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홍콩에 4박5일 정도 놀러간다면 마카오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거나 끽해야 1박 정도 하는게 일반적이겠지만, 홍콩엔 가봤고 마카오에는 안가본 까닭에, 그리고 아이 동행을 감안하여 일정을 무리하지 않기 위해 마카오를 2박으로 하였다.
여행 셋째날엔 일어나자마자 근처의 샌드위치집에서 만족스런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마카오로 향했다.
한국말 인사까지 곁들인 활달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마카오행 페리 선착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5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되는 같은 중국이건만, 유럽내에서 국가간 이동할 때보다 더 엄격하게 다른 나라를 가는 것 같은 절차를 거친다. 홍콩으로 올 때 미리 써둔 departure card를 마카오행 페리를 타기 위한 출국심사대에서 내야 한다. 물론 마카오에서도 입국심사를 한다. -_-;; 통화도 다르지만 마카오에서는 홍콩 달러를 받는다. 홍콩에서 Wi-Fi 무료로 되는 곳이 드물어 환율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실제로는 3% 정도 마카오 파타카가 더 싸지만 마카오 내에선 그냥 1:1로 쓴다. 심지어 지폐와 주화의 색깔이나 크기도 서로 비슷하다. 자세히 도안을 보지 않으면 어느 나라 통화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런데 미세하게 틀려서 기계는 구분할 수 있게 해놓은 듯. 유럽도 합치는데 도대체 왜 안합치나 모르겠다.
마카오에서 2박을 하기로 한 곳은 The Venetian Macau Resort Hotel.
객실이 우리 아파트 단지 세대수의 몇배는 되는 3천여개라는데, 예약을 겨우 했다. -_-;
보시다시피 일반 객실도 모두 거실이 딸린 스위트룸이다.
마카오의 대형 호텔들은 카지노가 주업인지라, 만일 홍콩에서 이런 방을 예약하려면 두배는 줬어야 할 듯.
객실이나 화장실이나 다 홍콩 숙소의 두배 이상이지만 가격차는 별로 안났다.
그나마 홍콩에서 위치 좋은 호텔을 잡았으면 이 호텔방보다 비쌌을 듯.
원래 예정이었던 일본이었다면 훨씬 더 작았겠지. -_-;;
어쨌든 방이 좋으니 기분이 좋다.
사실 요즘 북경에 출장가면 여기 반값에 이보다 큰 방을 혼자 쓰곤 한다. -_-;
이래저래 마카오 숙소에 도착하니 배가 고픈 오후 시간.
급한대로 리조트 내에 푸드코트가 있어서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
Taipa섬의 이 리조트 호텔 주변에는 먹을 데도 마땅치 않아서 일단 리조트 밖에서 먹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무조건 차를 타야 한다. -_-; 뜻하지 않게 푸드코트에서 결국 3끼나 해결해야 했다.
이날 점심에 yeon과 Kiwi는 이곳의 한식 코너 '대장금'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그럭저럭 괜찮았다는데, 혹시라도 가게 되면 김치볶음밥은 시켜먹지 말기 바란다.
The Grand Canal Shoppes라고, 이 리조트 3층에 자리잡은 테마 쇼핑몰이다.
면적은 대략 Coex 이상인 듯.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마카오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한번씩 들리는 곳이다.
리조트 이름처럼 베네치아를 본따 이곳저곳을 꾸며놓았다.
베네치아 비슷하게 운하와 다리들, 심지어는 곤돌라도 있고 그들을 태우는 사공들도 있다.
노래도 부른다! 베네치아에서처럼 전세계에 친근한 이탈리아 노래 산타루치아나 오 솔레미오 따위도 부르지만, 같은 풍으로 등려군의 피유망적시광 같은 중국 노래도 부른다. ㅎㅎ
정말이지 궁금했던 건 여기서 노래하는 사공들이 베니스를 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혹은 베니스의 사공들이 이곳에 와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좀 짖궂은가? -_-;
가짜 거리와 가짜 운하, 가짜 건물에 심지어 가짜 하늘까지.
참으로 기묘하지만, 그런데도 마냥 가짜라고 우스꽝스럽거나 짜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은 그 규모의 어마어마함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도쿄 오바이바의 비너스 포트 정도라면 진짜 유럽 거리가 아니라 '가짜'인 이곳에 비해도 초라할 정도니까.
카지노가 아래 보이는 이곳은 또 어떤가.
한장에 담기 위해서 위아래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다.
분명히 어마어마하기는 하다.
그러나 평면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그림도, 기둥도, 건물의 창문도, 모조리 매끈하되 평면적이라 밋밋하다.
가짜의 한계인 것인지, '동양적인 것'이 가짜를 만듦에도 반영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내 느꼈던 건 너무 평면적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다녀온 뒤 실제 베네치아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다시 보았다.
받았던 느낌, 기억과는 좀 다르게, 실제 사진속의 베네치아는 기억속의 그것보다 훨씬 초라하였다.
그러나 베네치아는 폐허조차도 실제로 삶이 존재했던 곳이다.
처음부터 인간의 삶이 깃든 적이 없는 리조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낮잠에 빠져든 yeon과 Kiwi를 숙소에 두고, 혼자서 홀가분하게 리조트 탐사를 좀더 해보았다.
오호라, 투숙객들만 사용 가능한 수영장 quality는 기대 이상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거의 아무도 없었지만, Kiwi 수영복도 샀겠다 다음날엔 와서 놀아야겠다고 찜하고 왔다.
휴양이 따로 없는 듯.
그렇다 해도 마카오에서의 하루를 숙소안에서만 보내기는 좀 아쉽다.
깨어난 yeon과 Kiwi를 이끌고 다시 마카오 반도로 향했다.
마카오 곳곳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날 좀 헤매면서 마카오 지리가 좀 잡혔다.
역시, 헤매야 여행이다.
셔틀을 잘못 타서 중국과의 국경 근처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목적지인 세나도 광장과 가까운 다른 호텔행 버스 셔틀을 또 타고 걸어서 세나도 광장에 도착. 왠만하면 영어가 통하던 홍콩과 달리, 이곳에선 영어 내지 알파벳으로 된 지명들을 잘 모르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길찾는데 애를 먹었다. 택시를 타면 북경에서처럼 갑갑하다. ㅎㅎ
세나도 광장은 별로 크지 않다.
그래도 별로 볼 게 많지 않은 마카오에 왔으면 한번쯤 들러볼만은 하다,
저녁 만큼은 리조트에서 벗어나 먹으려 했는데 마땅한 곳을 못찾고, 역시 윙버스 지도를 통해 근처의 웡치케이에 갔는데, 이곳도 그냥 그랬다.
동네 앞 산책 나온 녀석 마냥 신나게 활개치고 다니는 Kiwi.
엄마아빠도 안따라 다니고 어딜 그리 쏘다니는게냐? ㅎㅎ
곳곳에 예쁜 거리들도 있다.
유명한 Lisboa 호텔/카지노 앞.
처음 나올땐 정신을 쏙 빼놓는 풍경이었는데, 둘째날쯤 되니 금방 무덤덤해지는 화려함이었다.
으리으리한 카지노들.
그 앞에 길을 묻고 있는 yeon과 옆에서 듣는 척하고 있는 Kiwi가 보인다.
그나마 깔끔해서 가장 세련되어 보이던 Wynn 호텔.
우리 호텔까지 가는 셔틀버스가 있는 Sands 호텔까지 한참을 걷다가, 결국 막차 끊길까봐 택시를 탔다.
한참 걸어오다가 걸어온 게 아까워서 택시 안타고 계속 걸었었는데, 빨리 포기하고 택시를 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적당한 시점에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와서 숙소 바로 앞의 Galaxy 카지노/호텔의 모습.
밤에 불이 들어오니 실제 야경의 포스는 또 대단하다.
뭐, 우리 숙소도 만만치 않지만. ㅎㅎ
근처나 이 넓은 리조트 내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없어서 맥주를 사지 못했다.
그래도 그냥 보내긴 아쉬워 미니바를 털고 다음날 똑같은 걸로 채워넣기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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