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휴양 코스프레라도 여기까지 와서 부지런을 떨 필요는 없다.
게다가 Kiwi는 감기에 중이염, 나와 yeon도 오랜 기침감기를 달고 온지라 요양도 겸해야 했다.
방의 냉방이 센 편이라 좀 그랬지만, 이곳에서의 3박 내내 9시 기상 원칙(?)은 지켰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니 잠은 충분히 잔 편.
휴양지답게 여긴 어깨까지 드러나는 샬랄라 원피스가 거의 드레스 코드이나, Kiwi가 엄마 옷차림을 보더니 챙피해~ 옷입어~ 라고 해서 타협책으로 뭐 하나 가볍게 걸치고 아침식사 하러 나왔다. ㅋㅋ
Shangri-la의 조식은 정평이 나있다.
작년까진 북경의 Shangri-la 계열인 Kerry Hotel에 자주 갔었는데, 조식의 Quality는 묵어본 다른 어떤 호텔들보다도 훌륭했다. (올해부턴 Kerry Hotel에 묵으려면 밥값은 사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_-;)
물론 Boracay Resort의 조식도 훌륭했다. 조식부페 식당은 Vintana.
느즈막히 일어나 딱히 쫓기는 일정도 없었으므로 참으로 오랫만인 여유로운 아침 식사.
커피맛은 좀 별로였지만, Kiwi는 망고와 오랜지를 mix한 쥬스를 아주 좋아했다.
밖에 바다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자리도 있지만, 태양에 굶주린 극히 일부 백인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안에서 먹는다.
사실 약간 의외였던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외로 필리핀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이번엔 물놀이 준비를 하고 리조트에서 가까운 Beach로 나가보았다.
Shangri-la는 2개의 Beach를 끼고 있는데, 그중 Pool 및 Bar 등과 붙어있는 Banyugan Beach는 상당히 폐쇄적이고 Shangri-la를 통하지 않고는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거의 투숙객 전용이었다. 아마 썬베드에 자리를 잡으면 수건 갈아주는 직원이 와서 방번호를 묻기도 하는 걸로 보아 리조트의 Private인 것 같기도 하다.
여기가 Banyugan Beach다.
여기에 와서야 우리는 드디어 낙원에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ㅋㅋㅋ
파란 하늘과 투명한 바다. 게다가 한적하기까지.
여기까지 온 것이 괜한 고생은 아니었다!
화이트 비치 다음으로 유명한 푸카 셸 비치도 리조트에서 멀지 않았지만, 굳이 다른 해변을 찾아갈 생각은 안들었다.
더운 날씨야 각오하고 왔지만 아주 차지도 않은 물에 왔다갔다 하면 한낮에도 그다지 덥지는 않다.
파도도 매우 얌전하고, 잘 보면 팔뚝만한 물고기도 지나다닌다.
다만 화이트비치는 경사가 완만하다고 하는데, 이곳은 경사가 다소 급하긴 하다.
그래도 한쪽 그늘에 Guard가 계속 지켜보고 있어 안심.
아이가 있으니 다른 레포츠는 생각도 않고, 세일링 보트나 아일랜드 호핑 정도는 봐서 해볼까 생각도 하고 왔으나, 와서 보니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제일 좋다. 중이염 Kiwi 데리고 올 수 있는 게 어디냐, 물놀이는 안해도 좋다고 왔지만, 남은 3일 내내 물놀이를 했다. ㅎㅎ 물론 귀에 물이 안들어가도록 매우 조심은 했고.
원래 까맣고 잘 타서 타는 걸 싫어하지만,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 남들 일하고 있는 데 돌아가서 시꺼먼 얼굴로 광고하고 다니긴 더 싫어서 SPF 50 Waterproof 선크림에 얇은 비치 잠바, 챙있는 모자까지 쓰고 물에 들어간 덕에 거의 타지 않고 돌아왔다. 세가족이 다 그 모양으로 바다에 들어갔으니, 햇볕 굶주린 백인들은 '쟤들은 뭐하러 여기 왔대?' 했을지도 모를 일. 타면 바르려고 사둔 알로에 로션은 쓸 일도 없었다. ㅋㅋ
예상보다도 더 리조트에 많이 머무르게 된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여행 상품 설명에는 없었던 Resort의 F&B Credit이 우리의 예약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체크인 하면서 들었는데, 그땐 금액을 잘못 계산해서 1만 페소 상당의 포인트로 알았다. 간단히 한끼 정도 먹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무려 10만 페소!! 달러를 가지고 필리핀에서 환전하면 환율이 더 좋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페소를 사려면 대충 x30하면 되니까 무려 30만원 정도다. 3박이니까 1박당 10만원 정도씩 싸졌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횡재한 기분. 여행사에서는 이 정도의 특전을 상품 설명에 명시해놓지 않다니 장사할 생각이 있는 건가 싶었다.
아무튼 물놀이를 마치고 잠시 방에 돌아와 쉬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니 갑자기 어제 저녁을 굳이 나가서 사먹은 것도, Budget Mall에서 이것 저것 사온 것도 좀 아까웠다. 어차피 아침 부페는 따로이니 그 정도면 점심 저녁 리조트내 식당에서 먹고도 룸서비스든 미니바든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아닌가!
아점같은 아침을 먹은 까닭에 다소 늦은 시간에 Pool에 붙어있는 레스토랑 Cielo에 갔다.
셋이서 세개의 요리와 또다시 산미구엘, 쥬스를 시켰더니 음식이 꽤 많이 남았지만, 뭐 포인트는 충분하다...
고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이었다. 무려 10%의 Service Charge와 12% 정도의 VAT + Local Tax가 덧붙은 요금명세를 보고 나니 헉.
순식간에 우리는 전체 포인트의 1/3을 넘게 써버렸다.
이제부턴 다시 긴축 모드다.
어제 장봐온 것도 참 잘한 일이다. ㅋㅋ
그리고 Kiwi를 위한 Adventure Zone.
사실 Kiwi는 여기가 제일 좋았을 것이다. Kiwi의 용어로는 키즈까페다. ㅋㅋ
애들 노는걸 봐주는 도우미들도 있어서, 조금만 더 크면 그냥 혼자 놀라 냅둬도 될 듯.
저 미끄럼틀은 좀 높아서 처음엔 무서워 하더니, 아빠랑 한번 같이 타고는 나중엔 혼자서도 신나게 잘 탔다.
미끄럼틀 바로 옆의 볼풀도 좋아라 하고.
여기는 상대적으로 좀 실망이었던 방이다.
모두 바다 방향이라 해서 당연히 바다가 보일줄 알았으나... -_-;
방 바로 앞에 발코니가 있어야 하나, 우린 1층이었어서 이렇게 되어 있다.
나가면 덥기도 하고, 볼만한 경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프라이버시도 완전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여긴 거의 나올 일 없었다.
방 자체도 뭐 세가족 묵기에 불편함은 없었으나, 기대에는 좀 못미쳤다.
방만 놓고 보면 작년에 마카오에서 묵었던 Venetian Resort가 더 크고 좋았다.
그래도 방에서 잠자거나 씻는 시간을 빼면 그다지 오래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라 큰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1층인 것도 해변이나 수영장, 기타 시설들에 접근하기 편해서 좋다.
방에서 좀 쉬다가, 저녁때는 다시 수영할 것은 아니지만 옆의 Beach도 구경갔다.
Punta Bunga Beach인데, 크기는 Banyugan Beach보다 크지만 덜 예뻐보인다.
파라솔이든 비치 근처의 시설이든 뭐든 다 조금씩 별로다.
여기를 둘러싼 리조트들도 전부 Shangri-la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날 한번 슥 둘러보기만 하고 다시 가진 않았다.
우리가 내린 선착장은 Punta Bunga Beach에서 보인다.
노을은 여기서도 예쁘긴 하지만 Banyugan Beach에서처럼 지는 해를 직접 보려면 반대쪽으로 한참을 더 걸어가야 보일듯.
다시 Banyugan 쪽으로 넘어와 Pool 뒤쪽에서 석양을 감상.
화이트비치에서나 여기에서나 석양은 참 예쁘다.
Pool에 조명이 들어오니 또 색다른 분위기.
이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Pool 뒤편에 이런 식사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컴컴한 데 여기만 불을 환하게 밝혀놓으니 무슨 동화속에 나오는 축제 장소 같다.
yeon이 물어보니 매일 상설로 있는 것은 아니고, 며칠마다 테마를 가지고 이런 자리를 여는 듯.
여기서 먹을까도 싶었는데 부페식이어서 일단 패스.
저녁땐 다시 화이트비치로 기어나왔다.
리조트에서도 오히려 저녁 시간에 화이트비치에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듯.
낮엔 1시간 간격인 셔틀이 저녁엔 30분 간격이다.밤 시간도 꽤 남았고, 생각보다 리조트내 음식점이 비싸서 여기서 다른 것도 먹어봐야 겠고, 그래도 보라카이 중심인데 달랑 한번만 들른 걸로 끝내긴 좀 아쉽고. 전날 피곤할 때 복작한데 가서 인상이 안좋았던 yeon은 별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막상 나오니 나오기 잘했다 한다. 일식집에서 스끼야끼와 롤 종류, 그리고 또 산미구엘을 시켜 먹었다.
저녁을 먹고 화이트비치를 따라 산책을 좀 하였다.
내 가죽 샌달이 고무가 삭았는지 양쪽 다 거의 두동강이 나버려서 버리고 크록스를 하나 장만했다.
망가진 그 샌달도 전에 호주 놀러갔을 때 가지고 간 샌달이 망가져서 현지 조달했던 것인데, 결국은 그것도 여행중에 수명을 다하였다. 아직 가죽은 멀쩡하고 튀지 않으면서 독특한 디자인과 착용감이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는데.
아무튼 이렇게 둘째날을 보내고 다시 귀환하여 방에서 맥주 한잔 더하고 단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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