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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Istanbul #4

by edino 2015. 6. 11.

3월 20일.

오늘은 숙소에서 먼 곳부터 일정을 시작.



에미르간 공원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메트로와 트램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가다 버스 정류장을 좀 지나쳤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려 하는 날씨였지만, 일단 내려서 걸어서 돌아왔다.



에미르간 공원은 4월이면 튤립이 만개한다는데, 아쉽게도 아직은 썰렁.

사람도 거의 없다.



이후부터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죽 거슬러 돌아온다.

뒤에 성채가 루멜리 히사르. 들어가보려 했는데, 무슨 공사중이라고 올라가 볼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라 해서 그냥 관뒀다.


점심 무렵인데 근처의 식당 및 까페 몇몇 곳은 매우 흥하여 차들과 사람들 줄이 장난 아니다.

처음 내린 곳부터 베벡까지는 잘사는 부촌의 느낌이다.



아마도 보스포러스 제2대교.

한강변 마냥 찻길이 바닷가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데, 그나마 차도도 보다시피 왕복 1차선으로 좁아 상습 정체 지역이다.

이스탄불의 교통 정체는 겪어본 최악이다.

해협 따라 들러볼 만한 곳들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 천천히 걷는 것도 좋다.



베벡. 지나가면서 봤을 땐 이스탄불에 이런 곳이? 했는데, 뭐 걷다 보면 그렇게 눈길을 끄는 건 또 별로 없다.



바닷가 까페 중 한 곳에 가려는데 어딜 가볼까 하다가, 베벡의 스타벅스가 특히 유명하긴 하지만 여행까지 와서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는 왠지 안끌린다. (공항에서 아침 사먹을 때 그냥 버거킹 갈 걸 후회한 적은 있지만 ㅋㅋ) 그래서 간 곳이 Caffee Nero, 그래봤자 여기도 프랜차이즈이지만 나는 안가본 곳이므로 이곳으로 왔다.


생각보다 매우 좁은 이 까페는 3층까지 있고 옥상은 테라스다. 좁아서 창가 자리가 많지는 않은데, 자리가 나서 앉았었다.

하지만 뷰는 그다지 대단할 건 없다. 밖에서 내내 보며 걸었던 뷰와 똑같다. ㅎㅎ



대신 계단이 있는 까페 내부 분위기는 아늑하고 좋다.



점심도 아니고 간식도 아니고 애매하게 커피와 빵을 먹고, 계속 걸어 돌마바흐체까지.

입장료는 이스탄불 최강이지만, 가이드 동반 투어 형식으로만 가능해서 대기를 해야 하고, 심지어 실내에서 사진도 못찍는다. 이런데서 하지 말라면 안하는 성격이라, 굳이 사진 신경 안써도 되는 편한 맛은 있다. 물론 기억은 금방 사라지겠지. ㅎㅎ


터키어 투어, 영어 투어 따로 있는데, 내가 갔을 땐 터키어 투어가 막 시작했다. 좀 기다리다 사람들 잔뜩 모였을 때 시간 되서 영어 투어 시작. 앞쪽에 터키인 커플이 있었는데, 히잡 두른 터키 여인이 남편인지 남친인지 가방 다 들게 시키면서 시끄럽게 잔소리 계속 해대면서 자기는 몰래몰래 찍지 말라는 사진 기어코 찍는다. 터키에서만 보면 히잡은 종종 그냥 패션같다. ㅋㅋ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따 만들었다는데, 베르사유 궁전은 못보아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오스만 제국은 생각보다 그리 먼 옛날 얘기가 아니었고, 그래서 이 궁전도 생각보다 오래지 않은 1800년대에 지어졌으며, 약간 짝퉁스런 느낌이 나는 부분들이 있다. 정말 기둥으로 만들었어야 할 것 같은 곳이 기둥 그림으로 되어 있다던가. 물론 베니치안 리조트가 베네치아를 흉내낸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ㅋㅋ 암튼 베르사유 궁전은 어떤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이 궁전은 충분히 무쟈게 화려하다.

아타투르크가 이곳을 집무실로 사용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청렴함이 의심될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했다는 무지막지한 샹들리에는 매단 천장이 걱정될 정도의 무게다.
천장의 높이도 압도적이다. 궁전보다는 신전급이다.

실내 촬영은 금지인데, 투어가 끝나고 바깥에서 안을 찍는 건 암묵적으로 허용해줘서 한 컷.



돌마바흐체 궁전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위치해 있다.

저 친구의 이상한 옷차림에 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이곳에서 임종을 맞은 국부께서도 독신으로 세상을 떠났건만,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ㅋㅋ



이곳은 돌마바흐체 궁전의 하렘이다.

왠지 하렘 하면 우리에겐 묘한 느낌을 주지만, 그야말로 그냥 왕 일가의 살림집인 셈이다.

뭐 살림집 치곤 화려하지만, 궁전에 비하니 색감도 그렇고 소탈한 느낌이 든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



돌마바흐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이스티크랄 거리로 왔다.

사실 탁심 광장 근처에서 6박을 했으면 이 거리는 빠삭해야 하는데, 겨우 하루 잠깐 지나치느라 이스티크랄 거리 주변의 유명한 곳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마도 이곳이 해산물을 많이 파는 발륵 파자르, 이거나 그 근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맥주 골목으로 유명한 네비자데 골목.

여기서 저녁 겸 맥주 한잔 할까 했는데, 아직 시간이 좀 일러서 좀더 구경을.



역시 바로 근처에 치첵 파사지.

이곳은 실내처럼 되어 있고, 유럽 같은 분위기다.



추쿨 주마를 찾아가다 우연히 발견한 프랑스 골목 입구.

시간이 늦어 추쿨 주마의 가게들은 거의 대부분 닫았다.



다시 이스티크랄 거리를 계속 걷다 발견한 성 안토니오 카톨릭 성당.

전전 교황 요한바오로2세가 있었던 곳이라고.

이슬람 국가의 카톨릭 성당도 특이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명동에 해당하는 번화가 한복판에 있다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명동 성당도 명동에 있다. ㅋㅋㅋ



번화가에 있지만 들어서면 경건한 분위기.



근처에서 발견한 곳인데 성 안토니오 성당의 연장인가? 잘 모르겠다.



계속 걸어 노스탤지어 트램의 종점에 다다랐다.

메트로역인 시샤네역 근처에 있다.


이스티크랄 거리에서 터키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었는데, 나에게 길을 묻는 걸로 시작한다. 자신은 앙카라에서 놀러왔는데 시샤네역이 어디냐고 물었었다. 이봐요, 난 딱 봐도 외국인에 카메라 들고 있으니 여행객 같아 보일텐데? 하긴, 시간을 묻는 걸로 호객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래도 대충 짐작되는 방향이 이쪽이라 알려줬었는데, 또 어디서 왔냐, 오 코레, 브라더 드립 나오고, 그 다음은? 근데 그 다음이 없다. 인사하고 헤어졌다. 읭 뭐지? 정말 길을 물은 걸까?


하지만 길을 물은 건 아닌 것 같은 게, 그 아저씨를 시샤네역 근처에서 다시 만났는데, 딱히 목적지를 찾은 표정은 아니었고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 ㅋㅋ 눈이 마주쳐서 눈인사를 하긴 했는데, 아직도 그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다. 사실 터키에서는 호객으로 말이 시작되었다가도 길안내 라던지 내가 단지 호의를 받고 끝나는 경우도 많아서, 그리고 표정들이 낙천적이라 그다지 불쾌한 기분은 안든다. 그래서 나도 좀 귀찮은 호객이 있어도 최대한 웃는 낯으로 no thanks 하며 지나간다. 호갱되는 케이스만 아니라면 적절히 대하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맥주 거리로 유명한 소피알르 골목도 시샤네역에서 멀지 않다.

오늘밤을 보낼 곳은 이곳으로 정했다.

ShakeShack 버거를 먹어보지 못해서 가볼까도 싶었지만, 그깟 프랜차이즈! 하면서 안갔는데, 결국 여기서 시킨 메뉴가 이것 저것 안된다고 해서 결국 여기서 버거를 시켜 먹었다. -_-;;;


혼자였지만 맥주와 함께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즐거웠으나, 나중에 여기서 나온 음악이 문제였다.

Depeche Mode의 음악이 나와서 좋다고 흥얼거렸었는데, 그 다음에 나온 곡이 Fun의 We are young.

We are young이라니, Am I young? 그럼 이제 나는 그 We에 포함 안되는 사람인건가?

나이 앞자리가 바뀌니 이런 걸로 소심해진다.

사실은 한국 돌아와서도 계속 이 노래와 이 순간이 떠오르곤 했다.

그냥 내 영어 이름을 종종 Young으로 하기도 하니 계속 I'm Young인 걸로.



가이드북이나 웹에서 은근히 최신의 이스탄불 메트로/트램 노선도를 구하기 어려운데, 조금 옛날 노선도엔 시샤네역이 메트로 M2 라인의 종점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노선도에 따르면 내가 묵는 숙소까지 가려면 튀넬을 타고 트램 T1 노선을 타고 M2역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사실 최근의 노선도를 보면 M1 라인과 M2 라인은 연장되어 예니카프 역에서 만난다. 미리 발견한 덕에 한결 편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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