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마트에만 가도 시도해보고 싶은 와인들이 시시때때로 세일을 해서, 한동안 와인도 대부분 2~3만원대에서 구입을 해서 마셔왔다. 물론 가끔씩 원래 10만원 정도 하던 와인들이 거의 반값에 나오거나 하면 집어와서 먹어보긴 했는데... 결론은 할인된 와인은 대부분 할인된 가격 정도의 값어치다. 맛있으면 인기가 있게 마련이고, 그 가격대에서 인기가 있으면 세일을 할 이유도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리고 한번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나온 와인은 거의 항상 그 가격으로 굳어진다.
또 전문샵 아닌 바에야 마트에서 점원들이 권해주는 와인은 믿지 말자. 묘하게도 나한테 와인 권하는 점원의 70% 정도는 처음에 아르헨티나 말벡을 권한다. 내가 와인은 특별히 안가리는데, 말벡, 진판델, 소떼른 등 달다구리 디저트 와인은 왠만하면 안잡는다.(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상급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마 얘네가 많이 남거나, 재고가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암튼 엄청나게 맛이 없는 와인을 고르는 일도 거의 없지만, 대단히 인상적인 와인을 접한지가 너무도 오래 되었다.
몇번 기대했던 유명 와인들의 Second 와인들은 대부분 다 너무 평이했고, 작년엔 출장 때문에 회사 와인 동호회도 거의 못나가고... 그러다보니 한동안 열심히 적던 Tasting Note도 안적게 된지 오래고...
이런 저런 이유로 거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져가던 wine 카테고리인데...
최근 들어 이런 와인 매너리즘을 극복해보고 싶어졌다.
전에 가장 인상깊게 마신 와인 중에 하나인 Italy 와인도 한번 열심히 찾아봤는데 수입사가 망한 듯. -_-;
두어번 수입사가 바뀌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모두 흔적이 없다.
암튼 그래서 종종 와인을 같이 마시곤 하는 식도락가 친구부부와 합심하여, 몇달에 한번이라도 평소에 마시던 것들보단 좀더 고급의 와인들을 접해보기로 하였다. 괜히 취향을 비싸게 만들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늘 고만고만하면 재미도 없으니, 그래도 위쪽을 접해봐야 어떤 세상이 있는지도 아는 것이니, 라고 정당화 하면서. ㅋㅋ
그래서 한동안 몇달에 한번씩은 이 카테고리에 올릴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프로젝트의 첫번째가 바로 이놈이다.
와인샵에서 세일때 아저씨가 열심히 권해줘서 골라오긴 했는데, 사실 각오(?)했던 금액보단 과하게 비싸진 않은 와인.
물론 세일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가격 보면 좌절이다.
세일 이전에 현지가의 4배 정도 하던 걸, 세일한다고 3배 정도에 사는 셈. ㅠㅠ
FTA고 뭐고 우리나라는 주세 때문에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먹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일본과 비교만 해봐도 일본은 주세가 술의 양에 따라 매겨지는데, 우리나라는 가격에 비례해 매겨지니 비싼 와인일수록 외국 가격과 격차는 훨씬 커진다.
그렇다고 안그래도 술 많이 먹는 나라 주세를 내리자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근데 일본식을 응용해서 알콜 함량 대비로 주세를 매기면 어떨까?
물론 서민 술이라는 소주 등이 타격을 받고 서민 계층에 부담도 늘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싼 가격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경향도 없지 않을 듯.
그리고 그 가격에 묶여서 술같지도 않은 희석식 소주와 저질 맥주가 우리나라 술시장의 주류다.
얼마전에 회식때 모던하게 꾸며둔 막걸리바에 갔었는데, 한병에 2만원 넘는 막걸리부터 4만원 넘는 소주까지 마셔봤다.
확실히 맛들은 좋았다. 그리고 아껴먹게 된다. -_-;;
바람직한 술문화 정착과 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주세는 좀 올리는 게 어떨까?
(개인적으로야 비싼 와인 주세는 좀 내려주면 더 고맙고. ㅋㅋ)
얘기가 샜는데, 이 와인은 시칠리아의 와인이다.
시칠리아의 와인을 마셔본 적은 있는데 어떤 것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이 파소피시아로는 네렐로 마스카레제라는 품종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에게 권해주시던 아저씨의 설명에 의하면 피노누아의 조상쯤 되는 품종이라고.
그리고 또 찾아보니 시칠리아에서도 에트나 화산 근처의 해발 1,000미터 화산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라고.
1시간쯤 열어두려 하였는데, 친구가 30분쯤 늦어서 결국 1시간반 오픈해두었다 시음하였다.
전형적인 피노누아처럼 연한 빛깔.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아서 적당한 온도보다 조금 찬 느낌.
그래서 초반에는 향도 덜하고 알콜향도 강했는데, 마시다보니 꽤 다채로운 풍미가 난다.
화려한 부케는 아니나 복잡하면서도 잘 정돈된 느낌, 무엇보다 입에 댈 때마다 달리 느껴지는 그 변화가 재미있다.
다음에 마신 호주 쉬라즈는 확실히 파소피시아로의 급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그 쉬라즈는 대비가 되어서 더 그런지 몰라도 포도주스처럼 심심하였다.
파소피시아로는 오랫만에 와인의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 것은 틀림없으나...
가격대비로 한다면 좀더 할인을 하지 않으면 손이 쉽게 가진 않을 듯.
그 정도 가격대라면 시도해볼만 와인들은 너무나 많아서, 차라리 새로운 모험을 시도해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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