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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12 : Boracay

Boracay #1

by edino 2012. 5. 9.

드디어 본격 여행 블로그에 어울리는 포스팅을 할 때가 되었다. ㅋㅋ

작년의 홍콩-마카오 여행에 이은 두번째 아이 동반 해외여행이다.


이번의 행선지는 필리핀 보라카이.

휴양지 여행은 처음이었다.


사실은 올해 두번쯤 휴양지 여행을 가게 되지 않을까 예상되었었다.

한번은 장모님 회갑 기념 처가 식구들과의 여행, 또 한번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몇년간 모은 회비로 여행.

그런데 처가 식구들과의 여행은 처제의 둘째 임신으로 해외로 가기 어려워졌고,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여행은 일정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 건수가 다 없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우선 생각했던 곳은 오키나와였으나, 이번 5월 노동절 연휴를 끼고 가자니 일본 골든 위크와 겹쳐서 가격이 모두 최소 1.5배 이상씩 되었다. 먼 곳도 아닌데 굳이 이번에 꼭 비싸게 갈 필요는 없어, 다른 가까운 휴양지로 알아보았다. 일단 일정이 그다지 길지도 않고, 아직 아이도 장거리 비행 및 많이 돌아다니는 여행이 쉽진 않을테니까, 휴양 여행도 경험해보자 싶었다.


이번에 사전 조사를 통해서 말로만 듣던 휴양 도시/섬 들이 어느 나라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적으로는 알게 되었다.

기왕이면 비행시간 짧은 것이 좋다보니 필리핀, 괌 등이 우선 순위에 올랐고, 5월초에 우기가 아닐 것, 아무리 휴양이라도 예쁜 바다 정도는 볼만해야하지 않겠나 싶어 당첨된 곳이 보라카이다. 세부에 비하면 내려서 가는 길이 좀 멀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 바다를 포기하긴 싫었다.


일단 목적지와 숙소를 정하여 에어텔 상품을 알아보니, 지나가며 보던 동남아 여행의 싼 가격들과는 한참 거리가 먼 가격대였다. 그래도 기왕 가는 거, 지르기로 하고 3박5일 Boracay Shangri-la Resort로 결정. 내 여행 역사상 가장 비싼 숙소다.


출발 전에 작년 홍콩-마카오 여행의 Deja-Vu 같은 상황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여행을 앞두고 Kiwi의 열이 문제였다. ㅠㅠ 사실 여행 가기 꽤 전에 감기에 걸렸고 치료를 받았는데, 다 낫기도 전에 또다른 감기에 걸려 갑자기 열이 올랐고, 중이염으로까지 번졌다. 가기 이틀전에는 밤에 깨서 울면서 귀아프다고 보채기도 하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북경에서 출장중인 상태로 이런 상황을 전해들었다. 성수기라 그런지 에어텔 상품이 호텔은 취소가 아예 안되는 페널티가 어마어마한 상품이어서, 여행 전날 큰 병원에 가서 레지던트로부터 여행 가면 안되겠단 소릴 듣고 거금을 날리게 되나 싶었는데, 다행히 연륜있는 이비인후과 선생이 여기서 아프나 거기서 아프나 똑같이 약으로 치료하는 거라고, 물놀이만 조심하라고 가라 하였다.


이번에도 나는 출장에서 돌아와 20시간도 안되어 다시 공항으로. ㅠㅠ

남들보다 휴가 겨우 하루 더 쓰는 건데도 처리할 일들 때문에 전날 밤 11시까지 일처리하고, 밤에 겨우 짐싸고 몇시간 못잔 채로, 것도 시차 적응 제대로 못한 핸드폰 알람이 제대로 안울려서 까딱하면 늦을 뻔했다.


'휴양' 하기 정말 힘들다.

2,3주씩 쉬는 것도 아니고, 떠나기 전부터 이건 정말 휴양이 아니라 휴양 코스프레다 싶었다. -_-;



어쨌거나 우리는 출발하고야 말았다.

Zest Air를 타고 가면 직항이라고는 하나, 국제항공용 대형 비행기는 보라카이섬에서 가까운 Caticlan 공항에 내릴 수 없다. 국적기를 타고 마닐라에서 갈아타면 Caticlan 공항에 내릴 수 있다고 하나, 갈아타는 것도 번거롭고 시간도 더 걸리기 때문에 Zest Air를 타고 Kalibo 공항에 내렸다. 거기서부터 다시 차를 타고 1시간 반 가량 Caticlan 선착장까지 가야 한다. 그래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는 가깝다.


리조트까지 차량편도 포함된 여행상품이라, 공항에서 꽤 널찍한 Van에 우리 말고 한커플만 더 타서 편하게 졸면서 왔다. 왕복 각각 1차선씩인데 느린 트라이시클들도 많이 다녀서 수시로 중앙선을 넘나든다. -_-;



선착장에 다다르면 Shangri-la를 선택한 것을 뿌듯하게 해주는데, 남들 밖에서 와글와글 줄설 때 요런 별도의 한적한 사무실로 안내된다. 시원한 곳에 앉아 음료수 한잔과 맛난 말린 망고를 서빙 받으면서 간단한 수속을 마치면, 스피드 보트로 리조트까지 직행한다. 물론 짐도 방까지 날라주고, 팁도 안받는다.(리조트 방침인지 주려 해도 극구 사양했다.)


얄팍하지만 돈이 좋구나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공항은 보라카이 섬의 남쪽이라 비행기는 보라카이를 지나쳐서 내린다.

Shangri-la는 보라카이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여서, 선착장에서부터는 화이트비치를 보며 스피드 보트로 쭉 올라온다.

10여분을 쌩 달려오면 바로 리조트의 선착장에 내린다.

여기서 카운터까지는 또 리조트내 버기카가 태워다준다.



Boracay Shangri-la Resort 에서도 가장 예술이다 싶은 건 바로 체크인 등 수속을 하는 카운터다.

여기는 직원들이 앉아있는 책상들 바로 뒷편의 풍경. 왼쪽은 라운지다.

뒤에 또 사진이 나오겠지만, 여긴 정말 지나갈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반면 객실은 좀만 더 신경쓰지 그랬냐 싶다. -_-;



바다 위에 떠있는 시설이 우리가 내린 스피드보트 선착장이다.

Shangri-la로 결정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도착할 때부터 들게 해준다.



첫날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늦게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체크인 하면 3시가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

짐을 간단히 풀고, 여행준비를 사전에 거의 못했기 때문에 간단히 들고간 아이패드로 정보를 좀 검색해보고, 화이트비치까지의 셔틀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시간표를 잘못 봐서 30분 정도 리조트 구경을 좀 하다 5시 정도에 셔틀을 탔다.

15분 정도면 도착하는데 길은 좁고 차량과 트라이시클들은 넘쳐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에 관한 아무런 준비도, 사전정보도 없던 yeon은 화이트비치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리조트야 훌륭했지만 오가는 길의 빈민가스러운 분위기도 불편한 듯 했고, 사람들과 호객꾼이 넘쳐나는 시끌벅적한 화이트비치도 불편한 듯. 사실 나도 저개발국 경험은 별로 없지만 중국을 자주 다녀 그런가 그 정도는 뭐 그다지...


하긴 셔틀에서 내려주는 곳이 워낙 번잡한 D'Mall 근처라 화이트비치가 생각 이상으로 번잡하긴 했다.

바다도 왠 해초같은 것들이 물가에 잔뜩 붙어 있어서 선뜻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사실 보라카이의 90%는 화이트비치와 그 주변일텐데, 예쁘고 한적한 바다를 기대하고 차타고 멀리 오는 수고를 감수했는데, 이정도라면 영 아쉬웠다. D'Mall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면 사람도 적고 나으려나. 일단은 저녁을 먹어야 겠으니 주변을 탐색.



여행상품 안내 어딘가에 있는 한국식당에서의 한끼 식사도 포함되어 있다고는 되어 있었는데 안내가 영 부실하다. 좀 찾아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적당히 사람들 있고 깔끔해 보이는 해변가 식당에 자리잡았다. D'Mall에서 화이트비치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어 워낙 자리가 좋은 Aria라는 이탈리안 식당인데, 윙버스 등에서도 소개된 걸 본 기억이 나서 일단 해변가에 노을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았다.



피자와 파스타를 하나씩 시키고 산미구엘 한병씩과 Kiwi는 쥬스를 시켰다.

피자는 맛있었고 파스타는 실패.

보라카이 물가가 비싸단 얘길 보고 가서 아예 한국 기준을 마음에 두고 간지라 가격은 적당했던 듯.

물론 한국에서 이런 view라면 훨씬 비싸겠지만 음식만 놓고 보면 말이다.


보라카이의 노을을 보면서 세일링 보트를 타는 것이 추천일정에 있었는데 그럴만했다.

보라카이에서 노을은 4번의 저녁 모두 무척 예뻤다.



들어가 놀 생각에는 좀 심난했던 화이트비치지만, 노을지는 풍경 만큼은 명불허전이었다.

Aria에서 그 시간에 저녁을 먹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좀더 해가 지고 나니 별들이 떴는데 남십자성으로 추정되는 별자리가 보였다.

남반구는 아니지만 꽤 남쪽이니 보이겠거니 싶었다.



Kiwi도 피자를 맛있게 먹고 신이 난 모습이다.

출발전엔 애먹여도 일단 여행오면 쌩쌩한 Kiwi.


리조트에는 가까운 편의점 같은 것이 없으므로 Budget Mall에서 맥주와 안주, 컵라면, 모기약, 알로에 로션 등을 잔뜩 사들고 리조트로 돌아가는 셔틀을 탔다. 사발면이 개당 무려 3천원꼴이었지만, 너무 맛있어 보여 안살 수가 없었다. ㅠㅠ


방으로 돌아와 Kiwi는 먼저 재우고, yeon과 맥주 한잔씩 더하고 첫날 일정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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