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블로그에 올리다 이렇게 오래 끊긴건 첨인 듯. -_-;
어쨌든, 타이페이에서의 3일차는 비교적 먼 곳들로의 여정.
토요일이었는데 전날 늦게까지 놀고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식사 시간이 끝나기 직전. -_-;;
yeon이 후다닥 일어나 아이 먹을거라도 좀 챙겨놓겠다고 내려갔는데, 토요일은 식사시간이 30분 연장된다고 하여, 온가족 후다닥 준비하고 내려와 아침을 먹었다. 열댓명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방으로 따로 안내해줘서 거기서 세가족만 아침식사를 하였다. ㅎㅎ
본의 아니게 브런치를 먹고 나선 첫번째 행선지는 마오콩.
이날도 아침부터 비다. -_-;
12월부터 우기라 하였는데, 현지에서 일하는 지인 얘길 들어보니 11월 중순 이후로는 거의 매일 비라고 한다.
대만 여행의 적기는 10월~11월중순까지인 듯. 그전엔 너무 덥고, 이후엔 우기...
아무튼 마오콩을 가기 위해선 곤돌라를 타야 하는데, 숙소 근처 MRT역에서 남쪽 종점까지 가면 Taipei 동물원 역이고, 거기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곤돌라를 탈 수 있다. Easy Card는 전철과 버스 뿐 아니라 곤돌라까지도 사용할 수 있어 무척 편리히다.
타이페이의 MRT는 여기서처럼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도 상당히 많다.
특히 숙소 근처 역과 이어진 황색라인은 거의 지상으로만 다닌다.
마오콩 종점까지 곤돌라를 타고 20분 정도 간다.
중간에 내릴 수 있는 역이 2개 있는데, 하나는 무슨 도교사원 같은 곳,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종점으로.
이 사진은 좀 덜하지만 좀더 높이 올라가서는 구름속으로 들어간 양 바로 뒤의 곤돌라도 안보였다.
곤돌라 바닥이 투명한 것과 불투명한 것을 골라 탈 수 있다.
혹시 Kiwi가 무서워 할까봐 불투명한 것으로.
생각보다 길게 느껴져서 약간 멀미기가 느껴지려 했다.
마오콩 종점 주변은 차밭이 많다.
이곳은 차로도 갈 수 있긴 하지만 첩첩 산중.
대부분이 곤돌라를 타고 도착한 사람들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곤돌라역 주변에 있는 찻집들 중 한군데를 골라서 차 한잔을 하고자 왔다.
길가는 참으로 한적하다.
곤돌라역 근처에 삼거리가 있고, 그중 한 길로 따라가다 보면 찻집들이 많이 있다.
그중 한 군데, 이곳으로 낙찰.
날씨가 좋다면 발코니에서 발아래로 차밭을 보며 마시는 것도 괜찮겠다.
사람들이 잘 안보이는 구도로 찍은 것이긴 했지만, 붐비는 편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주 사람이 없지도 않다.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있으려니 바깥에 안개가 자욱한 것이 오히려 운치있었다.
조금 바람이 불면 창으로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것들이 넘어 들어왔다.
차와 쥬스와 와플을 시켰다.
전통차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는데, 두번째로 싼 것이 우리돈 만원 정도.
그래도 경치 좋은 곳에서 자리값이라 생각하면 그리 비쌀 것도 없는데, 대만 물가에 적응하다 보면 비싸게 느껴진다.
근데 주문받던 이가 뭘 열심히 설명하길래 대충 들어보니 차를 시키고 인당 우리돈 1200원 정도씩 내면 잔과 뜨거운 물을 준댄다. 그러니까 2명이서 각자 만원짜리 한잔씩 시켜 마시는 것이 아니고, 조그만 차가 든 통을 만원에 사고, 마시기 위한 잔과 뜨거운 물을 1200원 정도에 준다는 것이다. 그 통 또한 한번에 마실 정도가 아니어서, 우린 거기서 1/4통 정도만 넣고 마셨을 뿐이다. 그러니까 만3천원에 둘이서 따뜻한 차를 실컷 마시고, 3/4 남은 차 한통을 집으로 가져온 셈. 매력적인 물가다. ㅎㅎ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가는 길.
올라올 땐 전혀 기다림 없이 탔는데, 내려갈 땐 약간 대기 줄이 있었다.
투명바닥과 불투명바닥 곤돌라의 줄이 따로인데, 곤돌라 태워주는 아저씨가 먼저 타려면 투명바닥 곤돌라에 다른 일행과 같이 타라고 손짓한다. 기다리기 귀찮아 일단 어떤 젊은 남녀 일행과 같이 탔다. 여섯명 정도 탈만한 곤돌라라 별로 좁진 않다.
사진에 보다시피 바닥이 투명한데, Kiwi도 별로 겁내하진 않았다.
Kiwi가 미소를 몇번 날려주자 쾌활한 성격의 동승 누나가 아주 귀여워 해준다.
강남스타일 포즈로 같이 사진도 찍으시고. ㅎㅎ
아이를 매개로 yeon이 이분과 한참 얘길 했는데, 들어보니 대만인이 아닌 중국인이고, 교환학생으로 타이페이에 와있다고 한다. 얘네는 정말 남북한과는 다르구나. 이 누님 발음은 제법 유창한데, 그래도 역시 외국어로 영어를 하는 사람들과 대화가 영어 원어민과의 대화보다 훨씬 편하다. ㅎㅎ 원래 집이 북경이라길래 출장다닌 얘기도 좀 하고, 이런저런 얘기 한참 하다 내려서 바이바이.
다음의 목적지는 지우펀.
내가 타이페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다른데는 몰라도 반드시 가리라 결심한 곳은 지우펀이 유일했다.
보통은 예류나 진과스 등과 함께 묶어 타이페이 근교 하루 코스로 돌기도 하고, 요즘은 여기서 묵는 여행객들도 제법 있는 것 같은데, 아이와 함께여서 우린 예류 등은 생략했다.
아이와 함께이기 때문에 다른 여행들에 비해 절대 무리한 일정은 안잡았지만, 사실 지우펀행은 좀 무리가 되었다.
일단은 아침에 출발이 늦어서 마오콩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니 출발이 늦었다.
게다가 이날 저녁에는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과 저녁 약속을 잡아놓았다.
그래도 모든게 순조로울 경우 오가는데 한시간씩 빼고도 적당히 구경할 만한 시간은 되었다.
그리고 원래 지우펀은 해질 무렵에 홍등이 들어온 모습을 보고 싶었다.
거기에서도 택시 삐끼들은 버스타면 2시간 걸린다 악담을 해대지, 사실 절대적인 금액이 불합리한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택시를 탈까 하던 찰나에 타려는 번호의 버스가 와서 그냥 버스를 탔다.
출발은 더 늦었고, 돌아와야만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떠나는 순간까지 갈것인지 말것인지 고민을 했었는데, 가는 버스안에서도 심난함은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는 깊은 잠에 빠졌지만, 버스는 우리나라 옛날 시내버스만큼 요란하게 덜컹거렸고, 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어두워졌으며, 도대체 여긴 어디고 언제쯤 도착할지 감은 안잡히지, 비 또한 그칠 생각을 안하지...
잠시 눈을 붙였다 깨어나서는 구글맵을 켜봤다.
전에 출장으로 심천에서 홍콩공항 갈 때에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보는데 유용했었는데, 여기서도 유용하다.
한글로 목적지를 치니까 GPS 현재 위치로부터 경로 및 예상 시간도 다 나온다.
전에는 상상만 하던 것들이 실제로 되니 여행에 제법 도움이 된다.
아무튼 지우펀에 내리고 보니 이미 깜깜해져 있다.
구비구비 골목들이 모두 비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우산을 쓰고 걸어야 했다.
여행준비를 할 때 우산과 아이 비옷을 챙기긴 하였지만 이렇게 계속 오는 비에 대비한 것은 아니어서, 천으로 된 운동화도 좀 젖고, 아무튼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중간중간 초두부 냄새는 더 웩.
어쨌든 왔으니 구경은 해야지.
대신 지도를 보면서 골목 어디어디를 찾아보고 그럴 경황은 없었다.
그냥 되는대로 걷다 보니 이렇게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사실 지우펀에서 가장 유명한 포인트인 수취루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너무 열악... 익숙해지면 빤한 길이겠으나, 비오는 밤길에 초행이니 어디가 어딘지 감을 잡기 어렵다.
아이 데리고 무리할 건 아니어서 그냥 돌아다녀본 것에 만족...
그런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
잠시 우리가 가던 골목길에서 공중화장실을 찾아서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골목 깊숙히 들어간다.
나와보니 내가 온 길 말고 다른 쪽으로도 길이 나 있더라. 그래서 그쪽으로는 뭐가 있는지 잠시 나가보니 사진에서 본 듯한 풍경이 짠하고 나타난다. 100% 확신은 못했는데, 돌아와서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여기가 수취루 맞다. ㅎㅎ
좋은 날씨에 좀더 여유를 가지고 지우펀을 돌아보면 좋았겠으나, 어쨌든 숙제같이 해치운 감은 있다.
맘에 드는 식당이나 찻집에 들어가서 시간 보낼 여유가 없던 것이 아쉽다.
다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아이 음료수와 빵 등을 사고,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우리가 내릴때 약간 불길하긴 했는데 여전히 돌아가는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오는 버스는 텅텅 비어 있었는데.
게다가 타이페이에서 여기로 오는 버스의 종점이 이곳은 아니다.
그 상황에 버스에 서서 갈 엄두는 안나고, 그렇다고 시간도 늦었는데 한두정거장 더 가서 되돌아오기도 만만치는 않아보였다.
택시를 타기로 하고 yeon이 거기서 대기중인 택시들에 물어보니 무지막지한 값을 부른다.
타이페이에서 지우펀으로 올 때 택시 삐끼가 부른 값보다 비싼 값을, 인당 내라고 한다. -_-;
우리가 협상 한도로 정한 가격의 세배를 불러버리니 이건 뭐 얘길 더 해볼 수도 없었다.
비는 계속 오고, 아이는 지치고, 나는 속도 별로 안좋고, 사람은 많은데 버스는 이상하리만치 잘 안오고.
결단을 내렸다. 얼마가 되었든 택시를 타자!
그리고 마침 승객을 내려주고 유턴하여 돌아가는 택시를 잡았다.
창문으로 행선지를 얘기하니 부르는 값이 어라? 서있던 택시들이 부른 값이 12만원 정도였다면, 이 아저씨가 부르는 값은 5만원이 채 안되는 돈. 그 가격도 타이페이에서 지우펀 올때 부른 가격의 1.5배 정도 되는 금액이지만, 각오한 바가 있었으니 쾌재를 부르며 탔다. 타서 다시 한번 인당이 아니라 우리 가족 다 그 가격이라는 확인 받고. ㅎㅎ
타이페이에서 숙박을 제외한 가장 큰 지출이었지만, 올 때 심하게 덜컹거린 버스와 비교해 훨씬 쾌적하고 빠른 길로 가서 만족이었다. 그 상황에선 기다리던 버스가 바로 오고, 앉아서 올 수 있었다 해도 택시를 타는 것이 더 잘한 선택인 듯. 덕분에 저녁 약속시간보다도 일찍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 약속 장소는 點水樓.
전설에 의하면(?) 예전 대만의 만두 최고수에게 두 수제자가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차린 것이 딘타이펑이오, 다른 하나가 이 뎬수이러우(點水樓)다. 딘타이펑은 세계화에 힘써 더 유명세를 떨쳤으나, 현지에선 동급이라고..
암튼 여긴 SOGO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지점인데, SOGO 백화점도 같은 사거리에 2개가 있어서 만나는데 혼선이 있었다.
대만이 워낙 일본을 좋아하다보니, 일본에서 들어왔던 SOGO 백화점 자본이 다 빠져나간 후에도 SOGO 백화점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지인 덕에 이번 여행 마지막 저녁 만찬을 코스로 잘 얻어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좀 고생스러웠던 하루지만 마지막날까지도 맥주는 빼놓을 수 없다.
수퍼에서 대만 맥주는 이것밖에 안보였는데, 다른 대만 맥주도 있긴 하지만 점유율이 거의 독보적인 브랜드라고 한다.
상표가 Taiwan Beer라니, 게다가 이 촌스런 디자인하며, 하지만 맛은 꽤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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