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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Shanghai

Shanghai #3

by edino 2015. 12. 23.

전날 주요 관광지들을 많이 구경한 관계로 일정에 여유가 있다.

특히 Kiwi는 아직 어딜 가도 구경보다는 물놀이를 더 좋아하니, 오전에 숙소에 딸린 수영장에 갔다.

이날도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해먹었다.



물이 좀 차고 시설이 아주 좋진 않지만, 여자 한명이 있다가 가서 우리가 전세 냈다.

안에 들어가서 한바퀴 돌고 나니 물 온도도 그럭저럭 적응.



아침 먹고 수영하고 하다 보니 체크아웃 시간.

이번 여행 두번째 숙소로 이동하였다.

두번째 숙소는 전날 유람선 타며 봤던 Fairmont Hotel.

갈아타야 하긴 하지만 대세계역에서 남경동로역까지 2정거장만 가면 된다.

게중 싼 방이라서 전망은 안좋지만 방은 다른 Fairmont Hotel들처럼 훌륭했다.



체크인 시간이 안되었지만 방을 미리 내주어서 짐을 두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숙소에서 가까운 남경동로에 신세계 백화점이 있더라. 우리나라의 그 신세계인가? 아무튼 규모가 어마어마.



지하에서 이번에는 일식집에서 점심.

양이 많다.



북경 출장 다니던 시절에 애용하던 대형 슈퍼마켓 Ole가 여기에도 있다.



오늘의 일정은 어제에 비하면 무척 단촐하다.

오후에 지하철 세정거장으로 멀지 않은 정안사 구경하고, 저녁은 푸동에서 먹고.



정안사는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인데 의외로 이렇게 큰 규모의 절 입구를 찾는데 바로 눈에 안띄었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자리잡은 절을 보니 서울 봉은사도 생각나고, 절은 아니지만 동경 시오도메 근처 하마리큐 정원도 생각난다.



인당 50위안씩, 당당하게 입장료를 받는 절이다.

인위적인 느낌과 과장스런 금색 지붕 등 왠지 돈은 많고 족보는 없는 절 같았는데, 찾아보니 3세기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고. ㅎㅎ 유럽에서 분수대에 동전 던지듯이, 저 가운데 향로같이 생긴 탑(?)으로 사람들이 동전을 집어 던져 넣고 있다. 우리도 잔돈이 좀 있어 몇개 던져넣었다.



제일 큰 부처상을 모신 2층.

전체적으로 중국스럽게 호사스럽긴 한데,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긴 어렵다. ㅎㅎ



무슨 의식인지 승려들이 나와서 한바탕 뭘 두들기며 무언가를 암송하고, 그 앞에서 뭔가를 잔뜩 태운다.

저 뒤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는 무슨 행운을 가져다 주는지 사람들이 쓰다듬기도 하고, 사이사이 동전을 꽂아넣기도 한다.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 이런 사찰과 승려는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



인민광장에서 어딘가를 또 들릴까 하였는데, 주변이 너무 넓고 Kiwi 인내심도 바닥나 가고, 시간도 애매하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하였다.



호텔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 예쁘다.



리노베이션을 했어도 조계시대의 건물답게 옛스런 느낌을 그대로 살린 구석도 많다.

조식 식당으로 이용되는 이곳도 1920~30년대 느낌이 난다.



호텔에서 쉬다 저녁을 먹으러 푸동으로 출발.

푸동지구로 건너가는 지하 관광열차도 있지만 비용도 꽤 하고 우리에겐 지하철 패스가 있으므로 지하철로 이동했다.



동방명주탑을 보면 왠지 만화 20세기소년이 생각난다.

계속 색깔이 바뀌는 이 탑은 참 비현실적인 느낌이긴 하다.



거대한 원형 육교가 있는데 이 또한 신기하다.



나는 잘 기억을 못했는데 yeon이 영화 Her에서 이곳을 배경으로 찍었던 걸 기억해냈다.

듣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만 보자면 상해는 정말 미래도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쇼핑몰 내부는 평범하고, 오히려 약간은 낡은 느낌도 난다.

호텔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가기로 한 음식점을 찾아왔는데, 쇼핑몰이 넓어 우리가 찾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건물이 비대칭적으로 생겨서 처음엔 우리가 찾는 식당이 있는 층이 아예 없어서 당황.

반대쪽 끝으로 가자 더 높은 층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찾아서 들어가다 보니 식당 주방이 공장같이 크다.



나름 유명한 식당 같은데 다행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그런지 해가 떨어지면 유동 인구 자체가 확 줄어드는 것 같다.

창가자리도 많이 있길래 창가자리를 달라고 했더니, 영어 잘 못하는 종업원이 난처해한다. 중국어로 량빠이 어쩌고 하는 걸 얼핏 들어서, 인당 200위안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거라고 눈치는 챘지만, 그냥 말 안통하면 앉게 해주지 않을까 해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있으니, 나중에 영어 할줄 아는 좀 높아 보이는 종업원이 와서 영어로 확실히 말해준다. 그래도 Kiwi는 카운트 안하니 400위안 정도는 쓸만하겠다 싶어 창가자리를 달라고 했다.


이렇게 와이탄 풍경이 보이니 좋기는 한데, 죽 이어진 창가자리 끝쪽에서 엄청 시끄러운 한국여자 목소리 때문에 좀 짜증이 났다. 남자들도 네명쯤 있고 여자는 그 여자 하나인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혼자 어찌나 시끄럽게 말하던지. 중국 가서 한국사람 목소리로 시끄러운 일을 겪을 줄이야. 한국이었으면 종업원에게 조용히 시켜달라고 얘기했을 것 같다. 그나마 식사 중간쯤 했을 때 가서 다행.



차도 따로 주문해야 하고, 치사하게 인당 200위안 규정에 차나 음료수는 포함이 안된댄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주문해야 했고, 6접시인가 시켰다. 셋이서 먹기는 벅찬 양이었다. ㅋㅋ

그래도 뭐 기왕 시킨거 맛나게 먹었다. 바로 앞에 보이는 동파육같은 음식, 북경에서 상해음식점 가면 꼭 시켜먹던 것이라 가족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던 것이었다. 달콤하고 입안에서 녹는 듯한 칼로리 덩어리. ㅋㅋ


배터지게 먹고도 1/3은 남은 것 같다.

나중에 계산하니 자리값 같은 게 뭐가 따로 붙고, 차값 음료값 어쩌고 해서 560위안 정도 썼다.



식당에서 나와 강변으로 걸었다. 빈강대도라고 하나보다.

강변 바로 가까이에도 까페 등이 있어서, 차라리 여기서 먹는 게 분위기는 더 나았겠다 싶었다. ㅎㅎ



그리고 뿌연 유리 통해 보는 건 이렇게 나와서 보는 것만 못하다.

식당 자체가 나빴던 건 아닌데, 굳이 창가자리에서 억지로 시킬 필요는 없었다 싶어 약간 후회.


빈강대도에는 사람들이 좀 있지만, 이리로 오는 길은 썰렁했다.

오는 길에 한 노숙인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Kiwi는 지나가다 그 할아버지가 무척 신경쓰였나보다. 우리에게 왜 돈을 안주냐고 물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고 넘어가나 싶었는데, 계속 그 할아버지 얘기를 한다.

그 마음이 예뻐서, 돌아갈 때 Kiwi더러 직접 얼마 주라고 하였다.


푸동과 강건너 와이탄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른 노숙인이 또 구걸하고 있었다.

Kiwi는 이 아저씨가 아까 그 할아버지 아니냐고 해서 아니라고, 더 가다 보면 아까 그 할아버지 있다고 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던 처음 봤던 할아버지에게 Kiwi가 약간의 돈을 주고 왔다.

가면서 먼저 봤던 아저씨랑 똑같이 나눠줬으면 좋지 않았겠느냐고 묻기도 하고, 소원이었는데 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도 했다. Kiwi가 생각이 많아졌던 밤. 착한 마음 계속 간직하렴.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남경동로 근처를 잠깐 구경하고 들어갔다.

내일은 좀 멀리 갈 예정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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