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venia나 Rovinj같은 Croatia 북서쪽 해안도시는 제외하고, 또 배를 타야하는 섬은 빼고 하다보니 일정이 그리 빡빡한 편은 아니다. 특히 Zadar에서 2박을 하기로 하면 old town에서만 보내기는 좀 지루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할 것은 수영!
Zadar 근처에도 수영을 할 곳은 있지만, 시간 여유도 있고 차도 있고, 이날 가기로 점찍어둔 곳은 Pag다.
Pag는 Croatia를 소개하는 여행책 3권이 있으면 그중 한권에 소개되는 정도?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하면 덜 알려진 곳이다.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고, Zadar에서 Split로 향하는 보통의 루트에서 정 반대로 한시간 이상 가야 한다.
Croatia는 처음이고 남들 좋다는 유명한 곳들은 대게 이유가 있으니 들러보겠으나, 그래도 여행에 아주 흔하지 않은 곳이 한두군데 정도는 있는 게 좋다. 대게는 그런 곳들이 여행에 있어 가장 독특한 기억을 남겨주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Pag는 이번 여행에서 그런 곳으로 점찍어둔 곳이다.
Pag는 아주 길쭉하게 생긴 섬인데, Paški most라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Pag를 가는 길부터 아주 예사롭지가 않다. Plitvice에서 Zadar 가는 길의 돌산들은 평범해 보일만큼, 엄청나게 척박해보이는 땅들이 펼처진다. 과연 지구의 토양이 맞나 싶게 식물들이 뿌리내리지 못한 땅들이 이어진다. Pag 섬은 대체로 그러하다.
다리 직전에 그 척박한 풍경은 절정에 이르고, 마침 차들이 멈춰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안그래도 어디 차를 세워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하던 차에 딱 나타나는 주차 공간이다.
그리고 그곳의 풍경이 가장 압도적이다. 풍경을 위해 잠시 멈추는 곳이다.
옆으로 내려가려면 바로 바다까지 가 닿을 수 있다.
우리는 끝까지 내려가지는 않았다.
다른 행성 같아 보이는 이 기묘한 광경은 마치 저 바다도 실은 물이 아니라 생물이 살 수 없는 중금속성의 액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물론 저 아래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찻길을 건너서 다리 반대편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
저 멀리 보이는 요새같은 곳도 이곳 땅과 비슷한 질감으로 지어져, 더할 나위 없이 척박해보이는 유적이다.
차로도 갈 수 있는 것 같으나 가보지는 않았다.
다시 차를 달려 Pag의 가장 번화한 town에 도착하였다.
Zadar에서 Pag의 town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우리가 가려는 beach까지는 여기서도 차로 30분 이상이 걸린다.
바닷가로 가서 수영을 하기 전에, town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다.
중간에 인도교가 하나 있다.
물이 깊숙히 들어와 있어서, 이 둘 사이를 잇는 다리가 없다면, 저 건너로 가기 위해서는 10km쯤을 돌아가야 한다.
다리에서 본 마을 풍경.
건너편에는 크게 볼 건 없었고, 식당이나 가게들이 좀 있었는데, 차타고 조금 더 가면 beach도 있지만 우리가 가려던 beach는 아니다.
다시 되돌아와 마을과 Church of St. Mary를 구경하고 안에도 들어가 보았다.
거리를 누비다 사람들도 꽤 있고 적당해보이는 식당에 자리잡았다.
아마 케밥과 비슷한 어원일 것 같은 체밥치치 뭐 그런 종류와 또 피자. 여기서도 음식맛은 평범한 편이었다.
이쯤 되니 크로아티아 여행지에서 맛집은 크게 의미가 없어보인다는 느낌. 어딜 가도 메뉴는 비슷하고, 음식맛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특별히 무슨 요리를 먹기 위해 어딜 간다 그런 게 별로 의미가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딱히 tripadvisor나 여행책자에 크게 기대지 않고 적당히 들어갔다. 매번 꼭 어딜 가서 먹기로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니, 이런 모드도 괜찮았다.
여기는 카드를 받지 않아서 현금 계산 했는데, 다행히 이후에는 식당에서 카드 받지 않는 곳이 거의 없어서 현금을 더 뽑을 필요는 없었다.
다시 골목길들을 지나 주차해둔 곳으로 간다.
이런 허허벌판이 널린 섬에서도 주차장은 돈을 받는다. 언제나 현금, 특히 동전들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여행 준비 초기에 어디선가 Pag의 아주 신기한 beach 모습에 Pag를 갈 곳으로 일찌감치 찜해두었는데, 이후에 다시 Pag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니 그때 봤던 beach와는 영 다른 모습들의 beach들만 나왔다. 사실 Pag에는 Zrce 같이 파티로 유명한 beach들이 몇 곳 있다. Ibiza나 포르투갈 남부 해안가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꽤 유명한 듯. 하지만 우리가 가려는 beach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아주 비현실적인, Pag다운 beach랄까. 한참의 검색 끝에 겨우 그 beach의 이름을 알아냈다.
그 해변을 찾아 Pag town에서도 한참, 산넘고 물건너 빙 돌아간다.
대부분 척박한 허허벌판이다가 바로 직전에 그나마 규모있는 마을이 나오는데, 마을 이름이 Metajna라고 한다.
신기할 정도로 좁은 beach가 있는 마을인데, 여기에도 사람들은 꽤 많았다. 위 사진은 돌아나갈 때 찍은 사진.
마지막으로 비포장도로로 이어진 언덕 하나를 넘으면 나온다.
가는 길부터 탄성이 나오던 풍경이었다.
드디어 도착! 오는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풍경이다.
이 해변의 이름은 왠지 안가르쳐주고 싶기도 했지만, 얼마 안되는 이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이 정도 정보도 못주랴.
Ručica Beach이다.
허허벌판인 것 같아도,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은 세워진 차량 수에 비해 그다지 넓지 않았고, 해변에서 좀 떨어져있다.
가는 길 옆에 돌담은 무슨 용도인지 잘 모르겠다. 사유지 표시인걸까?
겨우 주차하고 수영 준비물을 챙겨 바닷가로 향했다.
준비물 이래봐야 입고온 수영복과 수경, 수건, 물에서 나와 있을 때 파라솔을 대신할 빨간 우산 정도다.
한국에서 한국면허증 말고도 놓고 온 게 있었으니, 차안에 널리고 널린 간이 돗자리. 얇고 가벼워 가져왔으면 딱인데, 현지 슈퍼마켓에서 사려 해도 마땅한 게 없었다.
풀도 듬성듬성 있기는 하지만, 산쪽은 삭막하다.
오히려 이런 풍경이 trail course가 되기도 한다.
beach 주변에는 음료수 파는 가게와 화장실이 하나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beach에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
차는 더이상 못가지만 구글맵으로 보니 저 건너편으로 쭉 따라가도 또 beach들이 있다.
차가 못가는 곳인데, 한참 저런길을 걸어가거나, 이곳에서 수상택시를 타고 가기도 하는 것 같다.
구글맵의 사진을 보니 이런 풍경에 사람마저 적으니 오싹한 느낌마저 든다. ㅋㅋ
다른 행성 같은 풍경에서 안심하면서 수영을 즐기려면 이정도 분위기가 딱.
물도 깨끗하고, 작은 물고기들도 왔다갔다 한다. 바닥은 아주 곱지는 않은 모래.
많이 덥지는 않은 날씨였는데, 물은 차지만 그렇다고 포르투갈의 해변 같이 차갑지는 않다.
처음엔 차가와도 들어가 있으면 괜찮다.
래쉬가드를 챙겨오긴 했지만, 여행 초반이라 별로 햇볕도 안본 터라 그것도 안입고 들어갔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아직도 이 신문물을 이상하게 쳐다볼 것이다. ㅋㅋ)
Croatia에서 수영했던 바다들 중에 가장 깨끗한 바다였다. 그리고 대부분이 돌이나 자갈 해변인데 반해, 이곳만 유일하게 모래였다.
수영을 하고 해변 풍경을 즐기다, 오후 4시쯤 되어 다시 Zadar의 숙소로 향한다.
여느 유럽 하늘처럼 비행운들이 어지럽다.
다시 산을 넘어가면서 보이는 Pag의 town 풍경.
town에서는 가보지 못했던 beach의 모습도 보인다.
Zadar로 향하는 길에, 곳곳에 아래쪽에 작은 해변들이 나온다.
종종 차를 멈출만한 곳들이 나와 둘러보고 가게 된다.
이곳을 운전하면서는 Turkey에서 Antalya-Kas 구간 등 멋졌던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가 생각난다.
Turkey에 갔을 때는 봄이어서 인적없는 빈 해변들이 많았는데, 여름엔 어떠려나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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