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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0~12 : China

심천

by edino 2012. 6. 23.

처음으로 중국에서 북경 아닌 곳으로 출장을 갔었는데, 심천이었다.


한참 일본이 잘나가던 시절에도 일본을 우리나라랑 거의 동급(?)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직까지 중국을 우습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안가본 사람일수록 더하다. 휴양지로 필리핀은 좋다고 가면서 하이난은 어떻겠냐 하면 중국이라 더러울 것 같아 싫다는 둥... -_-;;


사실 나도 심천을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심천에 대한 선입견은 왠지 지저분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자산업이 발달했다니 뭐 옛날 세운상가/청계천같은 분위기 나려나? 이런 상상. 작년에 홍콩/마카오를 놀러 갔다 왔지만, 그렇게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는 마카오의 중국 접경지대가 엄청나게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이 사는 집들은 죄다 쓰러질것 같이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홍콩도 별다르지 않았고. 그러니 심천이면 홍콩/마카오보다 나을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주 지저분한 비쥬얼을 상상했던 듯.


심천은 직항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화요일에 입국하려니 국적기도 없고 시간대도 안좋다. 어쩔 수 없이 이른 시간대의 홍콩행 비행기를 타고, 거기서 심천으로 갔다. 들어갈 땐 홍콩에 입국수속도 안한 상태에서 바로 공항에서 페리를 타고 30분이면 심천 셔코우항으로 갈 수 있다. 셔코우항 건물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입국수속을 하는 엄연한 국제항(?)인데 규모도 작고 낡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나와서 택시타는 곳만 와도 분위기는 다르다. 남국의 나무들이 제주도같은 느낌도 났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데 심천에 대한 막연한 상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홍콩이 서울 강북 시내라면 심천은 판교 신도시? 그다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말하자면 그렇단 얘기다. 홍콩은 서울 도심보다 훨씬 번화하고, 심천은 우리나라 신도시보다 훨씬 화려하다. 처음에 아파트같은 건물들이 꽤 좋아보여서 그쪽만 고급주거지인가 했는데, 내가 4일 동안 내가 둘러본 심천 아파트들은 대부분 다 고급스러워 보인다. 서울, 북경보다 거리의 느낌이 훨씬 좋은데, 특히 녹지들이 무척 많고 건물들이 네모 딱딱 직선 위주라 아니라 다양한 변이가 있어 훨씬 보기가 좋다. 서울 처음 와본 촌놈처럼 택시 안에서 폰카로 사진 몇장 찍었는데 움직이면서 찍어서 건진 게 없다.



묵었던 호텔은 Westin Shenzhen인데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아주 훌륭하다. 같은 급의 북경보단 약간 싼 듯 하지만, 북경에서 주로 묵는 GuoMao 주변이 북경에서도 제일 비싼 동네인걸 감안하면, 심천이라고 북경보다 싸다라고 말하긴 힘들 듯.



출장갔던 사무소에서의 전경. 요 앞에 요상한 건물은 ERP회사라는데, 퇴근 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퇴근 버스가 일대를 둘러싸서 다른 차들이 나가려면 한참 걸린다. 들어보니 여기 개발자들 월급에 비해 심천 집값이 너무 비싸서, 숙식 제공을 조건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니까 일 끝나면 도심에서 좀 떨어진 기숙사같은 곳으로 실어 나른다.


저 멀리 보이는 물은 바다이고, 그 바다 건너편 육지가 바로 홍콩이다. 바로 앞 건물 뒤쪽으로 보이는 녹지는 골프장이다. 심천 중심지에 있는 이 골프장은 그래서 중국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이라는 듯.



일이 바빴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진 못했다. 그나마 회사나 호텔 주변에 별로 먹을 데가 없어서 저녁 먹으러 두어군데 다녀본 것이 거의 전부. 주재원 내지는 심천에 살다시피하는 출장자들 따라 다녀서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해화원 근처의 상가인데, 한국식당도 꽤 있어서 두어번 여기서 저녁을 먹었다.



두번째 날인가 저녁 먹으러 왔던 OCT Bay. 중국말로 들었는데 까먹었다.



이 근처에 한국식당 본가 체인점이 있는데 사람이 많아서 꽤 기다렸다.



OCT Bay는 호수 주변과 건물들을 한 주체가 일괄적으로 꾸며놓은 곳이다. 제법 널찍한 공간에 조화롭게 건물들을 배치해놓아 보기 좋다.



밤이 되면 조명들이 들어와 더 멋진 듯하다. 낮엔 덥기도 하고.

건물들은 대부분 식당, 까페, 술집 등 상점으로 쓰인다.



암튼 다들 멋지다고 감탄하며 다녔다.



더운 날씨만 빼면 북경보다는 심천이 훨씬 살기 좋을 것 같다.

홍콩이 가까운 것도 좋고.



묵었던 호텔의 지하.

호텔 주변에 걸어서 식사할만한 곳이 거의 없는데, 출장자들에게는 참 고마운 상점인 Ole마트(BLT와 함께 북경에서도 자주 가는)가 지하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한국 라면이나 음료 등을 비롯해서 왠만한 세계 유명 식품들은 아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트뿐 아니라 아예 대형 쇼핑몰이 호텔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이스링크도 있는데 요즘 중국에선 쇼핑몰에 아이스링크가 유행인듯? 북경 GuoMao 지하상가에도 이런 게 있다.

암튼 새로 생긴 중국의 쇼핑몰들은 굉장히 화려하다. 이런데서 사진이나 찍고, 역시 촌놈된 기분.

더 가보진 못했지만 심천에만도 이런 쇼핑몰들이 꽤 여럿 있다고 한다.



계획상으로는 금요일 오전까지 일을 마치고 심천공항에서 바로 타고 돌아오려 했지만, 일정이 당겨진 것에 비해 진도가 늦어 아침부터 혼자 돌아올 분위기가 아녔다. 다른 사람들은 주말을 그곳에서 보냈으니.. 하지만 난 주말은 가족과 함께. 비록 서울에서도 주말 사무실 출근은 했지만.


암튼 그래서 비행편을 미룬 것이 홍콩에서 출발하는 밤 00:45 비행기. 하지만 급하게 바꾸느라 Confirm이 안났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귀국편이 있었다면 그냥 호텔에서 자고 일찍 돌아오는 것도 고려했겠지만, 오후 비행기 뿐이라 집에 가면 토요일 밤이다. 그래도 현장 대기하면 몇자리는 나겠지 싶어 저녁 먹고 비교적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심천에서 홍콩으로 넘어올땐 육로를 이용했다. 심천만으로 가면 인당 150RMB씩 받고 사람들을 7명씩 꽉꽉 채워 홍콩 공항으로 직행하는 Van들이 서있다. 심천 번호판과 홍콩 번호판을 다 달고 있는 Van을 탄채로, 출국과 입국 수속을 각각 거친다. 귀찮게시리 심천 Departure, 홍콩 Arrival, 홍콩 Departure 카드 이렇게 세장을 작성해야 한다.


입/출국 수속은 짐도 따로 안열어보니 매우 까다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렇게 차안으로 밝은 빛을 비치면서 여권 사진과 사람 얼굴을 일일이 대조한다. 저 불빛 옆으로는 카메라가 10개 정도 설치되어 있다. 게다가 앞에선 다른 사람이 나와서 차안의 한 사람씩 체온을 체크한다. 이마에 대고 총을 쏘는 포즈라 기분이 별로다. -_-;


암튼 시간이 꽤 걸리는 프로세스다. 공항까지는 다리 등을 건너 고속도로같은 도로로 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Van에 사람이 다 탄 이후로는 1시간이 좀 안걸렸던 듯.



홍콩공항에 도착하니 다행히 현장 대기로는 1순위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이 불길하게시리 어제도 한명도 못탔다고.. -_-;;

이제 거의 카운터 닫을 시간까지 혼자 대기해야 한다.

밤 00:45 비행기에 무슨 사람이 그리 많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금요일 밤이니 많을 법도 하다. 그래도 설마 A380 정원에 한명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다 올까 했는데... 진짜인진 모르겠으나 이코노미는 절대 없댄다. -_-;;


그리고 제안하는 것이 본인 마일리지를 공제하여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 하라고.

보통 편도 비즈니스 업그레이드면 1만마일인데, 이건 완전히 눕는 좌석이라고 1만2500마일이다.

그렇다고 다시 짐싸들고 호텔찾으러 다니는 것도 끔찍해서 그러자고 했다만, Confirm만 났더라면 이 비행기는 이코노미여도 왠만하면 업그레이드 잘 된다던데... 쳇. 비즈니스석은 1/3 정도는 비었던데 그냥 주지 참 치사하기도 하지.


대x항공 나한테 미운털 박혔다.



좌석은 좋다. 1등석 좌석과 별 차이도 모르겠다.

내릴때 보니 비즈니스 앞쪽의 1등석에는 딱 한 가족만이 탔던데,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4시간정도 비행하는 A380에서 굳이 1등석 타나 싶어 유심히 봤다. ㅎㅎ


낮 비행이었더라면 Bar라도 한번 가보고 했겠지만, 이시간에 탔으니 잘 자는게 남는거다.라는 일념하에,

식사도 안하고 와인만 두잔 받아 마시곤 바로 누웠는데...

아무리 비행기가 커도 흔들림은 있고, 누운 자세에서는 그 흔들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영 편하지가 않아서 그닥 잘자진 못했다.


새벽에 공항에 내리니 첫 버스를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했고, 커피나 마시려 했더니 법인카드가 없어졌다.

이래저래 피곤했던 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