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inerary/15 : Turkey

Amasya #1

by edino 2015. 5. 18.

아마시아는 이번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도시다.

루트를 짤 때 영 각이 안나와서 몇번이나 그냥 넘어갈까 했었지만, 적어도 터키 안에서는 아마시아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은 없었다. 결국 타기 싫은 장거리 버스를 타고, 기차도 탔으니.


다른 주요 여행지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여행지로서 아마시아의 최대 약점이다.

아직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는 아니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



아마시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경.

허허벌판만 몇시간을 달리다, 이정도 번듯한 역사를 가진 제법 규모있는 도시에 도착하니 묘한 느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아마시아의 상징과도 같은 성채가 있는 산이 이 도시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아마시아의 기차역 또한 도시 한쪽 끝에 있기 때문에, 기차역에서 도시 중심으로 가는 길은 아마 다시 오게 될 것 같지 않다.

버스로 온다면 아예 지나칠 일도 없을 길.



시바스도 그렇지만, 아마시아도 호텔 예약 사이트에 나온 숙소 정보들이 부실하다.

가격 흥정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예매는 안하고 몇군데 후보지만 정해두고 왔다.

특히 예실으르막 강의 북쪽(성채쪽) 구역은 그다지 넓지 않으나 오래된 전통가옥들을 살린 호텔들이 많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이 주로 그러하듯, 캐리어 끌고 다니기 쥐약인 돌길이다.

1순위로 마음에 둔 호텔을 찾는데, 지도의 위치로 생각되는 곳을 아무리 찾아도 안보인다.

해당 위치에 다른 이름의 호텔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름이 바뀐 것 같은데 그 호텔도 도무지 인기척이 없다.

결국 그보다 약간 비싸지만 2순위로 가보려 했던 호텔로 정했다.



석굴분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이 호텔은, 몇개 안되는 인도교 중 하나를 건너면 바로이기 때문에 찾기도 쉽고 편리하다.

생각보다 할인은 별로 못받았지만, 방도 깨끗하고 괜찮았다.

강이 보이는 전통가옥 호텔은 아니지만, 뭐 며칠동안 충분히 볼 풍경인데 굳이 방에서도 꼭 봐야하는 건 아니다.


시바스에서도 그랬지만, 호텔 직원도 모두 영어를 하는 건 아니다.

프론트에 빨래 서비스를 문의하러 갔을 때 지키던 직원이 영어를 아예 못했는데, 그래도 스마트폰 덕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구글신께서 하루빨리 완벽에 가까운 실시간 번역기를 내놓기를 바란다. 그때쯤엔 동영상같은 스트리트뷰가 VR로 제공되고, 그 안에서 second life처럼 사람들끼리도 마주치고 대화할 수 있다면, 해외여행 꼭 직접 가야하는 건가? 할 때가 올지도. ㅎㅎ



호텔 바로 앞의 다리 건너에서의 풍경이다.

기차역에서 걸어오면서, 이런 산세가 바로 올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던 학교를 보면서, 여기서 이 산을 늘상 보고 자란 아이들은 뭔가 다른 것이 마음과 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항상 보이는 곳에서 자란 아이들처럼, 그들에겐 모태신앙 같은 것이 마음 속에 하나 더 있지 않을까? 사람이 만든 것이 명백한 것들을 주로 보며 자란 아이들과는 다른 마음꼴이지 않을까?

스트라본이라는 고대 그리스의 뛰어난 지리학자가 아마시아 출신이란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 풍경은 압도적인데, 뭐라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스펙타클해서 압도적이라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러하다. 이 마을의 어디서나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강 남쪽에는 상당한 번화가가 있다.

주변 몇 백km를 오면서 황량했던 풍경을 떠올리면, 사람들이 참으로 사회적인 동물임이 느껴진다.

아무튼 여기에는 대형 슈퍼마켓만 해도 여럿이고, 은행, 여행사 등등 없는 게 없다.


우선 배가 고프니 적당한 곳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는데, 케밥과 아이란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가격이 2.5tl 이란다. -_-;;; 잉? 너무 싸서 재차 확인까지 했는데, 내가 동전 쥔 손을 펼치고 있으니 아저씨가 2.5tl만 가져간다. 주문 받은 다른 아저씨들도 다 보고 있었는데, 좀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란 가격 1tl 정도는 누락된 게 아닌가 싶은데, 동양인이라고 서비스(?)를 준 건가? 그 가게에는 동양인 내지는 적어도 동양인 혼혈로 보이는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아저씨들이 나더러 그 아저씨를 가리키면서 뭐라뭐라 했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 일하던 동양계 아저씨도 그 얘기 들으면서 어색하게 웃던데 영문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4일간 아마시아에서 본 유일한 동양계 사람이었다.


점심을 먹고 시내와 강가 주변을 좀 구경하다 호텔로 들어가 좀 쉬었다.

아마시아에서의 일정은 느긋하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보니 강가 가옥들에 조명이 들어와 있다.

이 사진은 제법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저 붉은 빛이 엄청나게 촌스럽다.(물에 비친 색깔에 가깝다.)

문제는 그 색깔마저 더 촌스러운 색깔로 바뀐다. ㅋㅋㅋㅋ

흰색, 파란색, 초록색 등 전부다 너무나 인위적인 느낌의 조명이다.

몇년전 아마시아에 다녀온 블로그 야경 사진에는 저런 조명이 아닌 걸 보면, 최근에 관광청이나 뭐 이런 곳이 야심차게 추진했으리라. ㅋㅋ


아마시아에 대해 찾아보다 어느 블로그에서 봤는데, 어느날은 조명이 심하게 알록달록 이상했는데, 다음날엔 멀쩡하더란 얘기를 봤었다. 그래서 그걸 믿고, 이후 매일마다 나와 보았다. 요일에 따라 바뀌나? 아님 시간대에 따라 바뀌나? 여러가지 가정을 세워놓고 매번 체크해 봤는데, 항상 똑같았다. -_-;;


돌아와서 다시 찾아보니, 그 블로거가 착각을 한 듯 싶다. 높은 곳에서 보면 아마시아의 전체 조명은 멀쩡하다. 다만 이 강가의 전통가옥들과 석굴분묘의 조명이 좀 이상할 뿐이지. 전기 아낀다고 LED로 하느라 그랬을지도 모를 노릇. ㅋㅋ 센스 없는 행정으로 인해 좀 아쉬운 조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아마시아의 야경은 충분히 멋지다.

강가를 걷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름 이정표 역할도 하는 이 시계탑은 다리 바로 건너편에 있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 시계탑 바로 옆의 레스토랑으로 갔다. 나름 꽤 오랜 역사가 있는 식당이라는데, 오늘 점심을 무지 싸게 먹었으니 저녁은 좀 잘 먹어도 되겠다 싶어 가격도 안보고 들어갔다. 처음에 문을 열려 하였더니 안열렸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데리고 들어갔다. 문이 고장난건가? 대학교때 12시 넘으면 술집 영업도 못하게 하는 법이 있었는데, 그때 문 걸어 잠가놓고 영업하던 게 생각난다. ㅋㅋ



안에는 창가 자리만 채울 정도로 적당히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앉을 창가 자리도 하나 있었다.

날씨가 아직은 좀 싸늘하지만, 여름이면 창을 열어놓으면 분위기가 더 좋을듯.



메뉴가 뭐였더라... 안먹어본 거 시켰는데 타북 소테였던가?

맛은 괜찮은데 특이하게 고수 같은 게 올려져 있어서 빼고 먹었던 것 같다.

기분낸다고 와서 시켜 먹었는데 20tl이다.

터키 물가는 흐뭇하다. ㅎㅎ



저녁을 먹고 강가를 따라 좀 걸었다.

꽤 늦은 시간까지, 다소 인적이 드문 곳에도 여자 혼자서 걸어다니고 하는 걸 보면 터키의 치안은 대체로 좋아보인다.

이런 큰 길가야 말할 것도 없다.



저 깨는 조명만 아니면 다리 위에서 보는 아마시아의 야경은 4.7배 정도 더 운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파란색 조명으로 바뀌었다.

뒤에는 석굴분묘가 저런 허연 조명을 하고 있고, 앞에는 흉상들이 늘어서 있고, 호러가 따로 없다.


강가에 늘어선 흉상의 주인공들은 아마시아에 행정 수장으로 왔던 술탄의 후예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술탄이 되었고, 일부는 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기도 하였다.



할로윈 때라면 센스 짱이라고 해줄 만 하겠다. -_-;



석굴분묘에 급기야 붉은 조명.

여름밤에 귀신동굴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