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은 저녁 비행기이기 때문에 시간도 제법 있지만, 최대한 여유로운 일정.
모두들 최대한 늦잠을 자고, 호텔에서 길 건너편 커피집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여기서도 안에서 담배 냄새), 짐을 싸서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맡겨두고 오하시역으로 출발.
3박 하는 동안 기차값이나 오가는 시간이 좀 아까워 굳이 유후인이나 벳부, 료칸을 넣지 않았다. (유후인, 벳부는 나중에 따로 다시 오는 것으로)
대신 후쿠오카 근처의 온천 일정을 넣었다.
후쿠오카 근교에서 갈 수 있는 온천중에 가장 제대로라는 평가를 보고 결정한 세이류 온천.
시내에서 더 가까운 온천들은 있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가보고자 결정.
대신 이날 다른 일정은 하나도 없다.
덴진에서 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셔틀버스가 몇몇 곳에 있는데, 자주 있는 편은 아니라서 시간표를 보고 가야 한다.
시간표도 종종 바뀌어서 블로그 후기를 보면 안되고,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갈 때는 오하시역까지 기차를 타고 거기서 셔틀버스를 탔다.
오하시역에서부터는 거의 시골길이다.
버스 안에서부터 낌새가 보이더니 결국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돌아다니던 날이 아니고 온천 가는 날 비라 괜찮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면 정류장에 이 고양이가 무심하게 맞아준다.
호텔에 온천탕이 있는 곳들은 가보았지만, 제대로 온천은 처음이다.
yeon과 Kiwi에게 인터넷으로 찾아본 일본 온천 에티켓 전파교육은 미리 하였다.
대부분의 세이류 온천 소개 글에 요 사진이 있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의 풍경이고, 곧 안에 들어가면 사진을 못찍기 때문이다.
나도 이날은 아예 미러리스는 꺼내지도 않고 핸드폰으로만 몇장 찍었다.
사진들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던 이날 하루는 나름 해방감도 있었다. ㅋㅋ
돌아와서 사진 정리할 것도 별로 없어 그것도 좋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좋다.
입구에서 온천세 먼저 내고, 가운과 몸을 닦을 큰 수건도 따로 빌리고 입장. 돈내는 건 후불이다.
가족탕을 할까 하다가, 사방이 막힌 탕 하나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여러 노천온천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가족탕을 하지 않았다.
대신 yeon에게 편한 자유시간을 주고, 나는 Kiwi와 처음으로 온천 경험.
요기서 들어가면 남탕과 여탕이 갈라지고, 샤워실에서 우선 샤워를 하는데, 읭? 남탕에 딸린 때미는 곳 같은 데서 여성 직원이 나와서 지나간다. 후다닥 지나가서 잘 못보긴 했지만. 이후에도 또 남탕을 지나가는 여성 직원이 있었는데, 뭔가 일부러 뭐라고 소리를 계속 내면서 지나가는 것이, 지나가니까 알아서 가리던가 피하던가 하세요 뭐 이런 건가.
아무튼 실내에도 탕이 두어개, 노천에는 너댓개 정도 있다. 다행히 Kiwi도 들어가 있을 만큼 대부분 아주 뜨겁진 않다.
나무들이 적절히 배치된 노천탕에서, 비가 와도 위에 드리워진 나뭇잎 맞고 한두방울 떨어지는 수준이라 운치는 더했다.
평일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카메라나 핸드폰도 놓고 왔으니 멋진 풍경이어도 찍을 생각도 할 필요 없고. Now Here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온천에 이런 매력이 있을 줄이야. 이번 여행 최고의 경험이었다.
온천을 하다 중간에 yeon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 가운입고 나와서 점심을 먹었다.
Kiwi는 메밀소바, yeon은 돈부리, 나는 굴튀김 정식. 전날 오징어회를 못먹어서 대신 오징어 튀김도 시키고.
점심을 먹고 나는 좀더 온천을 하러 다시 들어갔고, Kiwi는 그만하겠다고 하였다.
온천에 머문 것은 2시간 20분 정도? 계획을 짤 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나, 좀 아쉬웠다.
점심 먹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셔틀버스 시간에 맞추려니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엔 셔틀이 덴진까지 가서 그대로 쭉 타고 왔다. 다만 시간표에 나와 있지 않은 곳에서도 세워주었는데, 덴진 종점에서 내리니 우리 숙소랑은 또 한참 멀어졌다. 우리 앞서 내린 사람과 같이 내렸으면 호텔이 훨씬 가까울 뻔했는데, 일본말을 못하니 내려주는대로 내릴 수 밖에.
이번엔 한번도 안걸어본 안쪽 길로 걸어봤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택시를 탈까 하다가, 시간도 충분하고 공항은 가까우니 그냥 전철을 타기로 하였다.
전철역까지 캐리어를 끄는 것이 좀 고역이긴 하였으나, 공항에는 여유있게 도착.
공항에서 간단히 저녁도 먹고, 먹을 것 위주로 면세점 쇼핑도 하고.
이틀 휴가로 꽤 알차게 다녀온 느낌.
시간과 예산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밖에 없는 나라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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