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지난 이틀은 여행중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날들이었다.
하루치 여행기를 3편씩 쓰다니. -_-;; 이후로는 이렇지 않다.
파묵칼레를 반나절 정도만 들렀다 간다면 석회층 공원에서 걸어 올라가서 히에라폴리스 유적은 맛만 보고 돌아가겠지만, 나는 꽤 시간이 있기 때문에 북문으로 들어가서 히에라폴리스 전체를 다 볼 셈이다. 다만 렌트카의 문제가 있는데, 히에라폴리스는 상당히 넓기 때문에 북문에 차를 세워두고 석회층까지 구경을 하면 다시 북문으로 걸어나오기가 좀 멀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북문까지는 걸어갈 거리도 아니고. 그럼 어떻게 가는게 좋을지 어제 그 가방도 안들어준 호텔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돈을 내더라도 혹시 호텔에서 셔틀 서비스나 그런건 없나 하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그럼 우리가 같이 차를 타고 가서 나는 북문에서 내리고, 자기가 내 차를 다시 가져가서 호텔에 세워두면 어떻겠냐고 한다. 오, 그래주면 나는 고맙지! 어제 불친절하다고 속으로 투덜댄 거 미안하다.
비수기 아침의 히에라폴리스 북문쪽은 한산하다.
매표소의 직원들 이외에는 네크로폴리스까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았다.
올림포스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훨씬 더 번영했던 곳의 흔적을 보는 건 묘하다.
가상으로 그 시대를 재현해둔 복원도를 보면 과거의 히에라폴리스는 어마어마한 휴양 도시였다.
이 네크로폴리스도 여기까지 요양 왔던 많은 귀족들과 왕족들이 이곳에서 죽어 만들어진 곳이다.
여러 문명의 지배를 받으며 천년 넘게 번영한 도시라, 네크로폴리스의 석관묘들도 다양한 형태이다.
환한 아침이지만, 인적이 없는 죽은자들의 도시를 걷는 기분은 묘하다.
방치된 채 흩어져 있는 유적들과 푸른 나무/풀들의 대비는 무상함을 더욱 배가시킨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인들로 추정되는 그룹 관광객들을 마주쳤었다.
로마에서 이렇게 멀리서까지 자신들의 조상들의 유적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지만, 이렇게 넓은 곳에 흩어진 유적들 또한 그 자체로 장관이다.
로마극장은 원래 파괴가 덜 된 것인지, 복원이 잘 된 것인지, 규모도 크고 유적 중 가장 눈에 띈다.
석회층으로 가는 온천수는 위에서 control 한다.
난개발로 온천수의 양도 줄었다 하고, 계절과 관광객 상황 등에 따라 물의 양을 조절해 흘려내려보낸다고 한다.
딱히 근래에 비가 많이 온 것 같지도 않고, 비수기이기도 하니 석회층에 고여 있는 물은 겨우 맛배기 수준이다.
왠지 이럴 것 같아, 기대가 하나도 안되었었다.
저기 사람들이 내려가는 주요 길 빼고는 바짝바짝 말라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히에라폴리스 유적이 더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보이는 저 유적은 아마도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최고급 숙소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물 없는 부분이 새하얀 것 까지도 아니다.
저 중간에라도 물이 좀 고여있으면 더 볼 만했을까?
인공적으로 물을 좀 올려서 흘러보내면 안되나 싶기도 하지만 아마 보존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이 망가졌지만.
물의 온도는 그냥 미지근한 정도? 거의 고여 있는 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이른 듯 하지만 수영복 입고 자리잡은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 석회층에는 아무리 신발 벗고 들어가게 한다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온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단단한 암반도 아니고 석회층, 더더군다나 물이 고인 곳은 쉽게 바스라진다.
사실은 히에라폴리스 유적을 먼저 다 보고, 석회층 길 따라 공원쪽으로 걸어 내려가 호텔로 가려고 했었는데, 유적 온천을 안보고 내려온 것이 생각났다. -_-; 다시 되돌아 올라가서 보고 왔다. 아직은 이곳에서 온천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구경은 공짜다. 푸른 물색과 가라앉아 있는 유적의 폐허들 사이에서 온천욕은 좀 색다르긴 하겠다. 가장자리로는 시퍼렇게 깊은 곳도 있다.
그리고 나서 히에라폴리스 남문으로 향했다.
나는 남문이 아까 내려가려던 석회층 길과 거의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_-;
남문으로 안갔으면 이런 곳도 지나치지 않았겠지만, 어차피 여기도 물이 없어 크게 다르진 않았다.
남문으로 나가보니 석회층 공원까지 거리가 한참이라 당황. 대부분 단체관광객들이 버스로 오는 곳이다.
택시를 탈 것인가, 걸을 것인가.
네비를 찍어보니 25분 정도 걸으면 되겠더라.
렌트를 하였는데 택시까지 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걷기로 결정.
내리막이고, 날씨도 괜찮으니 걸을 만은 하다.
다만 가는 길은 인적이 너무 없어서 좀 그렇다. -_-;;
위 사진은 거의 다 내려와서 마주친 양떼와 지키는 개.
9시반 정도에 히에라폴리스 북문으로 입장해서 남문을 통해 내려오니 12시반 정도.
특별히 서두르지도 않고 여유를 부리지도 않고 구경하는데 걸린 시간이 3시간 정도였다.
생각보다 파묵칼레 구경이 일찍 끝나서 점심을 먹고 출발할까 하다가, 어제 먹은 맛없는 저녁이 생각나 관두기로. -_-;;
대신 떠나면서 호텔 근처의 가게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금액은 5.2tl, 우리돈으로 2100원 정도? ㅋㅋ
터키 과자는 가격도 쌌고 맛도 있었다.
이제 오늘의 숙소가 있는 셀축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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