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고베까지는 오사카 근처 주소역에서 갈아타서도 꽤 가야 하는 먼 거리인지라, 자리에 앉기 위해 한 정거장 거꾸로 타고 한큐전철 시작역인 가와라마치역으로 갔다.
그런데 같은 노선에도 열차가 매우 다양했다.
Express, Limited Express, Rapid Express, Semi Express, Local, Rapid.... -_-;
역에서 찾아봐도 어디에도 어떤 열차가 더 빠르다는 영문 설명은 없었다.
한자를 읽어도 무엇이 가장 빠른지 헷갈리긴 마찬가지여서, 쾌속이 빠른지 급행이 빠른지 쾌속급행이 빠른지.
Semi Express와 Local은 당연히 느려보여서 보냈지만, Limited Express와 Rapid Express가 좀 까리했다.
펜탁스 고급렌즈에서처럼 Limited가 희귀하다는 쪽으로 좋은 뜻일 수도 있지만, 왠지 직역했을 때 뜻이 그냥 Express보다 빠르지 않을 것만 같고, Rapid Express는 어쨌든 빠르단 말이 2개 붙어 있으니 가장 빠르지 않을까? 하여 서너대를 그냥 보내고 Rapid Express를 골라탔다. 별로 빠른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으며 주소역에서 갈아 타고, 그 안에서 열차 종류별로 정차하는 역이 표시된 표를 보고 나서야, 처음 그냥 보낸 Limited Express가 가장 빨랐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_-; 괜히 잔머리 굴리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이번 간사이 여행에서는 오사카, 교토, 고베 모두 해가 진 다음에야 도시에 처음 도착하는 일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새로 도착한 도시에서 첫날 일정들은 모두 숙소 주변이어야 했고, 또한 밤이므로 기왕이면 야경이 좋은 곳이어야 했다.
첫날 고베에서의 계획 역시 야경이 멋지다고 유명한, 숙소 근처의 항만지역이었다.
그런데 그때가 8시쯤 되었나,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벌써 파장 분위기. -_-;;;
숙소에 짐도 못풀고 대충 Canal Garden과 Mosaic Garden을 훑어보고, 일단 저녁을 먹고 체크인을 하기로 하였다.
Mosaic Garden의 바다쪽 야외로 나오자 가게들이 예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 같다.
사람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많지도 않았다.
일본애들은 이 대관람차를 참 좋아하는 듯.
이번 여행에서만도 벌써 서너번째. 그래도 고베가 제일 예뻤다.
다른 놀이기구들도 좀 있는데 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약간은 호러영화에 나오는 분위기. ㅋㅋ
아직 할로윈도 멀었는데 이런 장식을 벌써부터.
우리가 묵기로 한 메리켄파크 오리엔탈 호텔.
Mosaic쪽과 호텔쪽은 서로 바라보기 좋은 야경이다.
호텔쪽으로는 이렇게 호텔과 유람선....
그리고 포트타워와 해양박물관이 고베의 야경을 빛내주고 있다.
유명하다는 고베 와규를 먹어볼까도 싶었으나, 멀리 가기도 힘들었고 시간도 너무 늦었고 너무 비쌀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이 야경을 보면서 야외에서 저녁을 먹는 호사를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위치로는 최고인, 뜬금없는 브라질 음식점으로 갔다.
Suntory Premium Malts를 피쳐로 시켜놓고, 무제한 제공되는 고기와 샐러드와 함께.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으로 더없이 훌륭했다. 특히 여행오면 우리는 음식 그 자체보단 분위기가 먼저다.
뿌듯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하던 길.
반대편으로 보이는 Mosaic 쪽도 야경이 볼만하다.
우선 체크인을 했다.
호텔 시설은 약간 낡았다.
내심 방에서의 야경도 좋았으면 하고 기대는 했었지만, 층도 높고 기대 이상의 view였다.
이런 방에 와서 잠만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마지막날을 접기엔 조금 이른 시간.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없어 10여분을 걸어 편의점에서 맥주를 더 사왔다.
이런 view의 호텔에 발코니가 없었으면 얼마나 안타까웠으랴. ㅋㅋ
다만 발코니 사이 방음이 안좋아 옆방 발코니에서 나는 소리가 잘 들려서, 분위기에 약간 마이너스는 있다.
뭐 옆에서 서로 모르는 말로 얘기하니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이렇게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은 아주아주 훌륭하게 마무리.
그런데 벌써 너무 오래된 기억처럼 아득하게 느껴저서 안타깝다. ㅠㅠ
저기서 사진만 아니라 동영상도 좀 남겨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다음날 귀국편 비행기는 오후였지만, 공항 가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고베에서의 시간은 오전 정도 뿐이었다.
고베가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었지만, 시간도 워낙 적어서 일단은 산노미야역 라커에 짐을 맡겨두고 기타노이진칸으로 향했다.
아침 먹을만한 곳을 못찾아 배고픈 채로, 오르막을 올라 모르는 길을 지도 보며 가려는데 비마저 조금씩 뿌렸다.
여행 내내 최고였던 날씨는 이날 만큼은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투덜대며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샀는데, 제법 맘에 드는 투명우산이라 서울에서 서로 가지겠다고 욕심내는 아이템이 되었다.
기타노이진칸의 이런저런 집들을 굳이 찾아다니며 보진 않았지만, 거리 자체가 깔끔하고 좋았다.
비는 점점 많이 오고,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여 결국 빵과 커피가 아점이 되었다.
고베는 이런 각종 빵/간식류들도 유명하다는데, 이곳의 빵들도 제법 맛있었다.
차양 아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를 보던 풍경, 그래도 지나고 나 생각해보니 운치있었던 듯.
다시 고베 중심가라 할만한 산노미야로 와서 근처 상가 등을 구경하였다.
위 사진은 그런 쇼핑몰들 중 하나인 메디테라스.
못데려온 Kiwi를 위한 선물 등을 좀 사려 하였는데, 특별히 살만한 item들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 환율 때문에 더더욱.
결국 기나긴 상가, 주변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산 것은 yeon의 예쁜 긴양말들 뿐.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인, 한국에선 유행이 한번 간 듯도 싶으나 일본에선 여전히 인기만발인, 오버니삭스인줄 알고 샀는데, 돌아와서 보니 무릎 아래로 오는 그냥 긴 양말들이었다. ㅠㅠ)
결국 다른 건 더 못사고 간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남은 현금으로 모찌, 과자 종류 등을 선물로 샀고, Kiwi를 위한 장난감은 면세점에서도 못사 결국 김포공항에 붙어있는 마트에서 토마스 기차를 샀다. Kiwi가 이제는 무슨 새로운 물건, 박스, 봉지만 들고 집에 들어가도 자기껀가 졸졸 따라다니면서 열어보려 한다. ㅎㅎ 다행히 토마스도 매우 좋아했다.
재작년 겨울 홋카이도 여행때도 그랬지만, 아이를 놓고 간 여행은 돌아오기 덜 아쉬운 장점도 더불어 있다. ^^;
아무튼 즐거웠던 여행이다.
다음엔 또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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