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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Istanbul #6

by edino 2015. 6. 22.

3월 22일.

드디어 마지막 날. 오래도 쓴다. -_-;;;



오전엔 어제 시간이 부족해 못간 톱카프 궁전.

표 사는 데에도 한참 기다렸는데, 들어가서도 줄이다. -_-;;

여기가 가장 긴 줄이었는데, 뭔가 대단한 볼거리가 있으니 줄이 길려니 싶어서 일단 줄을 섰다. 기다려서 들어가보니 이곳은 보석으로 꾸며진 장신구들의 전시관이었다. 조명이 좀 지나치게 어두운 느낌. 생각보다 별로 흥미롭지 않아서 이 다음부터는 줄이 긴 곳은 건너뛰기로 했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스포러스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 나온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끝자락, 마르마라해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레스토랑과 카페도 있다.

야외 레스토랑 한 가운데에 '이 많은 집사들이 내 밥 안가져오고 뭐하냥'이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응접실 분위기가 나는 곳.

돌마바흐체처럼 커다란 건물 몇 개가 아니라, 여러 건물들이 듬성듬성 흩어져 있다.

돌마바흐체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수수하다.



상당히 수수하단 말이지. ㅋㅋ

줄이 거의 없는 전시관도 있는데, 그중에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전시실은 시계 전시실과 무기 전시실이다.

정교한 기계식 시계들이라던가, 아까워서 전쟁 때는 숨겨놓고 나가야 할 것만 같은 화려한 무기들, 사진을 못찍게 해놓아 아쉽다.


톱카프 궁전에서 한국인 아저씨 무리를 보았는데, 회사에서 출장 왔다 주말에 잠시 놀러왔는지 직책으로 호칭하는 걸 들었다. 아마 윗사람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에게 '용과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한마디에 이상하리만치 내가 다 짜증이 확 나는 것이다. -_-;; 모국어란 이렇게 강력하다. 단지 누가 누구를 불렀을 뿐인데, 그 사투리 섞인 억양에서 느껴지는 온갖 정황들. '나는 너보다 윗사람이고 너에게 먼가 시킬 일이 있으니 냉큼 준비해라'라는 의도가 그 한마디에서도 고스란히 다 느껴지는 것이다.


외국 여행이 더 refresh 되는 느낌이 들고, 외국에서는 한국인들이 많으면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생생히 느꼈달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 해도 외국어는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동물 울음소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뜻을 안다고 해도 모국어처럼 생생하게 정서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니 신경에 거슬릴 일도 적고, 아예 다른 종이려니 하면 한결 더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과의 교감과 비슷한 면이 있다. ㅋㅋ)


예전에 비하면 뭐 우리나라 사람들 매너도 많이 좋아진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단체관광객들은 나이스하다는 느낌까진 안든다. (다른 나라라고 단체관광객들이 나이스하긴 힘들지만.)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은 등산복류의 아웃도어 스타일인데, 개인적으로 너무 안예뻐서 별로긴 하지만, 실용적이기도 하거니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그런 걸로 비난할 수야 없지. 다만 대부분 색이 너무 원색이라, 사진 찍을 때 그런 분들이 프레임에 들어오면 확 튀어서 그런 점에서 좀 피하고 싶다. -_-;;



톱카프 궁전 구경을 마치고 근처의 귤하네 공원에 잠시 들렀다.

날씨가 좋아 많은 가족 단위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다시 갈라타교 쪽으로 걸어가다 시르케지 역에 잠시 들렀다.

기차를 시바스-아마시아 한번 밖에 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역 구경으로라도.

과거 오리엔탈 특급의 유럽쪽 끝. 기차로 아시아 쪽으로 가기 위해선 시르케지 역에서 내려, 해협을 건너 하이다르파샤 역에서 다시 타야 한다. 역사도 깊고, 소설 덕에 사연도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히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 ㅎㅎ



다시 갈라타교를 건너, 마지막 날 점심으로 생각해둔 고등어 케밥을 다시 먹으러 왔다.

지난번엔 저녁때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서 호객이라 아무데서나 먹었는데, 이번에는 점심시간 좀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그중에서 특히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집에서 먹으려 기다렸더니 찬밥도 이런 찬밥이 없다. 앞에 서서 쭈뼛대도 앉으라는 말도 없고, 눈치껏 자리 나서 앉아 있어도 주문 받을 생각도 안한다. 뭐 안그래도 줄은 길고 미칠 듯이 바쁘니까. -_-;; 아버지의 가게를 아들이 이어서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인 그 아버지분과 눈을 마주쳐 주문한 덕에(?) 그나마 날 좀 챙겨주신 듯. 그래도 종업원까지 너무 바빠 결국 나한테 음료수 주문 받은 건 옆가게였다. ㅋㅋ 긴가민가 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케밥값, 음료수값 따로 계산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상당히 비위생적이다. 양동이 하나 분량의 물을 떠 놓고, 거기서 온갖 재료도 씻고, 그 물에 손도 씻고, 그대로 조리도 계속 하고... ㅋㅋㅋ 뭐 하지만 깔끔 떨면서 먹는 음식도 아니고, 맛있게 먹었다. ㅎㅎ



선착장에 가보니 저녁 시간의 보스포러스 투어는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 어딜 갈까 하다가, 아시아 지구를 한번 가보기로 하고 카드쿄이로 가는 페리를 탔다.

배를 타려고 세번 정도 시도했었는데 번번이 때를 놓쳐 실패하다, 오늘만 결국 두번 타게 되었다. ㅋㅋ



자미들 덕분에 이스탄불은 뿌연 실루엣도 이색적이다.

우리나라에선 새우깡, 여기선 갈매기들의 주식이 뭘까?

옆에 한 50대쯤 된 부부가 있었는데, 터키인인지 관광객인지 모르겠으나, 아줌마가 하늘에 먹을 걸 뿌리는 시늉만 해도 갈매기들이 움찔하는 걸 보고 재밌다고 계속 하면서 사진 찍는다. -_-;; 내가 갈매기였음 똥을 갈겼을 듯. ㅋㅋ



왠지 카드쿄이에 건너가면 바로 바닷가를 따라 활기찬 분위기의 까페 따위가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냥 번잡스런 교통 중심이었다. 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마찬가지로 바로 앞에는 많은 버스들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아무데나 들어가 돈두르마나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오려던 계획이었는데, 별다를 것 없는 분위기라 그냥 관두고, 대신 계획에 없던 하이다르파샤 역을 향해 걸었다. 가다가 중간에 자미가 있어서 들어가 봤었는데, 규모는 크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 자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검색을 해보니 Protokol Camii로 추정된다.



하이다르파샤 역사는 상당히 고풍스럽다. 들어오는 빛과 내부가 평온한 느낌을 준다.

기차들이 멈춰만 있고, 표를 판다거나 역으로 동작하는 기색이 전혀 안보여 은퇴한 역인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아무래도 앙카라까지의 고속철 연결로 휴식중인 역인 것 같다. 이스탄불-앙카라 간 고속철은 이미 개통한 걸로 아는데, 현재 이스탄불 쪽은 카드쿄이보다 좀더 동쪽의 Pendik역까지 연결되어 있는 듯.



이스탄불 아시아 지구를 짧게 돌아보고 다시 카라쿄이/에미뇌니 행 페리를 탔다.



가이드북 어딘가에 소개되어 있던 크즈 쿨레시(처녀의 탑)도 멀리 지나간다.



배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돌고래를 보았다.

두어번 물위로 올라오는 게 보여 재빨리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용케 찍었다.

거의 본 사람이 없는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없었지만, 혼자 괜히 반가워했다. ㅎㅎ



다시 갈라타교 에미뇌니쪽.

인파들을 보고 있자니 여기가 혹시 인도인가 싶었다. -_-;;



예니 자미 앞에는 공중화장실 클래스가 이렇다.

무슨 지하쇼핑몰로 연결되는 통로가 아니다. 오로지 화장실 오가는 사람들만의 모습이다. ㅋㅋㅋ



므스르 차르쉬(이집션 바자르)도 또 잠깐 둘러보고.



일몰 시간에 맞춰 보스포러스 투어 크루즈에 탑승.

비행운들이 진하게 남아 있다.

유럽에서 유독 비행운들이 잘 보이는 건 날씨 탓인 듯.



오르타쿄이를 지난다.

저 자미에는 안들어가본 것이 아쉽다.



루멜리 히사르 성에 조명이 들어왔다.

그 위로 초승달과 행성 중 하나로 추정되는 밝은 녀석이 나란히 보인다.



밤이 되니 바람도 제법 불고 꽤 추웠지만, 피날레에 어울리는 투어였다.



마지막으로 튀넬을 타고, 저녁도 먹고 Kiwi 선물을 사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유럽에서 두번째라던가 아무튼 커다란 제바히르 백화점.

마지막 저녁은 쿰피르.

점심의 고등어 케밥도 그렇고 저녁도 그렇고, 싸고 소박하지만 가장 특징적이었던 것들을 한번씩 더 먹고 간다.

장난감 가게가 하나 있긴 했는데 다른 데에서처럼 짝퉁들만 많고 품질들이 영 별로다.

결국 Kiwi 선물은 공항 면세점에서.



꽤나 길었던 홀로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간다.

가족도 많이 보고 싶었고, 좋은 곳에서 혼자인 것이 아쉽기도 했다.

이번 여행으로 결혼 후 홀로 여행에 대한 로망 비슷한 건 상당히 해소되었다.

3주면 정말 길게 느껴진다. 다음 홀로 여행은 더 짧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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