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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5 : Turkey

Selçuk

by edino 2015. 5. 2.

3월 11일.

셀축에서 묵었던 숙소는 싱글룸이지만 호스텔이었는데, 아침식사를 하러 가니 한국 여자 분 셋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셋이 얘기하면서 식사하다가 그 중 한명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말 안하고 있으면 한국사람 아닌 줄 알았다는 경우도 꽤 있는데, 이분은 내가 한국인임을 확신하였는지 한국말로 바로 말을 걸었다. 내용인즉, 에페스 유적 및 쉬린제 마을 등 주변을 돌아보려면 택시랑 흥정해서 전세처럼 다니는 게 편하다는데, 자기들이랑 같이 한 택시로 움직이지 않겠냐는 제안. 차비도 한명 더 나눠내면 이득이고, 일행 중에 남자 하나 있어서 나쁠 것 없을 테고...


어쨌든 이분들 사람 잘 골랐다. ㅎㅎ 렌트카가 있으니 태워주겠다고 했다. 뭐 나도 손해볼 것 없고, 렌트 비용은 기왕 sunk cost지만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으니 덜 아깝기도 하다. 알고보니 셋이 다 일행은 아니었고, 일본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터키로 40일간 여행온 서른 즈음의 한분과, 20대 초반의 휴학생 자매가 숙소에서 서로 알게 되어서 오늘 같이 다니기로 하였다고. 모두가 내일의 일정은 다르다.



난 아침을 마저 먹고, 호스텔 앞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세 언니들은 꽃단장...은 아니고 아무튼 1단 변신들 하고 내려왔다.

그 중 한명은 개량한복을 입고 나와서 깜딱. 구미호 알바인줄. ㅋㅋ 전에 어디서 한복 입고 세계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는 여학생 얘길 본 거 같은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것도 꽤 유행이라면 유행인 듯.


처음 목적지는 마리아의 집. 가이드북에 볼거리라기 보다는 종교적 의미가 큰 곳이라길래, 나 혼자였으면 아마도 skip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차도 있고 에페스 유적지에서도 가까와 그냥 같이 갔다.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싼 20tl이었는데, 가이드북이 말한 것이 틀림없었다. 입구 근처에 위의 건물이 있길래 들어가 보고 나왔는데, 그게 전부였다. -_-;; 성모 마리아가 노년을 보낸 곳이라는데, 안에서 사진도 못찍게 한다. 확실히 신앙적 이유가 아니라면 볼거리는 아니다.



초를 켜고 기도할 수 있는 곳과, 이렇게 수많은 소원을 비는 쪽지들이 매달려 있는 벽도 있다.

가까이서 보면 좀 지저분하기도 하지만, 나도 초를 켜고 기도하고, 소원(이라기보단 기도)를 적어 달아 놓고 왔다.



차를 몰고 몇킬로 정도 내려와서 에페스 유적. 입장료는 30tl.

비수기지만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터키 어디서나 거리의 고양이, 개들을 많이 만나지면, 이곳엔 특히 고양이가 많다.

대게 사람들과 친해서 쓰다듬쓰다듬 해도 얌전하다.



에페스의 아이콘과도 같은 셀수스 도서관.

어떻게 나머지는 다 무너지고 전면부만 이정도 남았을까도 신기하다.



옛 건축들의 높은 천정은 현대의 높은 마천루보다 훨씬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오랜 유적들의 대부분은 이곳이 부서지기 전엔 얼마나 대단했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좀 서글픈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사실 유적지를 막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제에 이어 과거에 찬란했으나 무너진 유적들과, 심지어 망가진 자연(석회층)까지 보고 다녔으니,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도 흥분과 감탄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유적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은 셀수스 도서관 까지이다.

그 뒤로는 기둥들은 길을 따라 남아있으나 잔디와 나무가 깔린 좀 트인 곳이 나온다.
푸른 자연을 보니 기분들이 좋아졌는지 사진들도 많이 찍고, 점프샷도 하고.
나도 같이 뛰어야 한다는걸, 무릎 아파서 못뛴다고 핑계대고 그냥 찍사만 해줬다.



조금 더 가면 대극장이 나온다.



더 가서 한갓진 길들을 걸어가면 성모 마리아 교회도 나오고 띄엄띄엄 유적들이 있는데, 이곳들은 관광객들도 띄엄띄엄이다.

알고보니 이쪽에서도 나갈 수 있는 북문이 있었는데, 사실 택시 전세나 버스 단체였으면 이쪽으로 차가 와서 바로 데려갈텐데, 히에라폴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선이 길면서 입구가 양쪽에 있는 곳은 렌트가 불편한 점도 있긴 하다. 우리는 다시 남문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왔다. 한여름이었으면 좀 힘들었을 듯.



에페스 유적 구경에 2시간 조금 넘게?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아서, 내친 김에 잠자는 7인의 동굴까지 다녀왔다. 가이드북에는 '셀축에 있는 모든 성지를 보고 싶은 독실한 순례자만을 위한 곳'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일단 입장료가 없다 하니 차 몰고 다녀왔다. 사람도 거의 없고 닭들이 뛰노는 농가 근처에 따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 이곳에 얽힌 전설을 읽고 보면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어쨌든 이런 흔적은 존재하니 말이다.



잠자는 7인의 동굴 위쪽에서 내려다본 셀축쪽 전경이다.

왼쪽에 언덕 위 성채가 보이는데, 어제 쿠샤다스 갈 때도 보았다.

숙소에서도 가까운데 가이드북에 언급되어 있지 않아서 뭔지 궁금했다.

시간 나면 들러보기로...(그러나 궁금해하지 말았어야... -_-;)



유적들 구경을 대충 끝내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아침식사도 별로라 부실했던 차, 셀축 시내에 돌아와 조금 돌다가 나름 유명하다는 Pide집(오쿠무쉬라르 피데)을 발견하여 입장.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해서, 이곳 테이블 아래에 여행객들이 남기고 간 쪽지들에는 한글로 온갖 찬사들이 씌여 있었다. 추천 메뉴들도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ㅎㅎ 우리가 앉아 있는 사이에도 다른 한국인 가족들이 왔다.


4명이서 3가지 다른 맛의 피데와 약간 국물이 있는 요리(쾨프테 종류?), 그리고 나는 바로 짜주는 오랜지 주스를 시켰다.

한꺼번에 요리들이 다 나오자 다들 일단 감탄, 사진들도 찍고, 너무 많이 시킨건 아닌지 좀 걱정.

그러나, 이 사진에 나와 있는 모든 음식은 20분만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ㅋㅋㅋ

아, 정말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적당했고..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일행 세분이 식사값을 나눠서 계산하고, 극구 사양에도 불구하고 아까 에페스에서의 주차비까지 나한테 강제로 떠넘겨 준다. 큰 돈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짜로 신세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니 태워준 보람이 있었달까. ㅎㅎ

사실 아침에 태워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쉬린제 마을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에페스 다녀와서 셀축에 다시 내려주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는 이즈미르에서 한두 군데 돌아볼까 했었는데, 이즈미르는 꽤 큰 도시라 주차도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시간도 좀 애매하다. 그러던 차에 식사 대접(?)까지 받으니 그냥 가까운 쉬린제나 다녀올까 싶어졌다. ㅎㅎ



그리하여 다시 셋을 태우고 쉬린제로 출발....하던 차에 재래 장터 발견하여 잠깐 차를 세워두고 구경 갔다.

일행들은 터키 과자도 사고, 과일도 사고 했는데, 사과 한 봉지(7~8개쯤) 사는데 1tl 동전 한개. 420원쯤. -_-;



쉬린제 마을은 차로 15분 쯤 산길로 올라가면 나온다.

가는 길만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산골 마을인 척(?) 할 수도 있겠으나, 이 마을로 향하는 표지판도 매우 많고, 마을 입구에 주차장 있는 것부터 닳고 닳은(?) 마을이란 걸 알 수 있다. ㅋㅋ


그래도 입구에서 걸어 들어갈 땐 제법 한적하다.

아주 특별히 예쁠 건 없는 마을 전경.



마을 중간쯤 이르면 각종 가게들이 즐비하다.

마을의 트레이드 마크인 과일주를 비롯, 수제 비누, 공예품 등을 팔고 있고, 한국어로 호객하는 상인들도 많다.

이스탄불을 떠난 이후로 한국어로 하는 호객은 거의 처음인 듯. ㅋㅋ


따로 산 게 없어 마을 구경은 40여분 정도에 끝났다.

다시 셀축으로 귀환.



아까 잠자는 7인의 동굴에서 바라본 성이 보여 길가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들어가보려 하였는데, 이미 닫은 듯.

우릴 보고 누군가 멀리서부터 걸어 와서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이럴 때는 안엮이는 게 좋다.

일행 중 한명이 어제 만났던 남학생들이 성요한 교회에 들어가려다 개구멍 알려준다는 삐끼 따라갔다 돈만 뜯겼단 소리도 들은 터라. -_-;;


암튼 다시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는데, 전봇대마다 황새 같은 녀석들이 둥지를 튼게 보여 신기했다. ㅎㅎ

길을 건너 셀축 시내 구경을 좀더 하다 차를 세워둔 곳에 갔더니 차 앞유리에 뭔가 종이쪼가리가 보인다.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_-;; 주차위반 딱지.

웃긴 게, 주차금지 표시가 있기는 했지만, 내가 차를 세울 당시만 해도 수많은 차들이 앞뒤로 주욱 있었단 말이다.

빈 자리 찾아서 겨우 대고 30분도 안되어서 돌아왔더니 우리차 앞뒤에는 차가 한대도 없었다. -_-;;


마침 우리에게 딱지를 붙이고 가는 경찰이 보였다.

불러서 갔지. 외국인이니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소통 잘 안되는 영어로 한참 얘기하다 보니, 경찰들 중 한명이 그냥 봐주자고 다른 경찰에게 웃으면서 서로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경찰은 냉정하게 안된다고, 끝까지 내 렌트 증서와 국제면허까지 다 가져가서 꼼꼼히 적어갔다. 여성 동지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봐달라고 해보겠다고 하였으나, 미인계(?)는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


결국 벌금은 무려 88tl! 아오 치사@%^%$*@$#%\!

렌트카 반납하러 출발하기 직전인 시점에 짜증 만땅이다.

일행들을 숙소에 데려다 주고, 잠깐 앉아서 좀 얘기하다 나는 카파도키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즈미르 공항으로 출발하려 했다. 그랬더니 이분들이 어느새 벌금을 모아서 또 나한테 주려고 하네? 이번에는 내가 도망치면서 안받았다. 사실 그곳에 주차한 건 순전히 내 책임이기도 했고, 그리고 두 자매는 돈 못버는 학생이고, 다른 한명도 현재는 돈 못버는 백수 신세라는 점을 상기시키면 설득시켰다. ㅋㅋ


아무튼 서로 남은 여행들 무사히 즐겁게 잘 보내기를 기원하며 작별했다.

나는 이즈미르 공항으로 출발.



혹시나 해서 약간 일찍 나오길 잘했다.

공항에서 렌트카 반납하는데 좀 애먹었다.

겨우 물어물어 반납하는 곳에 가서, 내가 빌린 Fox rent-a-car를 겨우 찾아갔는데, 담당자가 아무도 없다!

아우 이놈의 Fox 빌릴 때도 애먹이더니 반납할 때까지 정말 엉망이다.

한참을 주변을 계속 서성이다 보니 어리버리해 보이는 아저씨 하나가 나타났다. 이 아저씨는 영어가 전혀 안되어서 내가 벌금 맞은 거 처리를 요청했더니 처음 안탈리아에서 내게 차 빌려준 아저씨에게 전화해서 그 아저씨를 통역 삼아 겨우 결제했다.


이스탄불-안탈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페가수스 항공을 타고 이즈미르-카이세리 공항으로.

카이세리 공항에는 밤 12시 즈음 도착이라 괴레메에 있는 호텔 측에 셔틀 서비스를 미리 부탁해 두었었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대부분 이런저런 셔틀 버스를 타고 갔는데, 나도 어떤 할아버지가 픽업하였다.

그런데 11인승쯤 되어보이는 승합차에 나 혼자만 태우고 가는게 아닌가? 내가 지불하기로 한 비용은 25tl이니 만원 정도였는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1시간여 가까이 혼자 타고 가려니 좀 미안한 생각이.. 그래도 호텔 도착해서 할아버지는 요금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갔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그동안 매일 다른 도시에서 숙박하며 강행군이었다.

카파도키아에서는 4박이나 할 예정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 내일은 일단 좀 쉬어가는 시간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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