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9일.
아침 일찍 메르지폰 공항 행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메르지폰 공항은 예상보다도 훨씬 작았다.
가본 공항 중에 제일 작을지도?
운행편도 내가 알기로는 하루에 한두편이다. Turkish Airlines가 하루에 한편 정도, 저가항공인 Pegasus가 일주일에 두어번 이스탄불까지 운행한다. 그럼에도 카운터에 갔을 때 직원이 다른 여느 공항들처럼 어디로 가냐고 물어서 좀 웃겼다. ㅋㅋ 돌발(?) 질문에 조금 당황해하니 그 직원도 뭐 당연히 이스탄불이겠지 라는 표정으로 넘어간다. ㅋㅋ
이번엔 탁심 지역에 묵을까, 술탄 아흐멧 지역에 묵을까 재다가, 뜬금없이 Fatih 지역에 묵게 되었다.
평좋은 호텔 중 싼 호텔들로 알아보다가 가게 되었는데,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가기는 귀찮지만, 귀국편을 타러 아타투르크 공항으로 가기는 편하다. Emniyet-Fatih 역에서 걸어갈만 하지만, 며칠 묵으면서 돌아다니기엔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 좋은 위치라고 할 수는 없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했지만, 메르지폰 공항까지 가서 비행기 타고,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탁심 광장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거기서 일단 점심 먹고, 또 호텔까지 찾아가고 하니 벌써 해가 기울어가는 시간. 호텔에 짐을 두고 오늘은 특별히 루트를 짜지 않고 나섰다. 역시 한 곳에 오래 머무를 때의 특권이다. 별로 한 건 없지만 이스탄불에는 이미 6일 정도 있었고, 앞으로도 3박을 더 하니까 일정에 부담이 없다.
제법 번화한 거리와, 이름모를 거리 상가들을 거쳐 눈에 띈 곳은 Fatih 자미.
자미 구경에 재미를 붙이지 않았으면 주요 여행 동선상에 위치하지 않아 잘 찾아보지 않는 자미이지만, 규모도 상당하고 분위기 있다.
저녁이 가까와질 무렵이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놀이터인양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는데, 그때는 왠지 거리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옷차림도 그렇고 멀쩡해 보인다. -_-;; 주변에 보호자로 추정되는 어른들이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했었나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이스탄불에서는 거리의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늦게까지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여인들을 많이 보았다. 이스탄불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껏해야 히잡이거나 그마저도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여인들은 하나같이 까만 차도르 차림인 것이 특징이다. 터키에서 일부다처제는 불법이지만, 특히 이슬람색이 강한 동부쪽으로 가면 일부다처제가 상당히 흔하고, 실질적인 처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듣기로는 첫째 부인이 아닌 경우 남자가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마음이 변하면서 이렇게 버려진 경우가 많다는데, 확실한 출처는 아니다.
아무튼 아이들이 불쌍하다. 돌도 안된 아이들은 추운 바깥에서 이불에 쌓여 칭얼대다 지쳐 잠들어 있는 경우도 많고,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의 아이가 번잡스런 거리에서 위태롭게 걸어다니기도 한다. 너댓살 부터 초등학생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오히려 일부러 더 춥게 보이려는 듯 얇게 입고 무엇인가를 팔거나, 조악한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냥 손을 내민다. 이들이 밤에 추위를 피해 잠을 잘 곳은 있는 걸까? 날이 추울 때라 더 마음 쓰이는 광경이 이스탄불에서는 한두번이 아니다.
Fatih 자미를 나와 조금 더 걷다 보면 공원이 나오고,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누군지 알 것 같은 인물의 동상이 있다. ㅋㅋ
몰랐는데 사비하 괵첸 공항도 아타투르크의 양녀 중 한명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_-;;
공원 뒤로 발렌스 수도교가 보인다.
이스탄불처럼 큰 도시에서도 특별히 찾지 않아도 뭔가 나타나는 건 여전히 신기한 일이다.
발렌스 수도교 근처에도 제법 규모 있는 쉐흐자데 자미가 있다.
지나치다 싶게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술탄아흐멧 자미에 비하면 역시 조용해서 더 사원답고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자미의 조명들이 이렇게 낮게 내려와 있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것일까?
쉐흐자데 자미의 주변 전경.
풀밭엔 개들과 까마귀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젊은이들이 많은 동네가 나온다.
근처에 대학이 있으려니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스탄불 대학교가 근처였다.
저런 문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싶게 마련이다.
대학 바로 근처에 또 커다란 자미가 있다. 슐레마니예 자미.
아쉽게도 저녁 6시가 넘으니 관람객은 들어갈 수 없다.
사원에 뭔가를 파는 곳들이 바로 붙어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 근처를 지나다, 구두 닦는 아저씨가 나를 지나쳐갔는데 구두 닦는 솔을 떨어뜨렸다.
모르고 그냥 가길래 불러서 떨어졌다고 알려주니 고마워한다. 그런데 다시 부르더니 신발을 닦아주겠다고 한다.
나는 흰 운동화였던데다, 별로 더럽지도 않고, 그 정도로 답례 받을 일은 아니라 손사레치고 가던 길을 가는데, 돌아서니까 떠올랐다. 아하, 이 아저씨 영업이었구나. -_-;;; 호의인줄 알고 신발을 맡기면 그는 틀림없이 돈을 요구했을 것이다. 비슷한 걸 스페인 그라나다에서도 겪은 적 있다. 이런 류의 유사한 수법들을 스페인과 터키에서 비슷하게 겪었는데, 또 다른 사례가 후에 또 있다. ㅎㅎ
근처에 독특한 분위기의 까페가 있어 찍어 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명칭은 Lale Çay Bahçesi.
내가 찍은 위치가 지상이고, 이곳은 높이로는 지하에 해당하지만 하늘은 뻥 뚫려 있는 특이한 형태의 노천 카페다.
꽤 유명한 곳 같은데, 아직 날씨도 차고 늦은 시간이라 안쪽에만 사람들이 조금 있다.
가이드북을 좀 살펴보니 바로 근처에 둘러볼 만한 곳으로 아이란스 골목이 나와 있다.
그런데 가이드북에도 치안에 경고가 있고, 날이 어두워지니 딱 보기에도 주황 경고등이 들어오는 분위기다. -_-;;
여기까지 다시 올 일 있을까 싶어 후딱 가볼까 하다가, 다시 한번 나는 아빠다, 안전 제일, 과감히 발길을 돌렸다. ㅎㅎ
근처를 조금 헤매다보니 상당한 규모의 상가들이 나타났는데, 카팔르 차르쉬가 바로 근처였다.
주변이 너무 번잡해 숙소 근처까지 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