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오랫만에 들른 동아리 게시판에서, 아래의 동영상이 걸린 게시물을 봤다.
전재규.
이런저런 사고 등으로 동아리에서 벌써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후배들도 적잖이 있는데, 내 동기놈으론 이녀석이 이런 대형사고를 쳤다. 한국의 유산, 이 녀석의 이름을 딴 해저화산이 있고, 녀석의 이름을 딴 미생물도 있다.
2003년 12월 7일,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녀석을 알아오던 시간보다 녀석이 떠난 이후의 시간이 더 길어지려 하고 있다.
사실 그때 나는 재규가 남극에 가 있는줄 알지 못하였다.
대학원까지 마치고 학교를 떠난 후엔 그 녀석 보기나 소식듣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그날 뉴스에서 남극에서 한 대원의 실종 소식을 알리고, 그 이름이 전재규라고 하였을 때, 그 녀석이리라는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남극에 있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전재규라는 이름의 대원이 그렇게 흔할까?
그랬다. 재규는 남극에 있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아니, 달에 가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었다.
대학교때 동아리 동기들과의 사진을 뒤져봐도 녀석이 나온 사진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유달리 동기사랑이 남달랐던 94들끼리 여행도 그리 많이 갔건만, 재규는 관측회 이외의 여행에선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자아를 한껏 드러내던 스무살 무렵의 개성 넘치는 인간들 가운데, 관계에 서툴기로는 이런 녀석이 또 있을까 싶던 녀석이었다. 사실 다들 엉망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재규는 유달리 그래보였다. 물론 여지껏 살아 사회생활을 했더라면 또 어찌 변했을런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랬던 녀석인만큼 다들 그 녀석과의 관계를 남달랐다고 기억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모두들 재규를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사진을 봐야만 그 녀석이 담배를 피웠던 것도 기억이 날만큼 흐릿해진 기억이지만, 졸업 무렵 술자리들에서 그 녀석과 얘길 나누던 기억들이 특히 떠오른다. 보내고 나니 천년만년 살 것처럼 미뤄둔 대화들이 너무나 아쉬울 뿐.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보고픈 사람들은 만나고, 얘기하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이렇게 당분간 만나지 못할 이도 마음껏 그리워 하고.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재규.
이런저런 사고 등으로 동아리에서 벌써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후배들도 적잖이 있는데, 내 동기놈으론 이녀석이 이런 대형사고를 쳤다. 한국의 유산, 이 녀석의 이름을 딴 해저화산이 있고, 녀석의 이름을 딴 미생물도 있다.
2003년 12월 7일,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녀석을 알아오던 시간보다 녀석이 떠난 이후의 시간이 더 길어지려 하고 있다.
사실 그때 나는 재규가 남극에 가 있는줄 알지 못하였다.
대학원까지 마치고 학교를 떠난 후엔 그 녀석 보기나 소식듣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그날 뉴스에서 남극에서 한 대원의 실종 소식을 알리고, 그 이름이 전재규라고 하였을 때, 그 녀석이리라는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남극에 있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전재규라는 이름의 대원이 그렇게 흔할까?
그랬다. 재규는 남극에 있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아니, 달에 가 있다고 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녀석이었다.
대학교때 동아리 동기들과의 사진을 뒤져봐도 녀석이 나온 사진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유달리 동기사랑이 남달랐던 94들끼리 여행도 그리 많이 갔건만, 재규는 관측회 이외의 여행에선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자아를 한껏 드러내던 스무살 무렵의 개성 넘치는 인간들 가운데, 관계에 서툴기로는 이런 녀석이 또 있을까 싶던 녀석이었다. 사실 다들 엉망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재규는 유달리 그래보였다. 물론 여지껏 살아 사회생활을 했더라면 또 어찌 변했을런지 매우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랬던 녀석인만큼 다들 그 녀석과의 관계를 남달랐다고 기억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모두들 재규를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사진을 봐야만 그 녀석이 담배를 피웠던 것도 기억이 날만큼 흐릿해진 기억이지만, 졸업 무렵 술자리들에서 그 녀석과 얘길 나누던 기억들이 특히 떠오른다. 보내고 나니 천년만년 살 것처럼 미뤄둔 대화들이 너무나 아쉬울 뿐.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보고픈 사람들은 만나고, 얘기하고,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이렇게 당분간 만나지 못할 이도 마음껏 그리워 하고.
너무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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