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 McNally라는 사진작가가 쓴 '사진, 플래시의 마법'(원제:The Hot Shoe Diaries: Big Light from Small Flashes)이라는 책을 회사에서 빌려볼까 해서 넘겨보다가, 에이 뭐 이 책 봐봤자 플래시 뽐뿌밖에 더 생기랴 해서 그냥 관두려다가, 아래의 사진을 보고 넘기던 손이 멈췄다. 그리고 바로 빌려와 버렸다.
Jody Miller라는 아이다.
3살반의 나이에 Rasmussen이 뇌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하루에도 수십차례 발작을 일으켰다.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반구절제술을 제안하고, 부모들은 받아들인다.
11시간에 걸친, 뇌의 오른쪽 절반을 제거하는 대수술.
그리고 이 사진은 수술후 4주 뒤 주일학교에서 Jody의 모습이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이런 아름다운 기도가 또 있을까 싶은 모습이다.
8주 뒤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수영장에서 장난치는 사진도 있다.
놀랍게도 한쪽 뇌만으로, 그녀는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비록 몸의 왼쪽 동작이 완전하진 않고, 팔을 아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린 National Geographic 잡지가 1995년이니까, 아이는 이제 거의 성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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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생각보다 플래시 뽐뿌를 덜 받았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진에서 이 아저씨는 매우 많은 수의 조명기기들을 썼기 때문이다. 주로 쓴 것은 소형 플래시이지만, 그것도 여러개 동조해서 쓴 사진들이 많다. 조수를 쓴 사진도 많고. 즉 괜찮은 소형 플래시 하나 산다고 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나도 전에 플래시가 하나 있었다.
YinYan 32라고... 중고가 5만원 정도로 저렴한데 광량은 제법 센, 가난한 사진가를 위한 플래시였다.
그런데 이 물건은 TTL도 없는 완전 수동식이다.
사진 한장 찍을 때마다 적정 노출을 위해서는 한참을 계산해서 조작하고 찍어야 한단 소리다.
노출계만 있는 완전 수동 카메라로 찍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래서 플래시 공부하기엔 좋다.
하지만 TTL이 된다 해도 그 크기와 번잡함 때문에 사용 빈도가 떨어질 것이 뻔한데, 이런 불편한 기기를 자주 사용하게 될리 만무하다. 편리함에 밀려 필카, 수동렌즈, 수동 플래시 모두 팔아치운지 오래다.
Joe McNally도 사진과 노출에 관한 다양한 팁들을 소개하지만, 나날이 좋아지는 최첨단 기술들을 마다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촬영 습관 등을 소개하는 건 재미있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기능/모드 등은 나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프로가 찍는다고 처음부터 의도된 결과를 만들어가는 건 아니란 고백도 흥미롭다. 사진을 좌우하는 순간과 빛을 완벽히 통제하는 건 역시 불가능. 우연이야말로 사진의 즐거움이다. 프로에겐 밥그릇이 달린 고통과 희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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