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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nerary/23 : Tokyo

Tokyo

by edino 2023. 3. 29.

본격 여행은 아니지만, 출장 앞에 휴가를 붙여 돌아다녔으니 여행이라 치고.

주변에도 많았지만, 한국인의 해외여행 러쉬는 다시 시작되었고, 몸풀기(?)로 만만한 일본부터 시작이 많은 듯.

나도 마지막 해외 출장이 3년이 넘었다.

 

아직 비행기표값이 좀 비싸다 싶은 때였는데, 그래도 한국 관광객은 많고, 호텔들도 가격이 조금씩 올라 있었다.

하네다 도착이었는데 그동안 일본도 digital화가 좀 진행되어서인지, 아직 코로나 관련 확인 절차가 있음에도, 비행기 내린 후부터 수속 마치고 나오는데 단 10분! 해외 입국 수속 중 가장 빠른 날이었던 것 같다.

 

동경은 세번째인 것 같은데, 신혼때 yeon과 놀러 한번, 7년전쯤 출장으로 한번 짧게 왔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숙소 체크인.

물론 좁지만 혼자 하루 묵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욕실을 통해 나있는 바깥 창이 건물벽 뷰다.

어차피 위치와 가격은 만족하니, 깔끔하기만 해도 합격.

 

출장 준비가 좀 정신이 없어서, 막상 휴가를 앞에 붙여왔어도 어디 놀러갈지 별로 알아보지 못했다.

신혼때 왠만큼 돌아보기도 했고, 어차피 대도시이니 정 갈 데 없어도 여유있게 까페나 맛집을 돌아다녀도 될 거라.

 

호텔에서 갈 곳을 휘리릭 찾아보다, 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몇군데 찾아봤는데, 확 끌리는 전시는 못찾아서, 가성비를 기대할 수 있는 국공립 중에 국립신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국립이니 무료 아닐까 했는데, 쳇, 입장료가 있었다.

국립답게 공간은 널찍널찍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나, 전시 자체가 규모가 크진 않았다.

오히려 다음 전시로 광고하던(지금 하고 있는) 루브르 미술관전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미술관 내부는 이렇게 꽤 볼만하다.

내가 본 전시 외에도 전시실이 상당히 많다. 전시실이 너무 많이 구분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는데, 대부분 전시실에서 무료인 아마추어 서예전같은 걸 전시하고 있어서 더 볼 게 많진 않았다.

아마 더 대규모의 전시를 하면 내부에서 전시실끼리 동선을 연결하지 않을까 싶다.

 

마스크를 썼지만 옷들을 신경써서 입은 티가 나는 길쭉길쭉한 한 무리의 처자들이 눈에 띄었는데, 지나가다 들어보니 한국 처자들이었다. 자세를 바꾸어 가며 서로 사진을 수십장씩 찍어주는 것이, 단순 취미 이상으로 인스타에 신경쓰는 분들인듯.

 

전에 일본 왔을 때는 한국 처자들과 일본 처자들(남자들도 그렇지만)은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꽤 차이가 나서 잘 구분이 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겉모습으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다.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너무 새벽같이 일어나기 싫어 비행편 자체도 비교적 여유있게 잡은터라...

적당히 한두군데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저녁이나 사먹으면 되겠다.

 

다음 행선지로 정한 곳은 다이칸야마.

신혼때도 가본 적 있는데,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다.

여전히 일본애들 센스 살아있네가 느껴지는 동네.

 

전에도 본 적 있는 풍경 같다.

열차에 진심인 나라...같은데, 요금 체계좀 통일하며 안되겠니?

그래도 구글맵 덕분에 전철/기차 타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어디서 어떻게 갈아타고, 언제 오는지, 얼마인지 등.

 

여기도 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가장 확실히 기억난 건 위 오른쪽 사진의 사람 모양 조각.

저 앞에서 yeon과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까지 기억나는 건 물론 남아있는 사진 덕분.

 

높지 않은 건물들과 과하지 않은 간판들 덕에 더 깔끔하게 느껴지는 동네.

 

하나 안쪽 골목으로 돌아다니다 저런 차를 봤다.

혐한시위 뉴스에서 본 듯한 느낌의 촌스런 저 마크는 밤길에 혼자 마주치기엔 좀 껄끄러웠는데, 역시나 극우단체다.

안쪽 어디에서 회식이라도 하는건지 사람들이 보이진 않았다.

 

생각외로 다이칸야마에서 많이 걷다, 역시 전에 가봤던 에비스가 멀지 않길래 걸어가봤다.

가는 길도 여기저기 구경할만 하다.

 

여기까지 꽤 많이 걸어서 왠만하면 여기서 저녁 먹을 곳을 찾아볼까 했는데...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근처에서는 마땅히 먹을만한 곳을 못찾았다.

오늘 제대로 먹는 한끼이기 때문에 잘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찾기가 더 어려웠음. ㅎ

 

다시 전철로 시부야로 이동.

이 오거리에 동시신호로 사람들 건너는 모습은 또 봐도 장관이다.

 

저 멀리 보이는 츠타야 서점을 가보았는데, 여기도 이젠 흔한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다.

7층까지 있는데 서점보다 DVD나 음반 판매/대여하는 공간이 더 크고, 7층에 까페를 겸하는 곳 정도 외에는 너무 평범하다.

 

이제 8시가 넘어 뭐를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나, 혼자서 잘 먹을만한 곳 찾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구글맵의 도움을 받아 여기다 싶어서 가보면 대게 여전히 긴 줄이 있다.

 

결국 다니면서 들어갈만한 데를 찾았는데, 한참 헤매다 혼자서도 먹기 좋은 야키니쿠집을 발견하여, 약간 대기하다 자리를 잡았다. 기본 밑반찬으로 제법 그럴듯한 김치가 나오길래 한국 것들이 꽤 많이 퍼지긴 했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야키니쿠는 원래 한국식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고.

 

하지만 여기 아니어도 여기저기 한국음식점도 보이고, 일반 음식점에서도 한국 소주를 파는 데가 많았다. 편의점에 가도 한국 라면이나 과자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굳이 한국에서 컵라면을 사올 필요는 없었다. 심지어 Kimchi Lab Tokyo라는 가게도 봤는데, 디저트 가게같은 인테리어에 아보카도, 올리브, 가리비 같은 재료들을 퓨전한 혁신적인(?) 김치 메뉴들도 선보이고 있었다.

 

어쨌든 맥주 작은 한잔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세트라 다채로운 부위가 나왔는데 양념들이 되어 있고, 저 작은 화로에 태우지 않고 굽는게 만만치 않았다.

 

가다 보니 메가 수식어가 붙은 돈키호테 지점이 보여, 또 들어가서 약간의 쇼핑을 했다.

오늘도 동경 여기저기서 한국인들을 봤지만, 돈키호테에는 뭐 절반은 한국인인 것 같다.

밤늦게까지 하니 낮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닌 관광객들이 쇼핑하기 딱 좋기는 하다.

그래도 특히 얼마 이상 구매시 면세할인을 받기 위한 계산 줄은 심하게 길어서, 다리도 아픈데 도저히 줄을 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서 보니, 이날 하루 3만보 넘게 걸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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