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체크아웃 하고 차를 몰고 나왔다.
안탈리아에서 이즈미르까지는 매일 다른 곳에서 잔다.
전체 일정에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라 좀 더 천천히 다니고도 싶었지만, 이즈미르에서 카파도키아까지의 비행기가 일주일에 두번 밖에 없어서, 날짜를 맞추려면 터키 서남부는 좀 급하게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지중해, 에게해에 면한 이쪽 해안가야말로 터키에서 볼만한 도시들이 그나마 모여 있는 곳이다.
다른 곳들은 참 많이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자유여행으로는 시간 상으로나 편의 측면에서나, 렌트가 좋은 선택인 구간이다.
아침에 먼저 들른 곳은 콘야알트 해변.
구시가지에서 차로 10분도 안걸린다.
벌써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날씨인데, 병풍처럼 두른 산들 뒤로 먼 산들은 아직도 흰 머리를 내놓고 있어서 더 색다른 느낌이다.
아주 차갑진 않고, 자갈 해변이라 물은 더욱 맑고, 파도의 힘이 제법 세다.
파도가 들어왔다 빠질 때마다 자갈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아주 재밌다. ㅎㅎ
온 길 쪽으로는 어제 다녀온 길들과 구시가지가 보이고,
가야 할 길 쪽으로는 산들의 모습이 근사하다.
안탈리아를 떠나기 전에 들른 안탈리아 고고학 박물관.
콘야알트 해변 시작하는 곳에서 길만 건너면 금방이다.
가이드북이 상당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며 놓치지 말라 하여 들렀다.
겉에서 보고 생각보다 건물 규모가 작아서 과연? 했었는데, 들어가보니 유물들 수준이 대단하다.
안탈리아 주변에는 시데, 페르게, 아스펜도스 등 고대 도시 유적들이 많이 있다.
그런 곳들에서 나온 건물 이외의 유물들이 모여 있으니 박물관도 훌륭할 수 밖에.
사실 렌트도 했겠다, 가는 길이라면 몇몇 유적 도시들은 들러볼 수도 있었겠지만, 모두 안탈리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내가 가려는 루트와는 반대방향이다. 또 남은 일정 중에 히에라폴리스와 에페스 등이 있어서 굳이 따로 시간을 내 들르진 않고, 대신 이 박물관으로 만족. 비수기 평일이라 사람도 없어서 좋고, (플래쉬 없이) 사진도 마음대로 찍을 수 있어 좋다.
이곳은 페르게에 실제 배치되어 있던 그대로 재배치 해두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 성서나 실존 인물들 ... 군데군데 파손되었어도 여전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터키란 나라도 이탈리아 못지 않게 치이는 게 유적이다.
실내에는 다 놓을 수 없어 정원에 그냥 늘어놓은 유물들이 많다.
유물/유적들이 놓인 정원 한쪽은 카페를 겸하고 있다.
유적들 사이에 앉아 커피나 차이 한 잔, 운치 있다.
올림포스로 출발이다.
오늘은 오전에 안탈리아를 마저 보고, 올림포스에 들렀다가, 잠은 카쉬에서 자는 꽤 빡빡한 일정이다.
운전만도 거리는 200km 정도, 3시간 이상.
그래도 터키에서 이 정도면 아주 가까운 거리.
가다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백인 커플이 있었는데, 방향상 아마도 올림포스 아니면 카쉬로 갈 확률이 높았다.
안그래도 혼자 렌트하고 다니는게 좀 아깝기도 해서, 같은 방향인 여행자들 만나면 태워주려 했었는데, 이 커플은 내가 좌회전 하는 구간에 서 있어서 발견이 좀 늦었고 차를 데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차를 돌려서까지 태우러 가기도 뭣해서 그냥 갔는데, 사실 가족이나 친구라면 모를까,누군가를 태워가는 건 좀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낯선 운전 환경에서 초행인 길을 가면서 영어로 대화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 또 나는 차를 타고 가다가도 멋진 풍경이 나오면 차만 델 수 있으면 아무 때고 차를 세우는데 그때마다 같이 탄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눈치를 봐야 할 상황도 그렇고. 혼자 타고 가는 것도 쉽게 못해볼 즐거운 사치라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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