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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3 : Spain

Barcelona #5

by edino 2023. 9. 9.

여행의 막바지다.

오늘의 일정은 구엘공원-카탈루냐 음악당-고딕지구-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까지는 교통편이 좀 불편해서 택시를 탔다. 입구가 여러곳인데, 우리는 예매를 해가서 QR로 바로 입장 가능.

입장료가 10유로라 바르셀로나에서 그래도 유명세나 규모에 비해 싸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있는 17년전 책에는 무료 입장으로 되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5.1유로에서 26유로로 뛰었다.)

 

구엘공원은 원래 공원으로 지은 게 아니라 요즘으로 치면 미분양단지라고 한다.

다른 예술도 어느 정도 후원을 필요로 하지만, 건축은 당대에 인정을 못받으면 후원자가 망하는 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넓었다. 들어가면 쫙 펼쳐진 공원이 아니라 길이 여기저기로 나 있어서, 어떻게 봐야 주요 지점들을 볼 수 있는 것인지 바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도 잘못 길을 들면 조금 헤매는 정도지 미아가 되진 않는다. 산길 같은 데로 크게 한바퀴를 돌고 내려오면 운동장 같은 광장이 펼쳐진다.

 

옛날 운동장 같이 그냥 흙바닥으로 해둔 이유가 있으려나... 둘러친 보호대를 겸하는 벤치가 이색적이지만 그늘이 없어...

신전 기둥 같은 아래는 시장으로 조성한 공간이라고 한다. 집터 분양이 망했으니 단지 내 상가는 더 망했겠지... 

 

광장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다.

유명한 도마뱀 분수 주변도 바글바글.

분양이 망해서 건물다운 건물은 네 채 정도 밖에 못보았다.

 

다음으로 카탈루냐 음악당을 가기 위해 조금 걸어나와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내려서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간다.

 

외부는 공사중이었지만, 내부는 정상적으로 열려 있다.

Kiwi는 구경하지 않고 스마트폰속에 들어가 있겠다고 해서, yeon과 둘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입구부터 왠만한 궁전 저리가라 할만큼 화려하다.

 

음악회가 없어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여기도 산 파우 병원 건축가인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의 작품이라고.

 

1층과 3층을 개방해서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 오면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구경을 마치고 나와 Kiwi를 데리고 고딕 지구로 가는 길에 있는 Santa Caterina 시장에 들러보았다.

적당한 곳이 있으면 점심도 여기서 먹을까 했는데,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많지 않다.

가게들 하나하나의 느낌 자체는 발렌시아 중앙시장과 비슷하지만, 더 널찍하고 천장 높은 발렌시아쪽이 더 좋음.

 

Ramon Berenguer 광장.

고딕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외성벽쯤 되려나. 건물의 일부와 벽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은데, 방벽은 로마시대의 유적이라고 한다.

 

벽+건물 바로 건너편이 왕의 광장인데, 바로 갈 수 없고 돌아서 들어갈 수 있다.

삼면이 벽인듯 건물인듯 묘하게 얽혀 막혀있는 공간이 특이하다.

 

또 바로 근처에 바르셀로나 대성당.

고딕지구는 그다지 넓지 않아 많은 명소들이 근방에 모여 있다.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잠시 멈추고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았다.

큰 길가에서 약간 들어간 곳, 야외에 자리잡고 또 비슷한 느낌의 메뉴로 식사. ㅎㅎ

머리 위로 나무 그늘이 인상적이다.

 

Sant Jaume 광장에서, El Pont del Bisbe(Bishop's Bridge), Sant Felip Neri 광장, Santa Maria del Pi 성당까지, Kiwi의 재촉으로 전진 또 전진. -_-;;

 

호텔까지는 그대로 람블라 거리를 지나서 갔다.

관광객들이 매우 많은데 왜 많은지 모르겠는 명동 같은 곳이다.

 

꽤 여기저기 다녔는데도 호텔에 돌아온 건 3시쯤.

이제는 바르셀로나 하이라이트를 위해 체력을 비축할 시간.

 

사그라다 파밀리아 관람 시간은 5시15분, 타워 올라가는 시간은 6시로 예약하였다.

 

지하철 역에 나오자마 우뚝 솟아 있어, 전체 모습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 정도 되니까 Kiwi도 건축물에 감흥이 오나보다. -_-;;

가우디 사후 백년인 3년뒤 일단(?) 완공 예정이라, 미완성의 느낌보다는 부분 보수 공사중인 정도의 느낌이다.

 

표를 미리 예약해서 그리 기다리진 않지만, 공항처럼 보안 검색이 있다.

성당 입구 탄생의 파사드로 입장하는데, 바로 아래서 가까이서 보면 복잡한 조각이 마치 악몽 같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겉모습은 성스럽기보다는 다크한 분위기가 더 물씬 난다.

 

하지만 백색의 내부는 극적으로 반전이다.

해가 질 무렵에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아름답다고 들어서 이 시간에 예약한 것인데, 다른 때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몹시도 아름답다.

 

높은 천장 덕에 파이프 오르간도, 십자가도 몹시 작아보인다.

이 안에 음악이 울려퍼지면 어떤 느낌일까.

 

지하에도 예배당 같은 것이 있는데, 1층에서 조금 엿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보고 있으면 외계 문명을 접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착각이 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 건축물 중에, 아니 전체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마지막에 봐야 할 곳이다.

이곳만 봐도 바르셀로나에 가본 것이오, 이곳을 안 봤으면 바르셀로나에 안가본 것 아닐까 싶다.

 

오랫만에 기도도 하였다.

다른 기도와 함께, Sinead O'Connor의 명복도 빌었다.

 

창에서 빛이 흘러나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는 저 천장.

어쨌든 이 상상을 구현해낼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가우디는 행운아다. 그에게 건축을 맡길 수 있었던 바르셀로나도 행운이고.

 

내부는 더 손댈 게 있나 싶게 주요 부분은 완성이 된 것 같다.

1990년대 중후반에 배낭여행 때 보고 온 몇몇이 이 성당을 그리 감명깊게 기억하지 않는 얘길 들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덜 완성된 형태라 그런 건 아닐까? 30년 전 모습은 잘 찾아보기 힘드네.

 

6시가 되어 타워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찾아 갔다.

현재 타워는 3개 중 완성된 2개 타워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우리는 탄생의 파사드 타워로 예약했다.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작았고, 그리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올라갈 수 없어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올라가기 힘들 것 같다. 7명 정원의 엘리베이터에 직원이 한명 항상 탄다. 줄을 서도 일행이 많으면 먼저 보내야 할 수도 있고, 자리가 남으면 한두명인 사람을 먼저 불러서 태우기도 한다.

 

Tower가 밖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곳까지 가는 건 아니고 2/3 정도 높이까지 간다.

 

올라가면 타워간에 이어진 bridge 같은 것을 건넌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지나 가면서 틈틈이 밖이 보이고, 아직 공사중인 성당의 모습들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걸어내려오는 건데, 전반적으로 길이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폭으로 좁다. 

 

그리고 이런 나선 계단이 있는데....

벽이든 봉이든 있어야 할 것 같은 가운데에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 있다. 그래서 맨 아래서 쳐다보면 맨 위가 보인다.

물론 그 틈이 매우 작기 때문에 사람이 저 사이로 계속 추락할 수는 없겠지만, 묘하게 오싹하다.

 

나갈 때는 수난의 파사드 쪽으로 나간다. 이곳은 조각가 수비라치의 조각들이 장식하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성당의 겉모습도 사뭇 달라보인다. 부분부분들을 보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오래 걸리는 이유도, 가우디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도 같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호텔로 돌아오니, 여행이 끝나가는 것이 더 실감이 난다.

 

이제 내일이면 짐을 싸야 하는데 그동안 캄노우에서 산 것 외에는 쇼핑을 하나도 안해서, 와인이라도 사러 혼자 다녀왔다. 와인샵 여주인이 영어도 잘하고 이런저런 추천을 해줘서 추천 받은 중에 2병과, 한국에서 종종 봤으나 훨씬 싼 듯한 Gaudium 한병까지 3병 구매.

 

마지막 저녁 만찬은 어디로 갈까 하다, 메뉴보다는 평점 위주로 찾다 보니 너무 되는대로(?) 먹은 것 같아서, 새로운 거 없을까 하다 '칼솟타다'가 생각났다. 마침 호텔에 처음 체크인할 때 근처 레스토랑 우대권 같은 걸 줬는데, 그곳의 리뷰에 칼솟을 먹은 얘기가 나와 있었다. 평점도 나쁘지 않고 보기에도 괜찮아 보여 호텔에서 30미터거리인 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호텔에서 받은 걸 주니 웰컴 드링크로 Cava 한잔씩을 내준다.

아쉽게도 리뷰가 엉뚱했던 건지, 계절 메뉴인건지, 칼솟은 없다고 한다. ㅠㅠ

Rice 메뉴가 전문인 곳이라 이번에도 빠에야와 크로켓, 그리고 조금 독특한 메뉴로 푸아그라 어쩌구를 시켜봤는데 그냥 잼 같은 것과 섞어 빵에 발라 먹는 형태였다.

 

음식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여행 마지막 저녁식사로는 분위기가 너무 평범했다.

이번 여행 전체적으로 뷰와 함께 한 저녁식사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

 

10시 정도에 호텔로 돌아가니 마지막 밤이 조금 아쉬워 혼자 산책을 나왔다.

 

이 시간에 이 긴 줄은 뭘까 싶었는데, 아이스크림 가게 줄이라 더 놀라웠다.

내일 Kiwi와 와볼까 싶다가도 엄두가 안나는 긴 줄이다.

 

가우디는 아니지만 근방의 나름 이름있는 건축물인 Casa Xina.

 

산책을 하다 보니 마지막 밤이 아쉬워 혼자 호텔 근처 bar에 들어가 한잔 더.

와인 한잔에 꼭 베이컨을 튀긴 것 같은 Torrezno를 곁들여 먹으니 환상의 궁합. 이렇게 해서 8유로.

이런 바가 근처에 있으면 술꾼 되기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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