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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iments/watching

Another Earth

by edino 2011. 12. 29.
비행중의 영화감상은 참 열악한 환경이다.
비행기안은 엔진음으로 기본적으로 시끄럽기 마련인데, 왜 영화들은 굳이 더빙으로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비용도 더 많이 들텐데 말이다. 게다가 서울-북경은 비행시간도 2시간이 채 안되어, 타자마자 보기 시작해야 겨우 한편을 볼까말까한 경우가 많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가지 언어로 기내 방송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중단되기 때문에 그것도 무쟈게 짜증난다.

그래도 이번엔 지난 출장과 term이 좀 있었어서 신작들도 나와 있고 해서 살펴보다, 이 영화가 끌려서 보게 되었다.
다행히 상영시간도 90분 남짓으로 짧다. (내용 스포일러 있음)


영화는 지구의 태양 반대편에 또다른 지구가 있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 또다른 지구에는 우리와 동일한 사람들이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설정 자체는 SF쪽에선 아주 오래된 매력적인 소재이다. (Counter-Earth라고 하는 모양인데, 심지어 고대 그리스 학자도 이런 주장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본격 SF는 아니다.
이런 설정은 영화속 TV나 라디오를 통해서 간간히 드러나지만, 그다지 정밀하지도, 반전을 주는 요소도 아니다.
나는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도 떠올랐다.

줄거리에 관해 좀더 얘기해보자면,


SF적인 상상들도 자극하지만, 그냥 가족, 죄책감, 자신에 대한 용서, 이런 말들이 이 영화를 설명하기 더 적합한 단어들이다.
음악도 아름답다.


Sundance에서 상도 좀 받은 것 같은데, 확실히 돈들 구석은 없이 찍었다. CG라고는 이렇게 하늘에 지구와 달 합성한 몇 장면들뿐이고, 얼굴이 익은 남자 주인공은 일당 $100에 거의 봉사 수준으로 참여한 듯.(어디서 봤나 잘 떠올려보니 미드 Lost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은 조역으로 나왔었다.)

그렇지만 아마추어틱한 구석은 전혀 없다.
찾아보니 놀랍게도, 예쁘게 생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공동 작가다. 또다른 공동작가는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여배우 이름은 Brit Marling, 감독 이름은 Mike Cahill.

저예산에, 감독 및 주연배우도 생각보다 Filmography가 많지 않은데 영화 Quality가 놀라웠다.
감독은 겨우 2편째 연출.(그나마 한편은 Brit Marling과 공동연출한 다큐멘터리).
Brit Marling은 배우 뿐 아니라 작가나 공동연출 등 다양한 영화경력을 쌓고 있는데, 이 영화로 인해 메이저 영화에서도 배우로 나서기 시작한 듯. 왠지 앞날이 기대되는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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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Earth는 북경 들어갈 때 본 것이었는데, 귀국 때 본 Cowboys & Aliens는 Green Lantern을 제치고 올해 본 최악의 기내 영화로 기록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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