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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2 : Taiwan

타이페이 #2

by edino 2012. 12. 12.

일어나보니 오늘은 아침부터 비다.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어디로 가야 가급적 비의 영향을 덜 받고 다닐 수 있을지 고려하여 일정을 급히 재조정했다.

우선은 실내에서 시간 보내기 좋은 고궁박물관을 첫 행선지로 하여 다음 루트를 짜기로 하고 출발.



고궁박물관은 가까운 MTR역이 없기 때문에 쓰린역에서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쓰린역 앞의 가게들은 일본을 많이 떠오르게 한다.

타이페이의 MTR은 지하로 가지 않는 구간도 꽤 많은데, 특히 마오콩까지 가는 갈색 노선이나, 딴수이까지 가는 빨간 노선은 특히 사진과 같은 고가도로 위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쓰린역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역시 Easy Card를 그대로 쓸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다만 버스에 따라 탈때 찍는 경우, 내릴때 찍는 경우, 둘다 찍는 경우 등등이 다르다고 하여 좀 헷갈리긴 한다.

암튼 우리가 탄 버스는 중간에 다 내려서 전세내고 고궁박물관까지 왔다.

버스정류장 앞에서부터 정면에 보이는 박물관까지 걷는 길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저 끝에 보이는 하얀문 바깥이 버스정류장이다.

우리는 걸어왔는데, 이 바로 아래로도 찻길이 지나간다.

단체 손님들은 바로 아래에서 내려 금방 올라온다.


여기가 로비인데 전시실 입장 후 실내 사진은 찍을 수 없어 사진이 없다.

박물관 내부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였다.

특히 옥으로 만든 동파육, 배추가 유명한데, 그 유물들 앞으로 가는 줄은 한참 길어서 포기했다.

다만 옥 배추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볼 수가 있었는데, 왜 그게 그렇게 유명한지 잘 모르겠다.

규모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예술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볼거리일 수도 있을텐데 - 우리 아버지는 타이페이에 오셨을 때마다 하루를 다 투자해서 이곳을 보셨다고 한다 - 나에게는 영 실망스러웠다. 물론 유물들의 양이야 풍부했고, 미전시중인 유물들이 몇십배 많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전시실들 규모도 적었고, 특별히 감탄할 만한 유물들이 없었던 탓이다. 다른 건 몰라도 중국답게 규모로 압도적인 유물들이 꽤 있을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소품이다. 현재 전시중인 것들 중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배추도 실제 배추 반 정도 크기밖에 안되고.


아무튼 기대했던 나로서는 좀 실망.


다시 쓰린역 근처로 가서 뭔가를 사먹었는데, 정체는 잘 모르겠다.

고체연료로 데워주는 뜨거운 국물에 여러가지 넣어주는데 샤브샤브 비슷하다.

대만식이 아니라 일본식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1인분에 4천원씩밖에 안하는데, 밥은 퍼다 먹으면 되고 하니 주머니 가볍고 배고픈 학생들이 많았나보다.



다음으로 어딜 갈지 정하지 못하다가, 동선 상 딴수이를 가려면 쓰린까지 온 오늘이 제일 나을 듯 했다.

딴수이는 MTR 적색노선의 종점인데, 계속 앉아 올 수 있어서 편했다.


타이페이의 인상을 좋게 했던 것중 한가지는 아이를 동반한 여성에게 좌석 양보를 굉장히 잘해준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든 적든 거의 항상 자리 양보를 받았다.

어느 정도 연세 있으신 준 할머니급 아주머니들도 한정거장 가는데 양보를 해주시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전철을 타도 아이를 보면 웃어주거나 하는 여유있는 모습들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일본이 친절하다고는 하나, 자리 양보 같은 '적극적인' 친절은 기대하기 힘든 것 같다.

3박4일 동안 우리가 한국인임을 밝힌 경우든 아니든 대만인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우리가 딴수이에 도착한 때는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 때였다.

일몰 보기로 유명하다는데, 시간은 얼추 맞았으나 날씨 때문에 해가 지는건 보기 어려웠다.

여행 전에 찾아본 사진들만으로는 도대체 어떤 공간인지 대부분 감이 안잡히는데, 거의 180도씩 찍은 위의 두 사진들을 보면 감이 올까? 단수이 강이 바다와 거의 만나는 곳이다.



비가 와서 다니기는 불편해도, 사진찍기엔 또 나름의 운치가 있다.

여기서 좀더 걷거나 버스를 타고 구경할만한 곳도 있는데, 아이도 있고 비도 계속 와서 무리는 하지 않았다.



강변으로 나갔다 다시 역쪽으로 돌아올 땐 뒤쪽 시장골목으로 걸어왔다.



다시 기나긴 MTR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재정비.

yeon이 Kiwi의 양말 챙기는 것을 깜박 잊어서, Kiwi는 양말 하나로 버티다 비때문에 젖어 엄마 양말을 신었다. -_-;;;



야경구경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Taipei 101.

시정부역에서 내려서 좀 걸어야 하는데, 역 지하에 있는 쇼핑공간은 Taipei 어디에서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여기는 정말 여러가지로 일본 같았다.

일식 음식점도 무지 많기도 했고.



전망대 입장료가 제법 비싸 올라갈지 약간 고민했었는데, 꼭대기에 걸린 구름들을 보고 깨끗이 포기.

이 주변은 타이페이의 다른 도심과 달리 길들이 널찍널찍한 것이 삼성역 주변 같다는 느낌이 든다.

건물 앞에 도달하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의아할 정도로 거의 없었는데, 입구도 썰렁하게 생겼다.



하지만 내부는 매우 럭셔리하다.

타이페이의 백화점들도 일본과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일본에서도 여기만큼 화려한 곳은 많지 않다.

전철 비교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위아래로 개방적인 공간이 우리나라 백화점들에서는 별로 없다.



Taipei 101의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Kiwi와 yeon은 돈까스 덮밥을 시켰고, 나는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대부분의 가게들이 주문을 마감하였다. 결국 계속 주문을 받아주던 KFC에서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_-;; 여행와서는 왠만하면 피하고 싶은 게 패스트푸드인데 말이다. 버거와 닭 한조각에 콜라까지 4,000원 정도였던 할인세트는 싸서 마음에 들었다. ㅎㅎ


아무래도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으려면 삿포로에 같이 갔던 C군 부부처럼 좀더 널럴한 일정과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다시 MTR역으로 돌아갈 때는 왔던 길과 다른 길로 갔는데, 이쪽 길이 훨씬 사람들도 많과 번화가였다.

이 부근이 Taipei에서는 가장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한껏 내기 시작했다.



저녁이라 더 좋았다.

많은 경우 그러한데, 여행 일정을 잡을 때는 항상 밤이 부족하다.

밤의 풍경을 보고 싶은 곳은 많고, 밤이라는 시간은 짧고.

이번 Taipei 여행에서도 밤이 부족했지만, 이곳을 밤 일정으로 넣은 것은 잘한 것이었다.



이날도 돌아가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하고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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