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도착.
기차로 다니는 동안에 숙소는 무조건 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했다.
처음 생각보다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이 빡빡하게 되어서, 이탈리아에서는 매일 숙소가 바뀌는 일정이 되고 말았다.
피렌체의 숙소 역시 역에서 5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는 Faenza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름도 레지던스고 건물 구조가 독특한데, 우리의 방도 복층 구조였다.
Kiwi는 매일 바뀌는 호텔방들의 특징이 재미있는지 방들에 이름을 붙이잔다.
로마에서는 좁은 방, 포지타노에서는 넓은 방 혹은 파란 방, 아말피에서는 알록달록한 방, 피렌체에서는 계단 있는 방...
체크인 하고 한숨 돌리니 5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해는 제법 높고, 날씨는 무척 더웠다.
프론트에서 친절하게 지도로 위치 설명과 추천 맛집을 알려줬다.
지도를 들고 두오모 쪽으로 가는 길엔 가죽 제품들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는 dell'Ariento 거리를 지났다.
19년만에 보는 두오모!
사실 그때 피렌체는 시에나로 가는 길에 거쳐간 곳이었다.
필름 카메라 시절이니 사진도 얼마 없고,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나지만 이 두오모 만큼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시에나를 비롯한 토스카나 지방을 들르고 싶었지만, 남프랑스에서 선배네 가족들 만나기로 한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빠졌다.
여느 성당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이 밝고 화려한 색상은 19년이 지나도 기억에 또렷하다.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
건물에서 아래로 줄을 매달아 놓고 한 여성이 매달려 퍼포먼스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여러 미술관들을 비롯해 피렌체의 즐비한 콜렉션들은 이번에도 볼 여유가 없다.
오늘 예정대로 좀 일찍 도착했다면 한군데 정도는 더위도 피할겸 갈 수 있었을텐데, 일정도 늦어졌고 사실 Kiwi의 관심도 아닐 것이고. 건물 내부의 것들은 이번 여행에서 우선 순위가 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eon 말마따나 도시 전체가 미술관 같은 피렌체이니, 그저 거리만 걸어도 황홀하다.
그런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와 우피치 미술관 사이 거리.
Loggia dei Lanzi는 15개의 조각상이 비만 피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해 있어 지나가면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 내부는 들어가보지 못했는데, 그 사이길만 해도 대단히 근사하다.
다시 볼 겸 구글 스트리트뷰로 보는데, 헉, 놀랍다.
우피치 미술관 내부까지 다 볼 수 있다!
그 옆에 Museo Galileo도 들어가볼 수 있는데, 정말 놀랍다.
층별로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데, 3층 도서관 같은 데서 아르노강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정말 VR과 연동하면 여행이 따로 필요 없겠다.
요즘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되짚어 보는 게 구글맵과 스트리트뷰 때문에 매우 재미있다.
혹시 아쉽게 못들른 곳이 있으면 스트리트뷰로 찾아 보고.
덩달아 여행기 글도 길어지는거 같고.
그리고 이어지는 아르노 강가의 베키오 다리.
종종 이 다리의 사진을 보고 피렌체에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예전에 피렌체에 가보았는데 왜 이 다리를 본 기억이 안나는가 의아했다. 얼핏 갔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사진으로는 한장도 안남아 있으니, 가 본 적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그럴 정도라면 안가본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피렌체 방문에서 단 하나만 본다면 무조건 베키오 다리였다.
여행 준비의 아이러니랄까, 미리 너무 많이 본 이미지는 실제로 보아도 서프라이즈는 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본 아르노 강도 근사했고.
늘 많은 여행객들이 모이고, 축제처럼 흥겨운 곳.
저녁 때는 버스킹도 하고 있고 그렇다.
리알토 다리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가 아닐까.
다리 위에 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들은 뭘 하는 데일까 궁금했다.
예상처럼 대부분 가게들이 많은데, 닫은 곳도 많고 그다지 특색 있는 가게들은 별로 안보인다.
피렌체에서 제일 가보고 싶던 곳이니 근처에서 식사도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다리 건너자마자 접어든 골목에서 호텔에서 추천해준 가게를 발견하였다. Open Bar라고 알려주었는데, 강가에서 하나 안쪽 골목에 있어서 입구에서 보면 별 특징이 없어 보인다. Bar라고 하니 왠지 식사에 적당한 곳은 아닌 것 같은데다 메뉴판은 좀 비싸게 느껴졌다. 그냥 발길을 돌리려다 안을 잘 들여다보니 view가 괜찮아 보인다. 일단 들어가서 보니 와우, 기대 이상의 풍경. 이런 view라면 가격은 바로 양해가 되고도 남는다. 나중에 자세히 보니 정식 명칭은 Golden View Open Bar.
우리가 앉을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 역시나 창가자리는 다 예약이 되어 있고, 그래도 이 정도는 보인다.
우리 자리에서 앉아서 찍은 사진.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서도 이 식당 내부를 360도로 볼 수 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스트리트뷰로까지 예습을 한다면 거의 스포일러 수준일 듯.
하우스 와인 1 bottle(병이 아니라 유리병에 따라 내어준다)에 음식 세접시를 시켰는데, 맛도 괜찮아서 아주 비싸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음식 맛보다도 분위기에 지갑을 열 준비가 더 되어 있는 편이다. ㅎㅎ
저녁을 먹고도 아직 해가 남아 있어, Pitti 궁전 앞까지 가보았다.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이 앞 작은 광장도 나름 분위기 있다.
저녁 먹고 다시 기운이 뻗친 Kiwi.
역시 가보진 못했지만 뒷편의 보볼리 정원도 괜찮은 듯.
다시 아르노강을 건너 숙소로 향한다.
꽤 늦은 시간에도 거리는 붐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공화국 광장.
내가 본 가장 멋진 회전목마.
복받은 녀석.
친구 하나가 자기는 자기 딸로 태어나면 좋겠다고 하던게 이해된다니까. ㅋㅋ
밤의 두오모는 더욱 화려한 느낌이다.
여전히 불야성.
돌아가는 길을 좀 헤매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친절한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지나가다 보니 인도인들 가게가 많은 거리도 있었는데, 점점 어두워지다보니 인적 드문 길은 역시 다니기 좀 그렇다.
그래도 시작은 꼬였지만 만족스러웠던 피렌체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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