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카메라를 바꿨다.
그동안 동영상 AF에 대안이 없어 a55을 계속 썼지만, 최근 나온 미러리스 a6000이나 a5100이 AF가 괜찮다 하여 매장에서 만져보니 제법 쓸만했다. 인터페이스는 a6000이 훨씬 좋았지만 터치스크린 AF가 안된다. 필요한 기능이라 어쩔 수 없이 a5100으로 결정. 면세점에서 할인 및 사은품 잔뜩 받고 구매하여 이스탄불에서 바로 사용. 무엇보다 작고 가벼워서 무척 마음에 든다. 뷰파인더가 없어서 밝은 야외에서 찍기 어려운 것 빼고는 인터페이스적인 측면은 그럭저럭 적응 다 하고 왔다.(5천장 넘게 찍었으니..) 다만 중간에 AWB 설정이 나도 모르게 잘못 설정되어서 며칠간의 화이트밸런스가 엉망... Picasa로 간단히 손보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대부분의 사진은 a5100, 극히 일부만 폰으로 찍었다.
둘째날(3/3) 프로그램에는 현대미술관에서의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관람+워크샵인데, 기대대로(?) 빡세진 않다.
Hale Tenger라는 작가의 "Beyrut"라는 비디오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유투브에 누군가 미술관에서 일부 찍어 올려둔 건 있지만, 원본은 없는 듯.
비디오, 앱 등 디지털 컨텐츠 형태의 미술품들은 온라인으로 배포해도 좋지 않을까?
지난 학기 "디지털 경영전략" 과목에서 교수님의 key message는 "Contents want to be free"였는데, 모든 컨텐츠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이런 작품들엔 적용이 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어차피 '오리지널'을 '판매'하여 작가들이 먹고 살 것 같지는 않고, 배포한다고 사람들이 전시회나 미술관을 덜 찾는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대게는 나처럼 미술관에서 작품을 발견하고,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테니... 원본이 있으면 아마 집에서 프로젝터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기도 했을 것이다. 달리나 앤디워홀이 요즘 시대 작가였다면 아마 이런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business'를 하였을 듯.
오후의 미술관 일정이 약간 일찍 끝나서 카팔르 차르쉬(=그랜드 바자르)에 갔다.
일단 어마어마한 규모와 인파 그 자체가 주요 볼거리. 파는 물건들은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행 일정 초반이라 물건에는 더욱 관심이 없기도 했고, 비싼 물건 파는 데도 있지만 싼 것들은 그만큼 저품질이 많다. 복작복작한 내부에 카페들도 있는 것이 이색적. 역시 끊임없는 호객이 이어진다. 마이 프렌드, 브라더, 안녕하세요, 꼬레? 곤니찌와, 자판? 니 하오...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와서 술탄아흐멧 쾨프테시시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스탄불 와본 친구가 전에도 와봤던 유명한 집이라고 안내해줬다. 번화가의 3층 정도 건물에 그리 넓진 않으나 오랜 역사와 넘치는 인기에 비해 수수한 공간, 딱 대만의 딘타이펑 본점이 생각났다. 비수기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메인 메뉴는 위에 보이는 쾨프테와 쉬시케밥 단 2가지다. 쾨프테와 케밥을 터키에 와서 처음 먹어서 비교 대상이 없었지만, 일단 그 자체로 맛은 있었다.
저녁을 먹고 술탄아흐멧 광장 근처의 두 대표선수, 술탄아흐멧 자미(=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를 구경했다.
입장은 불가능한 시간. 처음엔 전혀 구분이 안되던 자미들인데 밤에 보니 특히 이 둘은 확연히 구분이 된다.
확실히 겉보기는 젊은(?) 녀석이 예쁘다. ㅋㅋ
아야 소피아는 더이상 이슬람 자미도, 기독교 성당도 아닌 박물관이다.
뭔가 조명도 차별받는 느낌이 든다. ㅋㅋ
구시가지는 역시 지상 전차가 멋스럽게 어울린다.
어제 많이 걸은 여파로 힘들어서 귤하네 공원도 입구만 잠깐 들어가 보고, tram을 타고 귀가.
셋째날(3/4)의 오후 프로그램은 기업방문이었는데, 이날도 좀 일찍 끝나서 잽싸게 술탄아흐멧 광장으로 다시 와서 전날 못들어가본 술탄아흐멧 자미에 입장. 처음 들어가본 자미인데 터키 최대 규모. 아, 이런 느낌이구나. 똑같이 웅장해도 유럽의 성당들과는 다른 느낌. 분명 다 높긴 하지만 기독교 성당들이 수직적인 느낌이라면, 자미는 더 넓은 느낌이다. 높은 천장에 달려 있으면서 사람 키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는 조명들도 인상적이다. 또 성당은 의자가 기본이지만 자미는 우리 온돌방 마냥 그냥 바닥에 신발 벗고 들어가 바닥에서 기도와 절을 한다. 그냥 사원이 주는 인상만 놓고 보자면 유럽의 성당들보다는 터키의 자미의 종교가 더 개방적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자미의 또다른 좋은 점 중 하나는 입장료가 없다는 것. 예배 시간에는 비신자는 못들어가고, 앞쪽 기도를 위한 공간 역시 비신자에게는 막혀있지만, 이슬람 여신도들이 기도하는 곳보다는 관람객들을 위한 공간이 더 앞쪽이다. -_-;;
이날은 더욱 피곤하여 관광 일정을 일찍 접고 탁심광장 근처의 Faros Kebap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로 관광객 타겟이라 케밥집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그만큼 자리도 편하고 인테리어도 세련되다. 맛도 물론 좋고.
케밥, 피데, 이런저런 샘플러 메뉴 등 다 괜찮았다. Efes 맥주도 처음 맛보았는데 그리 인상적이진 않았다.
다음날(3/5) 일정에는 쇼핑몰에서의 field research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쇼핑몰 이름은 Istiniye Park.
터키 경제 현황에 대한 첫날 강의에서 터키에 쇼핑몰들이 늘어가는 추이를 보여줬었는데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이곳도 생긴지 오래지 않은 것 같고, 상당한 규모이다.
옷가게 많은 공간은 Local Brand들이 좀 있기는 해도 요즘은 어느 나라를 가도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나, 독일이나, 싱가폴이나, 터키나...
그러다보니 오히려 한국에 새로 단장한 쇼핑몰에 가보면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ㅋㅋ
식품류가 주로 있는 이쪽이 오히려 좀 독특했는데, 천장에 푸르스름한 조명이 오다이바의 비너스 포트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곳은 디저트류 등 터키 전통식도 팔고, 생선/과일/고기 가게들은 매우 깔끔한 버젼의 로컬 마켓 분위기다.
이날 저녁엔 터키 다녀온 친구가 꼭 먹어보라 한 쿰피르를 먹어보기 위해 오르타쿄이로 갔다.
따라다니다 보니 미리 알아본게 없어서 이런 장소인줄 몰랐는데, 보스포러스 대교가 보이는 멋진 장소였다.
이렇게 즐비하게 쿰피르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모두 가판형식이고, 별로 차이는 없어보인다.
커다란 찐감자에 버터와 치즈를 넣고 으깨어 섞은 다음, 원하는 토핑, 소스들을 듬뿍듬뿍 넣어준다.
뭘까 싶지만 꽤 맛나고, 양도 푸짐해서 한끼 식사로도 넘친다.
다만 토핑을 너무 많이 선택했는지 짠맛 등 강한 맛들이 좀 과했다.
터키인들, 관광객들 모두 보스포러스 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찍느라 빌 틈이 없는 자리다.
숙소로 돌아와 남은 여행 일정을 대략적으로 확정, 국내선 비행기표들을 예약하고, 숙소 몇군데도 예약하였다.
탁심 광장 근처 공항버스 하바쉬를 타는 곳에서 본 풍경이다.
낡은 오래된 주택들 앞으로 뭔가 대규모 공사가 진행중.
프로그램 마지막날(3/6)은 오전에 PT 준비, 오후에 프리젠테이션 후 wrap-up하고 끝났다.
같이 왔던 친구들은 잽싸게 파묵칼레와 에페스만 더 보고 먼저 돌아가야 해서 이날 저녁 바로 비행기를 타러 갔다.
나는 다음날 아침 출발이라 그 친구들 먼저 보내고, 반지하 싱글룸으로 옮겼고, 혼자 저녁을 먹고, 진짜 여행 시작을 준비하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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