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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reading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by edino 2011. 10. 7.

원제는 Opening Skinner's Box : Great Psychological Experiments of the Twentieth Century
제목부터 부제까지 뭔가 가볍게 다룬 티가 좀 나지만, 목차를 보니 꽤 유명하거나 어디서 들어는 본듯한 꼭지도 많지만, 제대로 모르는 점도 많고, 또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프로이트와 융의 책 이외에 제대로 심리학 책을 본 것도 그닥 많지 않거니와...

사실 갓 대학 입학 무렵 읽은 프로이트의 책이 준 지적 충격은 내 생애 손에 꼽을만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내 의식-무의식의 사이에 새로운 부분이 하나 더 탄생했다는 점이다. 프로이트를 읽기 전과 읽은 후의 꿈은 다르다. 마치 뇌수술이라도 한 것처럼, 불가역한 반응이다. 사실 그로 인해 의식-무의식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은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갔고, 한번 더 강력한 암호를 걸어 꿈으로 표출될 뿐일지도.

여기 나온 하나하나의 실험과 결과들은 꽤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준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그랬듯이, 어떤 심리학적 사실들은 그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그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나는 성숙한 인간이 무엇인가를 알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는 대부분 긍정하는 편이므로, 기꺼이 더 열심히 알고자 하는 편에 속하고 싶다.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 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나도 어릴적엔 만일에 아이가 생긴다면 여러가지 실험-물론 해롭지 않은-을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주로 인간의 언어 습득이나 인지에 관한 것들. 물론 아이가 생기면 거의 유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굳이 실험까지 해볼 생각이 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관찰은 해보는데, 이를테면 일종의 강박증은 타고나는 것에 가깝댈지, 어떤 사물들에서 공통점을 뽑아내어 categorize하는 능력은 별다른 학습 없이도 타고난 능력이라는 사실이라던지, 한국어를 배우는데 있어서 역시 어미/조사는 왠만한 시제보다 어렵다던지..) 스키너는 자신의 어린 딸을 기꺼이 상자에 넣어 실험을 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심지어는 그 영향으로 딸이 커서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는 루머까지.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각 내용의 깊이보다는 작가 자신의 평과 생각, 때로는 저널리즘에 가까운 인터뷰/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활동이 녹아들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 로렌은 그 소문의 딸을 찾는데는 실패했으나 그녀의 친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 실험은 소문과 달리 매우 온순한 것이었으며, 딸들과 아버지의 관계도 매우 좋았고, 소문 속의 딸도 여전히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우리의 상식에도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얼마전 유행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류의 책도 결국 스키너의 연구에 힘입은 reprise에 불과할 것이다. '열정을 다해 냉정해지려고 했던' 스키너가 사랑하는 자신의 딸까지 대상으로 해서 밝혀낸 점이니 믿어보자. 처벌보다는 긍정적 강화가 더 효과적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이 또한 유명한 실험이지만 실험 자체에 관한 것보다는 역시 저자가 찾아낸 일부 피실험자들의 그 이후의 삶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선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끝까지 전압을 높이기를 거부한 A. 그는 그 실험에서 불합리한 권위에 반항한 35%에 속하였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밝혀진 그가 명령을 거부했던 진짜 이유는 자신의 심장에 무리가 올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험 이후 석유회사에서 근무하였고, 입대를 하여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반항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반면 실험에서 끝까지 전압을 높였던 65%에 속했던 B. 실험전 그는 주변에 기대에 부응하고자 의대에 진학하고자 했던 소심한 동성애자였으나 실험을 통해 자신이 권위에 얼마나 병적으로 취약한지를 깨닫고 그에 반항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커밍아웃을 하고,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이 운동가로 변신하였다. 밀그램의 실험은 본질적으로 순종적이거나 반항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어떤 성격적/환경적 요인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으나, 오히려 우리가 깨달음으로 인해 스스로를 선택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1964년 새벽 3시경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아파트 현관 앞에서 피습을 당한 여인의 비명에 이웃들은 집에 불을 켜고 창을 통해 피습 장면을 목격한다. 범인은 주변의 이웃들이 쳐다보자 도망쳤다가, 다시 이웃들이 불을 끄고 집에 들어가자 재차 돌아와 그녀를 공격했고, 다시 도망쳤다 돌아와서 결국 살인하고 강간하였다. 수십명이 목격하고 35분에 걸쳐 일어난 강간살인사건에 아무도 그것을 제지하기 위한 행동이나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방관자 효과다. 알아두면 급한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누구 좀 도와주세요! 아니다. 거기 파란 파카 입은 안경쓴 남학생 얼른 신고좀 해줘! 이거다. 시간적으로는 3분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나 마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3분이다. 그 이후에는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군가 나설 확률은 거의 없다. 인간이 얼마나 남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지, 베르테르 효과에 한술 더 떠 이런 연구 결과도 있다. 대대적인 자살사건 보도가 있은 이후에는 자동차 사고나 심지어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도 증가한다는.

아무튼, 다수에 속한다고 안심하는 바보는 되지 말 것.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들은 가짜로 만들어둔 어미 모형들 중에 차가운 철사로 된 우유를 주는 어미보다 포근한 털이 달린 인형을 진짜 어미로 생각하고 집착하였다. 진짜 어미 없이도 스킨십을 제공해줄 수 있는 가짜 어미를 통해 자라난 새끼원숭이들은 거의 정상적으로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커가면서 자해나 성관계 거부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몸을 흔드는 부드러운 가짜 어미와 정상적인 다른 원숭이들과의 하루 30분 놀이면 새끼원숭이들은 거의 정상적으로 자라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킨십과 움직임, 그리고 놀이. 인간의 경우에도 이 세가지면 충분할까? 더 필요한 것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이 세가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할로의 연구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점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알기 위해 행해진 실험의 방법들은 참으로 잔인하였다.

5. 마음 잠재우는 법 -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이제는 꽤나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단어가 된 인지부조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믿음을 바꾸게 되는 인간 심리의 기묘한 점. 한국전쟁 당시 중국인들은 미국인 포로들을 꽤나 효과적으로 공산주의로 전향시켰는데, 그 방법은 이 인지부조화론으로 잘 설명이 된다. 포로들에게 가혹한 고문이나 많은 뇌물을 제공하지 않고, 단지 쌀 조금이나 사탕 몇개 등을 주고 반미적인 글을 쓰게 한다. 글을 쓰고 상을 받은 많은 미군들은 나중에 공산주의로 전향한다. 자신이 그 미약한 보상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믿음을 바꾸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특이한 연구 결과 중에 하나는 동아시아인들이 미국인보다 합리화를 훨씬 더 적게 한다는 연구. 우리는 인지부조화를 느껴도 그것을 줄여야 할 강박을 덜 느끼는 편이라는데, 그건 어떤 점에서 좋고 나쁠까?
'인간은 이성적이기 이전에 합리화하는 존재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한, 참으로 기묘한 말 아닌가. 전자의 생각과 후자의 생각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 l faut vivre comme on pense, sinon tôt ou tard on finit par penser comme on a vécu.
- Paul Bourget, Le Démon de midi, 1914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 폴 부르제

우리나라에는 폴 발레리가 한 말로 많이 알려졌는데, 또 어딘가 보니 잘못 알려진 것이고 폴 부르제가 맞다고 한다.
더이상 사실 확인은 안해보았음.

6. 제정신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1970년대 초반에 있었던 '정상인' 8명이 단지 '쿵'소리가 들린다는 말 이외에는 모두 정상으로 말하고 행동했음에도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한 실험. 실험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무척이나 모호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운동선수들의 도핑 테스트같이 '물질적인' 판단조차 너무나 모호한데, '정신적인' 것에 대한 판단은 어떠하겠는가.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열약한 환경의 우리에서 사는 쥐와, 쥐들을 위한 놀이공원같은 쾌적한 환경에서 사는 쥐들은 마약에 대한 중독/의존도가 최대 16배나 차이가 났다. 결국 중독은 마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문제라는 주장. 마약과 관련된 브루스 알렉산더의 이 실험 결과는 사실 주류에는 속하지 못하는 목소리다. 주류는 마약류 자체에 강력한 중독 성분이 있어서 한번의 접촉만으로도 헤어나기 어렵다는 얘기. 저자는 두 입장을 전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15년 가까이 피운 담배를 '거의' 끊은 경험 때문에 강력하다는 니코틴 자체의 중독성을 그다지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술과 결합했을 때에는 여전히 강력하다. -_-;;)

여성이 쓴 책이라 그런지 이 책의 또다른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매우 개인적인 목소리가 별다른 여과 없이 노출된다는 점.

나는 그 기름을 언젠가 목욕을 하다가 면도날로 손목을 그은 자국 위에 문질러보았다. 피부속으로 기름이 스며들었다. 지금은 상처가 아물어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아니면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는 재담꾼을, 모험을,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유별나게 좋아한다. 나 또한 정신 장애를 앓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아득한 세상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가끔씩 양귀비 차에 히드로모르폰을 두 알 복용하고 나서 눈동자가 작아지는 남편을 볼 때마다 걱정스럽다. 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곧 중독이 되고 말 거예요. 아직 중독된 게 아니라면요." 라고 말하면....

결국 나 스스로 경험해보기로 했다.... 알렉산더 박사의 쥐처럼 57일 동안 복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복용을 중단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할 것이다.

최근 우리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새로 합류했다. 집에 쥐들이 너무 많아서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생긴 지금도 쥐들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갓 태어난 새끼들 같다. 나는 잠을 자면서도 쥐들이 뛰어다니고 새끼를 낳고 이빨로 긁는 소리를 듣는다. 부디 쥐들이 우리집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인용문은 좀 섬뜩하지 않나? -_-;;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기억은 쉽게 오염이 된다는 실험. 자신의 형제들을 통해, 어렸을 적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는 가짜 기억을 심어주자 25%의 대학생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그런 적이 있다고 기억을 해냈다고 '착각'을 했다. 그것도 매우 생생한 detail들과 함께. 또다른 실험에서는 50%의 피실험자들로부터 어렸을 때 포악한 동물로부터 공격을 받아 겨우 살아난 적이 있다는 거짓 기억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사실 이러한 사실은 그다지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어렸을 적 사진을 어렸을 때부터 봐오면 마치 그때 당시의 일을 실제로 기억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낀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강화가 된 것인지, 아니면 로프터스 교수의 실험처럼 사후에 이식된 기억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모호할 정도로 오랜 기억에 관해서는 믿을만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해 쉽게 오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로프터스 교수가 다룬 사건들은 훨씬 충격적이다. 폴이라는 한 사내의 두 딸들이 종교적 체험을 하면서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것을 기억해 냈다고 했고, 처음엔 부정하던 폴은 며칠 동안의 심문에 의해 스스로 자신이 그렇게 했을 뿐 아니라 사탄을 믿는 광신도 집단에 몸담았었다고 '기억'해냈다. 이 사건을 접한 오프시는 폴을 면회하여 그의 아들들중 한명과 딸들중 한명이 그가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시켰다고 그를 고소하였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오프시가 꾸며낸 말이었으며, 처음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던 폴은 그 장면을 떠올려보라는 오프시의 부추김에 며칠 뒤 자신이 그렇게 했다고 자백했다.

그럼에도 폴에게 내려진 유죄는 뒤집히지 않았다. 증거라고는 증언과 자백뿐이고, 자백의 신빙성은 매우 약했음에도.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일까. 프로이트식으로 인간이 그토록 충격적인 기억을 쉽게 잊을 수, 그리고 오랜 시간 뒤 다시 떠올릴 수 있을까? 혹은 있지도 않았던 그토록 충격적인 일들을 잊었다가 떠올렸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까?

양쪽 다 사례는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인간들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것도 문화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어릴적 학대를 받았으나 억압으로 그 트라우마를 망각하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떠올렸다고 하는 이야기는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 같다. 어쩌면 그쪽 동네에 훨씬 더 일반적인 심리치료사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가짜 기억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로프터스 교수가 의심하는 바이기도 하다.)

기억은 쉽게 오염되고, (이식되었을지라도) 뼈대뿐인 기억에 두뇌는 쉽사리 생생한 옷을 입히는 데 능하다는 것까지는 쉽게 동의가 된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될만한 강렬한 기억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남들에겐 가능하겠지만 나에겐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절반만 긍정이 되는 주장이다.

어쨌든 이런 걸 보면 역사란 확실히 승자의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단 생각이 새삼 든다.

9. 기억력 주식회사 - 기억 매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영화 메멘토와 첫키스만 500번째라는 영화에는 비슷한 증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와 매우 비슷한 사람이 현실에도 존재한다. 더군다나 그는 그렇게 되도록 수술되어 졌다.
신경학자들의 '감'에 의해 심한 정신질환 환자들의 뇌 여기저기를 잘라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던 시절, 불과 1953년의 일이다.
심한 간질을 앓고 있던 헨리라는 청년은 스코빌이라는 의사에 의해 뇌속의 해마라는 조직을 제거당했다. 그것도 머리가죽을 덮는 피부에 국소마취만 한 깨어있는 상태에서. 그리고 그는 많은 과거와 새로운 기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영원히 잃었다. 어머니는 알아보고, '몸이 기억하는' 행동들은 할 수 있지만, 날마다 거울 속 늙은 자신을 못알아보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두뇌의 기억에 관한 많은 점들이 발견되었다.
기억의 메커니즘에 관해 큰 발견을 해낸 칸델은 메모리 파머슈티컬즈라는 회사를 세워 묘한 약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기억과 학습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약.
영화 Limitless를 약간은 현실로 만들어줄 약이 영화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개발되고 있고, 쥐들에게 효과를 보고 있으며, 개발자는 10년안에 그 약이 대중화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5년이니, 어쩌면 5년 뒤에 이런 약을 만나게 될런지도 모른단 얘기다.

처음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할 것이지만, 정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머리좋아지는 약이라면?
이는 복제인간 정도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몰고 올 것이다.
인간사회가 이 약을 합법화 할 수 있을까? 약으로 똑똑해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이제 지능이나 학습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이다. 아니면 시험에는 불법화하여 도핑테스트라도 해야 할 것인가? 아니, 무엇보다 인간들이 모두 그 약으로 똑똑해지면 이 세상은 지금처럼 굴러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 약이 불법화된다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암시장이 형성될 것인가? 지능이 강화된 범죄자들은 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을까?

저자는 또다른 점에서 걱정을 한다. 이런 약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안먹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우리는 망각이라는 축복을 이 약을 통해 잃어버릴 수 있다는. 놀랍게도 기억력 제거제도 개발중이라고 한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지 몇시간 내 복용하면 그 기억을 잃어버리는 약이 만들어진다면, 이 또한 엄청난 윤리적/사회적 문제가 예상된다.

어쩌면 우리는 강화된 기억/학습능력을 통해 훨씬 더 엄청난 약들을 개발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의 두뇌를 약이나 전기적 자극 등으로 통제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뇌에 접속하여 프로그래밍하는 인간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생각과 기억마저 선택할 수 있다면, 이제 우리는 완전하게 우리 자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 그 무엇이 되가는지도 모른채 진화의 종말을 앞당겨 맞이할 것인가.

10. 드릴로 뇌를 뚫다 -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뇌엽 제거 수술을 받은 한 정신과 의사는 수술 후 정신과 클리닉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사업에 성공하여 전용 비행기를 타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시대가 변하여 뇌엽절제술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시술되지만, 현재 그 정밀함은 예전의 뇌엽절제술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반면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 등 약물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프로작같은 약물들 또한 그 작용을 정확히 이해 못하는 것은 수술과 다를 바도 없다. 다만 덜 영구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차이 뿐.

과연 뇌수술이나 신경에 작용하는 약들은 과연 어디까지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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