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이다.
역시 9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시 바다로 나갔다.
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는데, 딱히 갈 데도 많지 않지만 Banyugan Beach는 꽤나 마음에 든다.
앞으로 왠만한 휴양지를 다녀도 이만한 Beach를 쉽게 만날 수 있진 않을 것 같다.
Kiwi가 오늘도 모래놀이를 더 즐기는 동안 Kiwi의 튜브를 빌려서 발 안닿는 곳까지 좀 나가보았다.
수영을 배우긴 했지만 발 안닿는 곳, 특히 바다에서의 수영은 영 무섭단 말이지. -_-;
어제 구름끼고 바람이 좀 분 날씨 때문인지 사실 바다에는 이것저것 떠내려와서 첫째날, 둘째날 만큼 깨끗하진 않았지만, 뭐 그래도 이정도는 된다.
오늘은 썬베드에서도 좀 누워 쉬고...
원래 Checkout은 12시다.
아이가 있는데 비행기 시간이 늦다고 사정을 얘기하고 Late Checkout을 물어봤는데 18시 Checkout에 120달러 정도 더 청구된댄다. 그리고 2시정도까지는 사정을 봐주겠다고 한다. 결국 4시간에 120달러는 좀 아까워서 2시에 맞춰 Checkout을 하기로 했다. F&B Credit은 Checkout 전에 다 써야 해서, 일단 룸서비스로 식사를 시켜놓고, 정신없이 짐싸면서 밥도 후다닥 먹고 겨우 2시에 맞췄다. F&B Credit은 알뜰하게 다 써서 35페소, 우리돈 천원쯤만 초과 정산했다. ㅎㅎ
이제 비행기는 밤 12시 반이고, 섬에서 떠나는 마지막 스피드 보트는 저녁 6시다.
리조트에서 남은 4시간을 보내는 건 차라리 양반인 일이다.
Kiwi가 제일 좋아하는 Adventure Zone에서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리조트의 다른 시설들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나, 아이도 여길 좋아하고, 어른들은 저 미끄럼틀 아래쪽에 널부러져 있기도 좋다.
중간에 아이들 데리고 물고기 먹이주는 등의 프로그램도 있어 아이와 엄마는 같이 참여했다.
아마 프론트가 이렇게 멋진 리조트도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듯.
이제 떠나야 하는구나.
이번엔 크지 않은 보라카이에서도 90% 정도를 리조트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에, 보라카이 여행이라기보다 Boracay Shangri-la Resort 여행이라는 편이 더 맞겠다. 화이트비치보다도 Banyugan Beach에 훨씬 오래 있었기 때문에 화이트비치 주변에 묵었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풍경과 경험일 듯. (대신 똑같은 리조트에 다녀온 다른 사람들 블로그 등을 보면 사진이나 경험이 매우매우 비슷하다. ㅋㅋ)
잘 시간이 지났음에도 Adventure zone에서는 절대 안잔 Kiwi가 결국 선착장으로 가는 버기를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 잠들었다.
선착장에 와서도 계속 쿨쿨.
끝까지 노을은 멋지다.
다시 화이트비치를 지나쳐 Caticlan으로 향한다.
선착장에서 출발이 늦었지만 7시도 안되어 배는 도착했고, Kalibo 공항으로 향하는 차는 올때와 다르게 무쟈게 좁은데다 사람을 꽉꽉 채운다. 그것도 사람들 다 태울 때까지 거의 30분을 좁은 차에 갇혀 기다려야 했다. 이건 여행사에 항의해야 할 듯.
안그래도 고달픈 귀환길이 더 고달프다.
어쨌든 또 험한 운전으로 이번엔 어두운 길을 달려 Kalibo에 도착한다.
9시쯤 도착하니 공항은 10시부터 연다고 하고, 그시간 이후 비행기는 서울행 뿐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 대형 한국식당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별로 맛없는 갈비탕과 비빔밥을 먹었다. 뭐가 급한지 사람들은 10시가 되니 하나둘 공항으로 가서 우리만 거의 마지막까지 남았다. 할 것도 없고 심심하고 힘들고, 마지막날 일정이 참 고역이다. 다행히 Kiwi는 아이패드만 쥐어주면 즐겁다. 이 세상 어떤 유모보다 훌륭하다. ㅋㅋ
우리만 남으니 빨리 가야 하는 이유가 있나 괜히 불안한 마음에 11시도 되기 전에 우리도 나와서 공항으로 갔다.
아직도 체크인 카운터엔 줄이 길다. 역시 괜히 일찍 나왔다. 어디서든 할 일 없긴 마찬가지지만.
누군가 우리 짐을 받아주며 여권을 받아가 표를 express로 대신 받아주겠댄다. 이것이 어디선가 읽은 급행서비스인가보다 싶어서 적당한 팁을 속으로 계산해보고 있었는데, yeon은 아이 딸린 부부에 대한 공항직원의 친절로 받아들인 모양. -_-;; 이게 다 돈이다 얘기해줬더니 괜히 나중에 표받아온 사람한테 이게 뭐가 express냐 버럭한다. ㅋㅋ
암튼 줄 서있는 사람들 빤히 보는데 줄 무시하고 우리짐 넘겨주고 표도 적당히 먼저 받아온다. 사실상 공항직원들과 나눠먹기인 셈. 사실 내가 읽어본 블로그에는 아예 식당에 있을 때 접근해서 짐도 가져가주고, 공항이 열기도 전에 좋은자리로 표를 받아다 가져다주는 서비스였는데, 우리는 그정도 호의를 입은 것은 아니니 그보다 좀 적게 쳐서 200페소 정도 준 듯. 이 정도면 되냐 했더니 두말 않는 걸로 봐 좀 많이 준 듯도 싶고, 암튼 팁은 어렵다. -_-;
암튼 그렇게 또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좁은 비행기를 타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서울 도착.
장기주차해둔 차를 찾아 운전해서 집에 세워두고, 한시간 전투적으로 자고 일어나 출근. ㅠㅠ
아 진짜, 달콤한 휴양의 끝은 개고생이었다. -_-;;
이런 일정은 다신 안잡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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