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nerary/15 : Italy France

Salerno

by edino 2015. 8. 6.

7월 8일.

오늘은 이번 여행 중 육로로 가장 긴 이동이 있는 날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살레르노에 렌트카 반납한 후 고속철을 타고 피렌체로 한번에 이동하면 그만이라, 힘든 이동은 아니다.

사실 살레르노는 따로 쓸만한 곳은 아니지만, 에피소드도 있었고, 피렌체의 내용이 많으니 쉬어갈 겸해서 쓴다.



내 계획은 아침 일찍 서둘러 9시12분에 출발하는 고속철을 타고 편하게 가는 것이었다.

그러면 피렌체에 도착하여 체크인 하고 점심 먹고 오후 내내 피렌체 구경을 할 수 있다.

아말피에서 살레르노까지는 1시간 정도 찍힌다.

여유를 둔다고 7시 조금 넘어 호텔 조식도 못먹고 출발하는 것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은 출발부터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선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데 이른 시간이라 할아버지 한 분 밖에 없었는데, 내 차는 찾았으나 차키를 못찾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니 키의 행방을 아는 아저씨가 스쿠터를 타고 와서 찾아주었다.

여기서 시간이 약간 지체되어 만나기로 한 호텔 앞으로 서둘러 내려가는데, yeon에게 전화가 온다.

기다리다 지쳐 전화 했겠거니, 다 와 가니 그냥 전화 안받고 호텔 앞으로 가니 다급한 목소리.

Kiwi가 응가가 급하대! -_-;;;


가지고 있던 짐은 나에게 넘기고 서둘러 Kiwi만 데리고 다시 체크아웃한 호텔로 들어갔다.

한참 뒤에야 다시 나타난 둘을 태우고 살레르노로 출발.



조금씩 누적된 지연이 꽤 되어, 기차시간이 간당간당하다. -_-;

렌트카 지점은 기차역 바로 앞에 있어서 괜찮은데, 기름도 못채워 넣었고, 표를 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아말피와 살레르노에서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기차표는 예매하지 않았었다.) 주유소들이 눈에 영 안띄어 일단 렌트카 지점에 기차 시간 10분쯤 전에 도착은 하였으나, 렌트카 직원에게 주유소 위치를 물어보니 설명하기 어려운지 자기가 직접 몰고 가주겠단다. -_-; 친절하기도 하지. 나는 그 순간에 그냥 안채우고 반납하고 바가지를 쓰는 편을 택할지, 그냥 기차를 포기할지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쳐 기차가 포기되었다. -_-;


주유소도 꽤 멀어서 주유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미 우리가 목표로 했던 기차는 대박 연착이 아니고서야 탈 수 없는 상황.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한 이 안타까운 상황은 40분 정도 더 기다려서 불편하게 한번 갈아타는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애꿎은 Kiwi의 응가 타이밍을 탓하였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표 파는 곳에 물어보니 9시52분 기차는 물론이거니와 그 다음도, 그 다음도 표가 없다고 한다. -_-;

가능한 표는 오후 출발이나 가능하다는 것.

매표소 직원도 주말도 아닌데 이상하다며 모두 피렌체만 가는 거냐고 의아해 하는 상황.

살레르노 역에 표를 파는 곳은 두 군데인데 먼저 알아본 Italo나, 다음에 알아본 Trenitalia나 대동소이했다.

매표소 직원들의 기차편 검색 방법이 못 미더워, 미리 받아간 Rail Planner 앱으로 이런 저런 갈아타는 방법을 제시해 물어보았는데, 매표소 직원이 제시한 방법보다 5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할 수는 있었으나, 가격이 1.5배 이상.


결국 12시04분 기차도 포기하고 처음엔 상상도 못했던 1시14분 열차를 예약했다.

그나마 직행인 것이 위안이지만, 피렌체를 볼 시간은 4시간 가까이 줄어들었다. 괜히 못먹고 나온 조식도 아깝고. -_-;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내가 미리 9시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서 무엇하랴. ㅎㅎ



그리하여 우리는 강제 살레르노 관광형에 처해졌다.

시간은 남고, 볼거리는 없다. -_-;;


바다를 따라 쭉 걸어봤다.

날씨도 뿌예 더 볼품없는 해변, 멀리서 고속 모터보트들의 경주가 열리고 있었다.



멀리서 찍은 뒷모습에서도 웃음이 느껴져 기분좋은 사진.



해변 주변에 괜찮은 식당이 있을까 하여 찾아봤는데, 영 뭐가 안보여 다시 역쪽으로 되돌아 왔다.



역 옆으로 제법 널찍한 보행자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옷가게가 대부분이고 카페만 몇개 보일 뿐 식당은 별로 없다.



결국 역에서 가까운 로컬 프랜차이즈 같아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서 식사를. 별로였다.



피렌체까지 3시간 20분 가량, 제법 긴 기차여행.

고속철이라 깔끔 쾌적하고, 마주보는 4자리를 셋이서 타고 가게 되어 편안했다.

여행책 보면서 앞으로 갈 곳들에 대해 알아도 보고, Kiwi와 yeon은 낮잠도 자고.



볼거리가 많은 구간은 아니지만, 차창 밖으로 이런 풍경들도 스쳐지나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