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어디를 갈까 고민해봤다.
어제 다니다보니 왠만한 유명한 시내는 예전에 다 가본 데고, 요코하마나 오다이바도 다 가본지라, 그래도 이번엔 새로운 곳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다 보니 요즘 새로 개봉해 유행이라는 슬램덩크 때문에 더 각광받는 곳이 에노시마/가마쿠라였다. 여기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슬램덩크를 고딩때 보긴 했으나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다, 거리도 꽤 되어서 제외했었는데, 어제 지나치게 많이 걸었다보니 적당히 떨어져 있어서 기차에 앉아가는 시간이 긴 것도 나름 메리트가 되었다. 에노시마/가마쿠라를 가보기로 결정.
1시간 반쯤 이래저래 기차를 갈아타면서 가타세에노시마역에 도착했다.
도쿄에서 거리가 좀 되다보니 대도시 느낌은 전혀 없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로 해변이 펼쳐져있다.
날씨가 별로 춥진 않았지만 그래도 1월이었는데, 저 멀리 매우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있었다.
다리 모양만 보아도 익살스러워보이는 여중생 혹은 여고생들.
왼쪽에 보이는 섬이 에노시마섬이다.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걸어서도 쉽게 갈 수 있는 섬이다.
이미 오후 1시가 넘어서 점심 먹을 데를 먼저 찾았다.
구글맵의 도움을 얻고자 하였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기다 싶은 곳은 엄청난 줄이....
다시 오프라인 직접 스캔으로 골라 들어갔다. 처음 가려던 곳과 메뉴는 유사한데 사람은 별로 없는 곳.
이런 저런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 어제 야키니쿠집도 그랬듯이 적당히 먹을만.
먹고 나와서 섬의 높은 곳을 향하여 사람들이 걷는 길 좌우로 이런저런 가게들이 있다.
왠지 여수 돌산에서 향일암 올라가던 길이 생각났더랬다.
가다 보니 이렇게 계단이 있고, 옆에 매표소에서 표를 팔고 있는데, 신사 입장료는 아니고 올라가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표다. 전망대 입장권까지 같이 살 수도 있고. 전망대 입장료 포함 700엔이라, 힘이 넘친다 하더라도 타고 올라가는 걸 추천한다. 처음에 에스컬레이터 타고 나오면 겨우 이거에 돈을 받나 싶지만, 에스컬레이터 3단으로 나뉘어 있다. 어차피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는 없어서 계단으로 내려와야 하니 놓치는 풍경도 없다. 안그래도 많이 걸어야 할 여행자라면 이런 데서는 다리를 좀 아껴두는 것도 좋은 듯.
올라가면 이런저런 신사들이 있고.
좀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앞에 정원같이 꾸며놓은 곳이 있는데, 한쪽에 우리나라 보령시와 에노시마섬이 속한 후지사와시가 자매도시 결연 맺은 기념물이 있다.
표 하나로 에스컬레이터 세번과 전망대 엘리베이터까지 타니 좋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계단으로 한층 더 올라가면 그냥 뻥 뚫린 곳이 나온다. 한바퀴 돌면서 섬과 주변 바다들을 둘러보기 좋다.
아까 걸어온 다리도 보이고,
좀 흐린 날씨지만 구름 사이로 빛내림도 보이고.
이번엔 계단으로 섬을 내려와, 다시 계단을 건너, 가마쿠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기로 했다.
사실 가마쿠라에는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슬램덩크 배경이 정확히 어디인지도 잘 몰랐다.
기차는 바닷가를 따라 가다, 무슨 좁은 골목 같은 곳으로 간다.
크지 않은 기차가 옆 건물들에도 닿을 듯 옆으로 다니는 차와도 닿을 듯 가는게 꽤나 신기했는데, 어떤 데는 기차 왕복하는데 레일은 하나뿐이라, 중간에 두줄인 곳에서 한대가 기다리고 한대가 지나가는 식으로 지나치는 곳도 있다.
맨 앞칸에서는 창을 통해 기관실 앞 풍경도 볼 수 있다.
가마쿠라까지 별로 길지 않은 거리임에도 작은 역들이 꽤나 많은데, 중간에 '가마쿠라고교앞역' 이라는 데가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오프닝인지에 나온 데라는 걸 같은 기차에 탔던 한국인 커플들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_-;;
이미 지나치고 난 후라서 그냥 가마쿠라로 마저 향했다.
도대체 뭐가 있는 곳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거리에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도 좀 걸었으니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볼까 하고 들어가본 2층의 까페.
커피 한잔 마시면서 구글맵으로 주변에 뭐가 있나 찾아보았다.
근처에 절이나 신사가 몇개 보였는데, 몇군데는 이미 닫았거나 좀 멀거나 해서, 번화가의 까페에서 멀지 않은 '쓰루가오카하치만구'라는 신사에 가보았다. 앞에 연못도 있고 규모도 좀 있지만 크게 볼만한 것이 있지는 않았다.
신사에서 내려와 다시 역으로 가려는데,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걸어봤다.
오히려 찻길 가운데 돌담위로 높여 쭉 뻗어있던 인도가 특색있고 재미있었다.
이렇게 짧고도 알찬(?) 여행은 끝나고, 다시 도쿄로 돌아와 이날 저녁부터는 출장 일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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