번 갈아타고 도합 4정거장이면 간다.
상해기차역은 역시 크고, 사람도 많다.
말이 잘 안통하니 대충 산 표가 1등석이었다. 35분 정도면 가는지라 굳이 1등석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크게 비싼 건 아니라 그냥 탔다. 1등석은 텅텅 비어 있다. 삐까뻔쩍하진 않지만 탈만하다.
차창 밖 풍경은 희뿌옇고 별 볼 거리도 없다.
그런데 어쩌다 찍힌 이 사진은 왠지 여유로운 유럽 어디쯤의 시골 느낌. 사진이 잘못 나온 거다. ㅋㅋ
고속철 직행이기 때문에 소주 기차역까지는 금방이었다.
역 주변은 한참 개발중인 듯한 도시 모습.
그러나 소주의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곳은 이렇게 차가 다니지 않고 잘 정돈된 모습이다.
소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정원,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졸정원만 가볼 예정이다.
하지만 나는 원래 수향마을에 더 가고 싶었기 때문에, 소주에도 있는 이런 운하마을의 모습에 더 기대가 컸다.
기대만큼은 되었어서, 소주로 온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졸정원은 역시 중국의 유명 정원답게 규모가 대단하다.
북경을 출장으로 수십번 다니면서도 이화원을 못봤었는데, 중국 정원은 아무튼 여기서 보게 된다.
핀셋으로 이끼를 관리하던 일본만큼 정교하지는 않아도, 꽤 잘 관리가 된 모습이다.
11월인지라 꽃나무도 단풍도 없긴 하지만, 곳곳에 초록은 남아 있다.
한번쯤 볼만은 했다.
하지만 역시 이런 운하마을의 모습이 더 이국적이다.
회사 복귀하고 정신없느라 정리가 늦으니 이제 잘 기억도 안나는데, 아마 평강로를 찾아갔을 것이다.
바로 옆으로 걸으며 좁은 물길로 배가 지나는 것도 볼 수 있고, 운치있는 거리다.
평강로 맞네. ㅋㅋ
여기는 운하 한쪽 안의 좁은 거리로, 이런저런 가게들이 몰려 있다.
오래된 집들도 있고, 이렇게 조금 현대적인 집들도 있다.
소주에서 마지막으로 갈 곳은 산당가(샨탕지에). 택시로 이동하였다.
거리 구경에 앞서 점심 먹을 곳을 먼저 찾았는데, 어제 저녁에 배터지게 먹은 중국음식에 질려, 왠만해선 여행 때 잘 안가는 맥도날드가 보이자 바로 직행. ㅋㅋ 주변이 무척 번화하면서도 낡은 느낌.
점심을 먹고 산당가 안쪽으로 들어오니 널찍한 물이 있고, 꽤 커다란 유람선도 다닌다.
붉은 등이 곳곳에 내걸린 상가.
가게들이 많은 곳은 이렇게 장식이 많고,
사람 사는 곳은 이렇게 수수하기도 하고.
둘다 마음에 드는 풍경.
덕분에 시탕이나 다른 수향마을에 안갔어도 크게 아쉽진 않았다.
해가 거의 저물어가는 시간이 되어 다시 택시를 타고 소주 기차역으로 갔다.
이번엔 2등석을 타고 상해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가 조금 쉬다가, 주변 맛집을 검색해보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찾아간 곳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목길가에 위치한 Shanghai Grandmother(샹하이 라오라오).
오징어 요리, 버섯 요리, 면 요리 하나씩 시켰는데, 양도 적당했고, 가격도 적당했고 모두 맛이 있었다.
특히 약간 마른 자장면 같기도 한 면 요리는 매우매우 맛났다.
저녁을 먹고 나와, 일부러 미뤄둔 와이탄 야경 구경.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이어야 하니까. ㅎㅎ
사실 유람선에서, 푸동에서, 세번째 보는 풍경이기는 해도 바로 앞에서 보는 와이탄 풍경이 제일이긴 하다.
날도 쌀쌀하고 별 날도 아닌데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어제 꽤나 한산했던 푸동쪽의 빈강대도와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중국인들도 관광객인지 여기저기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와이탄은 확실히 상해의 상징같은 느낌이다.
모택동 아닌 사람의 동상이 이렇게 크게 있다니, 나중에 찾아보니 '천이'라는 정치가이자 군인이자 외교관이자 시인이라는 사람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돌아간다.
Kiwi를 재우고 마지막 날 밤은 와인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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