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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Kapadokya #3

by edino 2015. 5. 5.

3월 14일.

이날은 전날보다 버스가 좀 늦게 왔다.

흐린 정도는 어제보다 덜한 것 같은데 오늘은 뜨려나?


누군가 하얀 풍선을 날리는 것을 보았다.

풍선은 올라가며 한 방향으로 곧장 날아갔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의 바람인지 감은 없다.



어제는 선풍기로 벌룬에 바람을 불어넣는 단계에서 대기였는데, 오늘은 곧장 기구를 세우고 점화를 시작한다.

모인 건 더 늦었는데, 진행은 훨씬 빠르다.

다른 벌룬은 사람들이 타기 시작한다.

어쨌든 타는구나~ 앞으론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일단 기쁘다. ㅎㅎ



내가 탄 기구도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을 태우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다. 특히 내가 탄 기구는 나 빼고 전부 노인분들 같다.

4개의 버너가 있고, 몇개의 소형 가스통이 있는데, 하나는 출발 전에 다 소진하고 내려놓고 출발.



파일럿 외에도, 기구가 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구를 펴고 접고 바람을 넣고 세우는 사람들, 차에 기구를 매달고 안정적으로 뜨고 내릴 때까지 잡아주는 사람들...

그렇게 보면 기구 체험이 그렇게 비싼 것만은 아니다. 물론 요즘 환율 덕도 있겠지만.


바로 머리 위에서 버너에 불이 붙어 타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올라가는 것은 비행기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안정적이고 우아하다. 뜨도록 도와준 스탭들에게 바이바이하고 계속 올라간다.



성수기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기구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디자인이나 색상들이 좀 칙칙한 게 있는데, 그중 최악은 중국계 벌룬 회사인지 중국어와 이상한 로고가 그려진 것도 있었다. ㅋㅋ 역시 원색이나 알록달록한 것들이 보기 좋다.



한 방향으로 바람을 타고 주욱 날아가기는 하지만, 워낙 움직임이 고요하기 때문에 특별히 겁을 먹는 사람들은 없다.

하늘은 파래야 맛인데, 다행히 오늘 하늘색도 좋다.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내가 탄 기구와 몇몇 기구들은 특정 지형 근처에 오자 비교적 낮게 날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긴 바위들 사이로 지나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오르막이어서, 살짝씩 고도를 올리다가, 약간 급한 경사가 다가오면 버너를 풀가동하여 고도를 스릴 있게 올린다.



바로 이런 지형이다.

일단 저곳을 올라오니 평평한 밭이 펼쳐진다.



어떤 벌룬들은 더 높이 날고, 별로 그렇지 않은 벌룬도 있다.

기구마다 다른데, 그게 그때 그때 파일럿 맘인지, 회사들끼리 경우에 따라 서로 고도를 달리하여 조정하는지 모르겠다.

후기들을 보면 어떤 경우는 처음부터 높이만 날아 재미없었다는 사람도 있던데, 복불복인 듯 싶다.



우리가 탄 기구 바깥쪽은 회색이 좀 칙칙해 보였는데, 안쪽에서 바라본 색이 오히려 더 예쁘다.



우리가 탄 회사의 기구는 그다지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이 근처에 온 다음부터는 저렇게 그림자가 낮게 보일 정도의 고도로 꽤 오랫동안 날아갔다.

연료 아끼기인가? -_-;;



다른 기구들은 아주 높이 나는 것도 있으니, 왜 어떤 벌룬들만 높이 나느냐는 불만 섞인 질문도 있었으나, 안전을 책임지는 파일럿에게 강하게 어필은 못한다. ㅎㅎ



파일럿이 지상과 교신 끝에, 기구를 받아줄 차가 와서 내릴 곳에 대기한다.



아마도 바람이 아주 약한 경우겠지만, 기구가 트럭 뒤에 정확히 착지하기도 한다는데, 이날은 저 아저씨들이 꽤 애를 써야 했다. 그래도 출발시에 알려준 착지자세를 취하라는 명령까지는 없이 비교적 무난히 착륙하였다.



끝나고 나서 파일럿(오른쪽 끝)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오늘의 비행 기록을 알려준다.

최고 고도, 최고 속도, 비행 시간 등. 숫자는 잘 기억 안나는데, 최고 고도는 좀 뻥인거 같은데... -_-;;

특별히 기분 낼 건 아니지만, 이 '샴페인'에 알코올은 없다고 미리 얘기하니 김샌다. ㅋㅋ

수고한 다른 스탭들을 위한 것이라며 팁박스를 내놓고 거기다 자신이 먼저 고액권을 호기롭게 집어넣는다.


저 노란옷 입은 할아버지 높이 안올라간 게 여전히 불만인지 왜 저 벌룬들은 저렇게 높이 올라가냐고 또 질문.

파일럿은 즉답을 피하고... ㅋㅋ

할아버지 매우 짠 금액을 팁으로 넣고, 또 좀 웃긴건 팁 넣을 때마다 이 아저씨들이 보면서 박수를 쳐준다. -_-;

몇명이 팁을 내긴 했지만 다들 그리 후하진 않은 것 같음. ㅋㅋ

나중에 한명씩 호명하면서 비행 인증서를 나눠주는데, 내 이름이 누락되어서 이름이 빈 증서를 주고는 나더러 이름 적어넣으라고 한다. ㅋㅋㅋ



숙소에 돌아왔다. 사진은 내 방에서 창 밖 풍경.

아무튼 열기구를 타고 나니, 터키 와서 가장 큰 숙제를 해치운 느낌. ㅎㅎ

한번 탈만 한 근사한 경험이긴 하나, 두번 타라고 하면 굳이... 뭐 그런 정도의 느낌이다. ㅎㅎ


사실은 지금까지 터키에서의 느낌이 그렇다.

좋은 곳도 많고, 감탄도 많이 하면서 다녔는데, 꼭 다시 오고 싶거나 다시 겪고 싶은 경험은 별로 없다.

별로여서가 아닌데도 한번이면 족한 느낌. 그래서인지 다시 오게 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간 곳은 더 부지런히, 자세히 봐야 할 것 같은 기분?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하와이 다녀와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요즘 다음 여행 계획을 짜고 있자니 그만한 데도 별로 없는 것만 같고, 그립고 그렇다. ㅎㅎ


하루의 시작이 이르니 오늘은 꽤 긴 하루가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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