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arest

Kiwi 어록 #4

by edino 2014. 11. 28.

이제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문장구사력은 예전만큼 엉뚱하지 않아, Kiwi 어록 시리즈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지금 올리려는 것도 사실 다섯살인 작년 초까지 적어둔 것이다.


(낮에 꿀을 잔뜩 쏟고 이모할머니한테)

엄마한테 말하지 말까?


(엄마가 Kiwi가 어때서 화가 난다고 얘기하자)

나는 더 화났어

안웃을거야

아무 말 안할거야


(엄마가 매우 화가 나서 Kiwi에게 벽을 보고 서있으라고 하자)

벽 안볼거야

벽에는 눈이 없잖아


(약속을 안지켜 화난 표정 짓고 있으니 뽀뽀하며)

뽀뽀하니까 좋아지지?


엄마의 새끼는 누구야?

아빠 새끼는 누구야? -_-;;;


삼촌 좋아?

응~

어른들이 물어보면 응이 아니라 네라고 해야지?

응~


아빠는 얼굴이 시꺼머니까 흑인같애

아빠는 못생겼고 Kiwi는 잘생겼어

Kiwi 잘생겼다고 누가 그랬어?

무도 안그랬어


(아빠+엄마+아이 가족 동상을 보면서 한명씩 가리키며)

아빠~ 엄마~ 새끼~


(아빠 친구 딸의 성이 김이라고 하니까)

김이 먹는건데 어떻게 이름이냐?


(Kiwi가 좋아하는 옷 빨려고 내놓았다니까)

내가 찾기전에 미리미리 빨아놔야지~


(다 크면 떠나는 동물들 얘기하다 사람도 크면 부모를 떠나는 거라고 하자)

그럼 여섯살에는? 일곱살에는?

(서른살 되고 부인이랑 아이 생기면 떠나는 거라고 하자)

나 서른살 되어도 부인하고 애들 없으라고 기도해주라

서른살에 부인하고 좋아하는 여자 안생길래

서른살에도 다섯살처럼 부인하고 애인하고 없으라고 기도해

맨날맨날 기도해~


(그리고 며칠후 집에 놀러온 엄마의 직장 후배를 처음 봤으나 무척 재미있게 같이 놀고 난 후)

나 지영이 이모랑 결혼하고 싶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디 갔어?

모르겠어. 신경쓰지 마


(지구본을 돌리면서)

지구가 이렇게 돌잖아, 그럼 지구가 빙글빙글 어지럽잖아, 그러니까 지진이 일어나는거야


(엄마 핸드폰으로 카톡에서 아이콘들 잔뜩 보내고 아빠가 집에 들어오자)

아빠 사랑해~ 그래서 하트 마니마니 보냈어


(옷을 개는 습관을 들이려고 시키자 옷을 개면서)

왜 이렇게 나를 오래 시켜?

엄마도 나 좀 도와주라



Kiwi의 아빠여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이 아이의 환한 웃음을 보는 것이다.

아마도 yeon을 만난 덕분이리라.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부모에게도 가슴뛰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 단체로 싱가폴 스터디투어 갔을 때, 마지막 날 쇼핑시간이 생기자 아빠들은 토이저러스에서 다 만났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은 어지간하면 다 사준다 했다.

몇천, 몇만원으로 아이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때가 얼마나 되겠냐고.

아이가 spoil 되지만 않는다면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도 훌륭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아이가 가지고 싶은 것은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출장 다녀왔을 때 당연하듯 선물을 기대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사실 더 사주고 싶고, 그래서 좋아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만, 내가 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에 중독되면 아이는 받는 것에 중독되지 않을까?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는 건 좀 슬플 것 같다.


이번엔 무얼 살까 한참 돌아다니다, 우르르 장난감을 사는 아빠부대들은 약간은 경쟁이라도 붙은 듯 한아름씩 샀지만, 나는 20 SGD 짜리 아이언맨 장난감을 하나 골랐다.

그리고 일부러 출장에서 돌아온 날에는 주지 않았다.

몇번의 경험으로 선물에 대한 기대를 나타낼 법도 하건만, 아이도 그저 나를 반겨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아이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 기뻐 어쩔 줄 모르는 Kiwi의 모습은 정말이지 환했다.

사실은 포장을 풀어보니 내 기대에는 좀 못미치는 quality여서 너무 싼 걸 샀나, 아이가 좀 실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Kiwi는 아직도 너무 좋아하며 잘 가지고 놀고 있다. 선물 받고 며칠 뒤에는 '아빠 사실 나 이거 안받았으면 크리스마스때 산타할아버지한테 달라고 하고 싶었어'라고도 했다.


사실 아이가 뭐를 잘하고, 그래서 나중에 뭐가 되고, 성공하고 그런게 부모에게 무슨 소용일까.

그것은 자식을 볼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볼 때 자랑이 되어 좋은 것이겠지.


Kiwi가 내 아이인 것이 나에겐 큰 행운이다.

웃는 것이 환한 게 일품이라, 바라보고 있으면 벅차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