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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9 : Croatia

Rastoke

by edino 2019. 9. 19.

우리는 첫날 Rastoke에서 1박을 할 참이었다.

첫날 어디서 잘 것인지가 여행 준비할 때 굉장한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는데, Dubrovnik에서 Zagreb로 돌아오는 항공편이 마땅한 것이 귀국 전날이라, 어차피 마지막 날 Zagreb에서 1박은 먼저 확정이 되었다. 첫날은 늦은 오후에 도착하고, 비행기에서 피곤할 걸 생각하면 첫날은 Zagreb에서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처음엔 그냥 Zagreb에서 1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Zagreb가 시작과 끝에 1박 씩을 할 만큼 매력이 있을지, 게다가 이미 대충 본 도시를 크로아티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Dubrovnik을 보고 와서 또 보는 것이 김새는 일은 아닐지, 무엇보다 다음날 가야 할 Plitvice는 사람이 많아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는데, 시차적응 안된 상태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2시간 운전해 가는 것이 괜찮을지 등등.

 

고민 끝에 첫날 약간 무리를 해서 Plitvice 근처로 가기로 했다. 피곤한 비행 끝에 2시간 운전 괜찮을까 싶었지만, 찾다보니 어차피 Plitvice 내부의 숙박시설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Rastoke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 여행책자를 훑어보며 방문할 도시나 마을을 꼽을 때 Rastoke는 탈락이었지만, 어차피 Plitvice 가는 길에 있어서 1박을 할 곳으로는 좋았다. 첫날 운전의 부담은 1시간 반으로 줄어들고, 다음날 아침엔 30분만 가면 되었으니까.

 

그리하여 고속도로와 국도 같은 길들을 번갈아 1시간 반쯤 달린 끝에 Rastoke에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조금 피곤해도 1시간반 정도는 운전할 만했다.

출발 전에 9박 중 7박을 예약했는데, 이중에 호텔은 하나도 없이 apartment 형태다.

대부분의 여행지에 호텔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고, 매우 많은 apartment들이 숙박업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airbnb는 싫어하기 때문에 대부분 B모 사이트에서 예약했다. 가격 비교를 해봐도 거기가 가장 싼 경우가 많았다.

 

Rastoke 숙소에도 대략적인 도착 시간은 알려두었지만, 그나마 여기는 주인집이 붙어있어서 만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집근처에 나와 있다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예약할 땐 유로 기준으로 하였는데,  창문에서 보면 저런 뷰가 보인다. Croatia에서 거의 유일하게 편안한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숙소였다.

 

예약한 중에는 가장 싼 숙소였지만 방도 널찍하고, 깨끗했다.

물가가 남쪽으로 갈수록 비싸지는데, 숙소 비용은 계속 올라가도 숙소 상태가 더 좋아지진 않는다.

 

저녁 6시쯤 숙소에 도착하였으니, 조금 쉬다가 Rastoke 마을을 한바퀴 돌고, 저녁을 먹고, 일찍 자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Plitvice로 출발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짜온 계획은 그나마 Plitvice까지가 이정도 상세한데, 처음부터 어긋났다.

(하긴 이미 국내면허증 안가져와서 크게 꼬일뻔도 했고, ATM에서 돈 찾는 것도 꼬였었다.)

 

방에 더블베드 외에 소파겸 펴지는 bed가 있었는데, Kiwi가 거기 누워있다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러는 것도 당연했으니, 이걸 깨워서 마을 한바퀴 돌고 저녁 먹자고 하면 그 시간 내내 얼마나 투정을 부릴 것인가.

 

결국 저녁은 굶고 모두 같이 일찍 자기로 결정했다.

코앞에 식당이라도 있으면 뭐라도 먹을 수 있었겠으나, 우리 숙소는 마을까지 몇백미터 떨어져 있다.

자는 아이를 두고 둘이 다녀오기도 그렇고, 각자 먹고 오기도 그래서 그냥 일찍 잠이 들어 배고픔을 잊기로. ㅎㅎ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마을 구경도 못하는 건 좀 아쉬워서, 번갈아 마을 구경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7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yeon 먼저 다녀오라 하였다.

 

우리 숙소에서 마을까지는 그다지 멀진 않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를 건너야 한다.

숙소를 정할 때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정하였지만, 지도로 보며 상상했던 것과 실제의 느낌은 뭐, 거리감 빼고는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ㅋㅋ

 

아무튼 계단을 좀 내려가 큰길을 건너, 저기 보이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 나온다. 작아서 인도교 같은데 차도 같이 다닌다.

 

Plitvice를 가는데 굳이 이 마을에 들러야 하나 싶기는 한데, 어차피 가는 길이니 우리처럼 들를 수도 있다. Rastoke는 모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국 여행객들이 비교적 많은 모양이다. 마을 안내 책자 중에 한글본도 있었다.

사실 크로아티아가 한국 TV 프로그램 여러 군데 나왔다고 해서 한국 관광객들이 너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마을에서나 그나마 한국이 존재감이 있었고, 대부분의 방문지에 독일 등에서 엄청나게들 몰려오고 있어서, 한국인들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생각만큼 작았는데, 생각보다 더 조용한 마을이었다.

어딘가 입장료를 받는 구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늦은 시간이라 안받은 건지, 내가 그런 곳까지 안가본 것인지 알 수 없다.

 

물과 숲, 집들이 신기하게 어우러져 있다.

 

좀더 햇빛 좋을 때 왔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긴 하다.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어쩌구 하는데, 사실 느즈막히 가니 음산하게도 느껴진다. -_-;;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사온 것들을 간단히 먹고 7시에 출발.

가다가 차를 잠깐 세우고 마을쪽을 보니 과연, 빛의 차이가 확연하다.

 

결국 와서 잠만 잤던 Kiwi도 Rastoke의 베스트 풍경은 잠시 같이 즐겼다.

Plitvice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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