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스마 고조역 근처이므로, 한큐선을 타고 가다 종점 한정거장 전인 가라스마역(시조)에서 내려 걸어갔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거의 저녁 9시.
그날의 교토 일정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시조가와라마치 근처를 구경하는 것이 전부다.
아직 저녁을 먹지 못하였으므로 구경 겸 저녁식사를 위하여 다시 출발.
오사카에서 그렇게 많이 걸었었지만 아직 교토의 교통시스템은 익숙지 않기도 하거니와 길도 좀 익힐 겸 다시 걸어다녔다.
시조가와라마치는 사실 죽 뻗은 도로에 차양 비슷한 가리개와 조명을 해둔 것이 특색의 전부이지만, 그 자체로 꽤 화려하게 느껴진다. 처음엔 아무 음식점이나 들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기왕이면 맛집 찾아본다고 가이드북에 나온 한 곳을 찍어서 시조가와라마치 근처의 한 집을 찾아갔는데, 낯선 골목 끝에 위치한 그 음식점은 이미 닫혀 있었다.
사진 찍으며 거리를 걷다 보니 10시가 넘어간다. 시조가와라마치 거리 끝까지, 기온 직전의 가모가와강까지 걸었지만, 의외로 주변에 먹을 곳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은 오사카 도톤보리/난바 근처와 달리 10시가 넘으니 거의 파장 분위기.. 안돼! 난 저녁을 먹어야 한단 말이야!
그런 와중에 우연히 눈에 띄어 접어든 곳이 본토쵸. (나중에 지도에서 찾아보고 이름을 알았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끝도 없이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오호라, 다행히 굶지는 않겠구나 싶었지만, 죽 돌아봐도 마땅히 들어갈만한 곳이 안보였다.
가이드북에도 본토쵸만 소개되어 있지 그중의 어떤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았고, 대부분의 집들이 현지인들 대상으로 하는 집인지 겉에서 보면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기 힘든 음식점들이 수두룩했다. 메뉴가 있어도 대부분 일본어 뿐이고, 가격대도 짐작이 잘 안되고, 심지어는 입구가 너무 조용해서 과연 저 안으로 들어가면 영업을 하고 있을까 의심스러운 곳들도 있고, 패거리가 아예 점령한듯한 작은 술집들도 많고. 무엇보다 시간이 늦어서 하나둘 문닫는 집들이 많았다. 굶을까봐 조바심은 나는데 어딜 가야 할지 선뜻 들어가기 쉬운 곳이 없어서, 결국 본토쵸에서는 밥먹기를 포기. 그래도 밤의 이 거리는 꽤 운치가 있어 구경만으로도 즐거웠다.
가모가와강과 평행으로 흐르는 실개천 따라 약간 홍대앞 분위기 나는 거리도 들어가 보았지만, 여기는 삐끼들이 붙잡는 좀 비싸보이는 집들이 많다. 더더욱 조급해진 마음으로 다녀보았지만 11시쯤 되자 이제 영업하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더이상 걷기 힘들 정도로 지쳤다.
이제는 숙소로 방향을 잡고, 가는 길에 연 곳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먹으리라 작정하고 숙소로 향했다.
가다가 먼저 보인 곳은 CoCo 커리집.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프랜차이즈이긴 해도 만일 점심에 커리만 안먹었으면 들어갔을 것이다. 일단 skip. 더 가다 보니 도시락집이 하나 열려 있다. 숙소 바로 앞에 커다란 7 Eleven과 Lawson이 있으니 거기서 맥주좀 사다가 숙소에서 먹으면 되겠거니 하고 들어갔더니 영업 끝났댄다. -_-;
숙소까지 더이상 식당 따위는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주변 한적한 큰길.
아, 이제 미루고 미룬 저녁 만찬은 결국 편의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편의점으로 향하던 내 눈에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건물 생김새는 아웃백 등 패밀리 레스토랑같이 생겼는데, 메뉴는 일식이다. 그것도 매우 다양한 음식들을 판다.
그다지 맛집은 아닐 것 같으나, 편의점 음식이 아닌게 어디랴, 늦게까지 영업만 해다오 했는데 보니까 새벽 2시까지 영업!
감사합니다~!
밤11시 넘어서 이렇게 한상 받아 먹었다. Kirin 맥주 두잔과 함께.
맛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그렇게 먹고 맥주 2잔 포함 3천엔쯤 나왔다.
가격대도 꽤 되고, 음식 맛도 괜찮고, 내가 너무 음식점을 겉만 보고 판단했나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교토의 음식점들을 다녀보니 이 정도 메뉴에 2천엔이면 무지 싼 집이었다. -_-;)
뭔가 혼자 한잔 즐기기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매우 감사하게 배불리 자알 먹고, 12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교토 일정을 좀 예습하고 취침.
다음날은 yeon이 와서 합류하는 날이다. 낮 비행기지만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까지 와야 하므로 오후 4시 넘어서야 만날 수 있다. 기왕이면 교토에서 다양한 곳들을 함께 보기 위해, 교토에서 혼자 있는 이날 오후까지는 비교적 먼 곳들을 일정에 넣었다.
여우를 모신다는데, 재물과 관련된 소원을 비는 걸로 특히 유명.
저 붉은 도리이들은 최근 30여년 동안 1만여개가 세워져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랜다.
대부분 기업이나 사업하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세운다.
크기가 다양한데 5백만원 정도부터 2천만원 정도까지 다양하다.
이 신사 주인은 컨셉 참 잘 잡은 듯.
남의 돈 받아 대부분 남겨 먹고, 지어줘서는 또 관광객들까지 끌고.
도대체 저게 다 얼마냐. ㅎㅎ
산으로 주욱 나 있어서 살짝 등산인데, 끝까지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매우 많았다.
어쨌거나 눈은 매우 즐겁다.
적당히 돌아보고 다시 교토역으로 돌아와서 역사내 라멘집에서 아점으로 라면 흡입.
아무데나 들어간 거라 별로 기대를 안한 곳에서 돈코츠 라멘이었는데 맛있었다.
금각사(킨카쿠지)는 이전에 나라를 일정에 넣었을 때는 제외되었었다가, 나라를 제외하면서 다시 들어간 일정이다. 다른 관광지보다는 중심부에서 좀 먼 편이라, yeon 오기 전에 다녀올 곳으로 선정. 거리가 그렇게 먼 편은 아닌데, 의외로 교토가 교통난이 꽤 심해서 교토역에서 50분 정도 걸린 듯.
금각사 건물 자체는 뭔가 입체감이 부족하고 꼭 플라스틱처럼 느껴져서 생각했던 이상은 아니었지만, 주변 정원이 생각보다 좋았다. 일본 초글링들 때문에 별로 차분한 분위기가 못된 것은 좀 아쉽다.
료안지는 금각사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인데, 이날은 버스 1day pass도 있겠다, 최대한 체력을 아끼고자 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갔다. 돌맹이 정원이 유명하댔는데 의외로 큰 연못과 정원, 숲길이 한적하니 좋다. 확실치는 않으나 그 돌맹이 정원에 입장하지 않으면 따로 입장료를 내진 않아도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 왔으니 한번 들어가 봤다. 입장료는 역시 500~600엔.
건물이 별로 넓진 않고, 뒷채로 이어지는 요기는 좀 예뻤다.
여기가 사진으로 많이 본 돌맹이 정원인데, 선이니 뭐니 하는 건 나 잘 모르겠고 그냥 한번쯤 볼만은 하다. 뭔가를 느껴야만 할 것 같은 관객들은 여기 앉아서 이렇게 시간을 좀 보내면 된다.
오전에 후시미 이나리 신사가 생각보다 가까워 yeon이 올 때까지 조금 시간이 남았다.
별로 예정에 없었으나 료안지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닌나지에도 갔다.
교토의 다른 곳들에 비하면 우선순위는 많이 뒤로 놓아도 될 듯.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교토역으로 출발.
또다시 길이 생각보다 많이 막혀 yeon의 도착시간보다 조금 늦었으나 어쨌든 만났다.
외국서 이렇게 만나니 더 반갑고 좋다. ㅎㅎ
yeon과의 첫 일정은 청수사(기요미즈데라).
교토역에서 그리 멀지도 않거니와, 그나마 유적 중에는 늦게까지(저녁 6시) open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수사 구경만 끝나면 천천히 걸어 기온으로 빠져 저녁을 먹기도 좋은 일정.
도착 즉시 돌아다닐 수 있도록 yeon의 무거운 짐들은 미리 내가 트렁크에 실어 와서 숙소에 있었고, yeon은 가벼운 배낭 하나만 메고 왔다. 그래도 버스에서 내려 청수사까지 좀 걸어야 하므로, 차완자카를 정신없이 걸어서 청수사 입구에 도착.
이미 5시를 넘었지만 입장은 가능했다.
단풍이 지면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겠지만, 이 풍경 또한 더 아름다울 듯.
해가 많이 짧아졌지만, 오히려 운치는 더 있었던 듯.
이날의 날씨는 정말 여행하기에 만점이었다.
마츠하라도리를 내려와 교토스러운 거리로 유명한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로 빠졌다.
저녁에 불이 들어온 풍경들도 예뻤으나, 이곳의 상점들은 청수사 폐장시간에 맞춰 거의 다 닫아버리기 때문에 좀 아쉬웠다. 게다가 해도 금방 떨어져서 좀더 걸으니 캄캄해지고 그 많던 사람들도 다 어디로 빠졌는지 인적도 드물어졌다.
지도를 보고 이시베이코지까지 간다고 갔는데 정확히 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_-;;
거기서부터 기온까지의 거리도 꽤 될 줄 알고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서 yeon도 세번 이상 타면 이득인 1day pass를 샀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야사카 신사에 와있었다. 의도하지 않게 마주쳐서 대충 둘러보고 정문으로 나와보니 바로 기온 중심부의 시작이었다. 여기서부터는 버스를 억지로 타기도 힘들다.
우선 하나미코지 거리로 가서 주니단야라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다른 곳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하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장어덮밥 가격만 보고 먹을만 하겠거니 했는데 스끼야끼를 시켜볼까 했더니 1인분에 5천엔이 넘는다. 고기 150g씩 2인분 하면 15만원. -_-;; 그래도 일본 왔으니 스끼야끼 한번 먹어보자 우겼으나, yeon이 서울 가서 해주겠다고 좀 적당한 가격대로 먹자 하였다. 그래도 이런 메뉴가 3천엔이 넘었다. ㅠㅠ 뭐 맛은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이곳은 여행 전에 가장 기대했던 곳 중에 하나인 시라카와.
실개천을 옆에 낀 운치있는 가게들, 나무와 조명들까지 어우러져 밤이 더 예쁠 법한 곳이다.
짧긴 하지만 몇번을 왔다 갔다 하며 눈과 카메라에 담았다.
벚꽃이 필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시라카와 주변 가게들 중에 들어갈만한 곳을 한번 찾아봤으나, 이미 우리는 배가 너무 불렀고, 적당히 맥주 한잔 할만한 곳의 창가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시간이 이르니 yeon에게 본토쵸와 시조가와라마치 구경도 시켜주기 위해 걸었다.
본토쵸에서 오늘도 허탕을 칠 수는 없었다. 밖에서 보기에 사람들도 적당히 많고 술한잔 하기 괜찮아 보이는 집을 찾아보다 이곳에 들어왔다. 옆사람들이 먹는 전골같은 것을 1인분만 시키려 하였으나, 사람 수대로 시켜야 한다고 해서 배부른 우리는 다른 작은 안주 2개와 생맥주를 시켰다. 그중 소고기 특이한 부위로 만든 꼬치는 그냥 그랬고, 보험삼아 시킨 프라이드 치킨이 대박!이었다. 특별한 양념을 한 것도 아닌데, 살코기 풍부한 닭을 깨끗한 기름에 잘 튀겨내기만 해도 이렇게 맛있다. 양도 적당했고...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우리는 다음날 점심 때도 이곳에 와서 전날 못먹은 전골같은 음식과 프라이드 치킨을 다시 먹었다. ㅋㅋ
이렇게 교토에서의 마지막 밤도 흡족하게 마무리 되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