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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less in Seoul...

by edino 2009. 11. 3.
Kiwi가 지난주 화요일부터 다시 입원중이다.

예방접종 다음날 열이 약간 나서 예방접종 때문이려니 하였는데, 다음날에도 열이 안내리고 오히려 올랐다.
병원에 가서 지난번 아팠던 것을 포함해서 신종플루 검사까지 받았으나 단순 돌발진인 것 같다고 하여 약만 받아서 돌아왔다.
처음 며칠간은 해열제도 잘 듣고 열꽃도 피어서 곧 내리려니 하였으나 5일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았다.
7일째쯤 되니 해열제에도 열이 안떨어지고 새벽에 오히려 39도까지 올랐다. 전에 응급실에 갔을 때 거의 care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병상도 없이 플루 의심 환자들과도 섞여있어야 했던 경험 때문에, 그냥 아침까지 버티다가 외래진료를 받으러 갔다. 확진은 아니지만 지난번 소변검사의 배양 결과가 재발이 의심된다고 해서 다시 입원을 했다.


yeon은 이미 며칠을 아이 열 때문에 밤잠도 잘 못자고 시달려서 이번엔 편의를 위해 1인실을 잡았다.
이번엔 항생제와 해열제로 금방 열이 잡히던 지난번과는 달리 원인도 확실히 바로 안나왔고, 열도 쉽게 안떨어졌다.
입원 둘째날은 해열제를 써도 39도 밑으로 잘 안떨어지는 통에 나도 출근해서 일손도 잘 안잡히고 거의 시간마다 전화해서 열이 몇도인지 체크했다. 그날밤에 병원에 갔을 땐 40도도 넘었었고, 몸을 식혀주어도 39도 밑으로 잘 안떨어졌다. 여러 의심되는 병들이 겹친 것으로 보였으나 어느 것도 확진이 안나와서 더 애가 탔었을 때였다. 신종플루는 두번이나 음성 판정받았지만, 차라리 신종플루 양성이면 원인도 알고 약도 있으니 그거였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Kiwi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력이 떨어져서 잘 먹지도 못했고, 발진이 온몸에 나서 보기에도 무척 안쓰러웠다. 이날 yeon은 정말 여러차례 울었다. 장모님도 이틀이나 병원에서 밤을 보내셨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열은 조금씩 잡혔고, 바꾼 항생제가 작용을 한 것인지 지난번 입원했을 때처럼 곧 컨디션을 찾아갔다.
그리고 곧 다른 아기들은 맛없어서 거부하기도 한다는 냄새 고약한 설사용 분유도 냉큼냉큼 잘 먹어줬다.
이젠 해열제 없이도 정상체온이고, 발진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사진을 올리긴 너무 안쓰러운 모습이다.
울다가 목이 쉬었는지 옹알이 하거나 울 때 구슬픈 목소리를 낸다.
가엾고, 대견하고, 안쓰럽고, 귀엽고, 그렇다.

맨날 퇴근하면 병원 가서 아이 재우고 와서 뻗는 게 일과였는데, 병원 오가는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서 좀 서글프기도 했다.
평생 많이 아플 건 미리 다 아픈 거였으면 좋겠네.


병실에서 이런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글도 남기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것. 내일 퇴원 예정이다.
사실 아이가 기력을 찾으니 1인실 병실료도 좀 걱정인지라, 월급 내에서만 해결되었으면 했는데 뭐 간당간당 할 듯. -_-;
그래도 역시 지난번 2인실에 비해서는 비교가 안되게 편안한 환경이었다. 누구는 비행기 Business Class나 First Class를 타보면 돈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던데, 나는 가족이 아플 때 1인실도 걱정없이 쓸려면 돈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보험불신론자에 가깝지만, 1인실도 보장되는 보험이 있으면 가입할 의향이 상당한데, 잘 없는 듯.

아이가 잘 나아서 벌써 이런 고민도 하니 감사할 일이다.
아이가 기력을 좀 찾고 나서는 온가족 특급호텔 일주일동안 여행온셈 치자고 yeon과 얘기도 했다.
뭐 마침 여기서 보이는 view도 나름 1급호텔이잖나.
정작 저 호텔에선 병원이 보일텐데, 우린 호텔이 보이니 오히려 나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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