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오늘은 이번 여행 중 육로로 가장 긴 이동이 있는 날이다.
사실 살레르노는 따로 쓸만한 곳은 아니지만, 에피소드도 있었고, 피렌체의 내용이 많으니 쉬어갈 겸해서 쓴다.
내 계획은 아침 일찍 서둘러 9시12분에 출발하는 고속철을 타고 편하게 가는 것이었다.
아말피에서 살레르노까지는 1시간 정도 찍힌다.
여유를 둔다고 7시 조금 넘어 호텔 조식도 못먹고 출발하는 것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은 출발부터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선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데 이른 시간이라 할아버지 한 분 밖에 없었는데, 내 차는 찾았으나 차키를 못찾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니 키의 행방을 아는 아저씨가 스쿠터를 타고 와서 찾아주었다.
여기서 시간이 약간 지체되어 만나기로 한 호텔 앞으로 서둘러 내려가는데, yeon에게 전화가 온다.
기다리다 지쳐 전화 했겠거니, 다 와 가니 그냥 전화 안받고 호텔 앞으로 가니 다급한 목소리.
Kiwi가 응가가 급하대! -_-;;;
가지고 있던 짐은 나에게 넘기고 서둘러 Kiwi만 데리고 다시 체크아웃한 호텔로 들어갔다.
한참 뒤에야 다시 나타난 둘을 태우고 살레르노로 출발.
조금씩 누적된 지연이 꽤 되어, 기차시간이 간당간당하다. -_-;
렌트카 지점은 기차역 바로 앞에 있어서 괜찮은데, 기름도 못채워 넣었고, 표를 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아말피와 살레르노에서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기차표는 예매하지 않았었다.) 주유소들이 눈에 영 안띄어 일단 렌트카 지점에 기차 시간 10분쯤 전에 도착은 하였으나, 렌트카 직원에게 주유소 위치를 물어보니 설명하기 어려운지 자기가 직접 몰고 가주겠단다. -_-; 친절하기도 하지. 나는 그 순간에 그냥 안채우고 반납하고 바가지를 쓰는 편을 택할지, 그냥 기차를 포기할지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쳐 기차가 포기되었다. -_-;
주유소도 꽤 멀어서 주유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미 우리가 목표로 했던 기차는 대박 연착이 아니고서야 탈 수 없는 상황.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생각한 이 안타까운 상황은 40분 정도 더 기다려서 불편하게 한번 갈아타는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애꿎은 Kiwi의 응가 타이밍을 탓하였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표 파는 곳에 물어보니 9시52분 기차는 물론이거니와 그 다음도, 그 다음도 표가 없다고 한다. -_-;
가능한 표는 오후 출발이나 가능하다는 것.
매표소 직원도 주말도 아닌데 이상하다며 모두 피렌체만 가는 거냐고 의아해 하는 상황.
살레르노 역에 표를 파는 곳은 두 군데인데 먼저 알아본 Italo나, 다음에 알아본 Trenitalia나 대동소이했다.
매표소 직원들의 기차편 검색 방법이 못 미더워, 미리 받아간 Rail Planner 앱으로 이런 저런 갈아타는 방법을 제시해 물어보았는데, 매표소 직원이 제시한 방법보다 5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할 수는 있었으나, 가격이 1.5배 이상.
결국 12시04분 기차도 포기하고 처음엔 상상도 못했던 1시14분 열차를 예약했다.
그나마 직행인 것이 위안이지만, 피렌체를 볼 시간은 4시간 가까이 줄어들었다. 괜히 못먹고 나온 조식도 아깝고. -_-;
역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지만, 내가 미리 9시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서 무엇하랴. ㅎㅎ
그리하여 우리는 강제 살레르노 관광형에 처해졌다.
시간은 남고, 볼거리는 없다. -_-;;
바다를 따라 쭉 걸어봤다.
날씨도 뿌예 더 볼품없는 해변, 멀리서 고속 모터보트들의 경주가 열리고 있었다.
멀리서 찍은 뒷모습에서도 웃음이 느껴져 기분좋은 사진.
해변 주변에 괜찮은 식당이 있을까 하여 찾아봤는데, 영 뭐가 안보여 다시 역쪽으로 되돌아 왔다.
역 옆으로 제법 널찍한 보행자 거리가 있다.
하지만 옷가게가 대부분이고 카페만 몇개 보일 뿐 식당은 별로 없다.
결국 역에서 가까운 로컬 프랜차이즈 같아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서 식사를. 별로였다.
피렌체까지 3시간 20분 가량, 제법 긴 기차여행.
고속철이라 깔끔 쾌적하고, 마주보는 4자리를 셋이서 타고 가게 되어 편안했다.
여행책 보면서 앞으로 갈 곳들에 대해 알아도 보고, Kiwi와 yeon은 낮잠도 자고.
볼거리가 많은 구간은 아니지만, 차창 밖으로 이런 풍경들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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